[특별 연재] 해로 (Kultursensible Altenhilfe HeRo e.V.)

32회: 세대공감 파독 사진 공모전

사단법인 <해로>에서는 옛 사진을 볼 기회가 많다.

직접 사진을 가지고 오시는 분보다는 환우 방문 중에 우연히 보게 되거나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신 분의 짐을 정리하며 보는 경우가 더 많고 파독 당시 상황을 취재하려는 젊은이들을 위해 <해로>에서 어르신과의 인터뷰를 주선하며 더불어 옛 사진을 보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하나 둘 사진이 모여지자 우리는 아예 공개적으로 사진을 받기 위해 사진 공모전을 열게 되었고 공고를 하자 독일 전역에서 많은 분이 사진을 보내오셨다.

“오마나, 이 사진은 ‘선데이 서울‘ 표지로 써도 되겠어요.”

70년대 휴가지에서의 젊은 간호사들은 죄다 비키니 수영복 차림이다. 아마 당시의 유행이었나 보다. 그중 유달리 몸매가 강조된 포즈를 취한 어느 사진을 보며 심사 중에 흘러나온 말이다.

“어머, 이 신랑은 내가 아는 분인데 이때는 완전 꽃미남이셨네요!”

자신이 하객으로 참석하여 찍은 어느 간호사∙광부 커플의 결혼식 사진을 보내신 분도 계셨는데 사진 속에 적힌 신랑 이름을 보니 아는 분이었다.

“이 사진이 좋네요. 환자들 휴식 시간에 같이하는 간호사 모습. 그런데 간호사가 예뻐서 여기 환자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간호사를 둘러싸고 있는 남자 환자들 모습을 보니 왠지 한인 간호사들은 병동에서 인기가 많았을 것 같다. 요즘 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이 간편하게 바지를 입고 일하는데 옛 사진 속에선 모두 하얀 원피스에 하얀 구두, 하얀 캡을 쓰고 있어 ‘백의의 천사’라는 표현이 가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에서 독일로 입국한 먼 나라 간호사들을 위해 특별히 제공해 준 시내 관광 때 찍었다는 사진에서는 판탈롱 바지와 미니스커트로 멋을 낸 젊은 아가씨들이 꽃처럼 웃고 있다. 휴일에 모여 동양화를 배우기 위해 둘러앉아 바닥에 화투를 깔고 손에 쥔 패에서 같은 그림을 찾아 짝을 맞추는 사진은 재미있었지만, 방의 모습만으로는 독일인지 알 수 없어 탈락. 반면 독일에 와서 난생처음 생일파티를 했었다는 분이 보낸 건배를 외치는 사진은 당시에 한국에서는 찾기 어려웠던 캔 콜라와 독일 맥주가 중앙에 놓여있어 합격. 독일에 온 지 5년 만에 오펠 승용차를 사서 기념사진을 찍은 젊은 광부의 사진에서는 타인의 도움이 없이 혼자 힘으로 자가용 차를 마련한 기쁨과 뿌듯함이 뿜어져 나왔다.

병원 근무지 사진에서는 독일인 병원장이나 병동 과장에게 신임을 받는 한국인의 모습들이 묻어 나왔다. 많은 분이 병원에서 퇴직하던 날의 사진을 함께 보내주셨는데 주름이 잡힌 얼굴이 모두 고왔다.

“이 사진에 옆의 이 사람은 차범근 선수 아니에요?”

“어머, 정말 차범근 선수네요. 우와- 기록사적인 사진이네!”

“이분은 신문 스크랩까지 같이 보내주셨어요. 보내주신 사진이 독일 신문에 실린 기사의 원본 사진이에요. 와-”

우리는 이 귀한 사진들을 전시회를 통해 많은 분들께 사진을 소개하기로 하였다. 사진의 원본을 돌려보내 드리기 위해 모든 사진을 스캔하여 컴퓨터에 저장하였는데 조금이라도 더 좋은 화질은 구하기 위해 여러 개의 스캐너에 시험해보고 가장 재생률이 높은 기계를 선택하여 먼지 한 올이라도 묻어가지 않게 세심하게 스캔을 뜨고 분류하여 저장하였다. 세대공감 해로 파독사진 전시회는 하반기에 계획되어 있다.

제1회 공모전에 수상분 분들은 다음과 같다.

해로상(상금 100유로와 부상): 정수자 (Berlin)
사랑상(상금 50유로와 부상): 유종선 (Freiburg)
소망상(상금 30유로와 부상): 염복현 (Berlin)
특별상(상품권과 부상): 서광구 (Essen), 정명렬 (Berlin), 최군자 (Oberursel)

*사진은 보낸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수상하신 분들께 축하를 보내드립니다.

이정미/ 해로 호스피스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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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호 16면, 2021년 7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