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중교통 요금제도 ①
이번에는 독일의 대중교통 요금제도에 대해서 소개를 해보려고 합니다. 독일에선 대중교통 요금이 어떻게 책정이 되고, 어떤식으로 운용되는지, 그리고 승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요금의 종류 등에 대해서 자세히 다뤄볼까 합니다.
교통연합회(운수연합회)
독일의 대중교통 요금체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가장 우선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이 교통연합회입니다. 독일의 대중교통은 전적으로 교통연합회에 의해서 운영이 됩니다. 한국으로 치면 버스조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한국과 다른점은 버스분야에 대해서만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버스, 트램, 지하철, 전철, 수상교통 및 항공교통 등 다양한 운수회사들이 교통연합회에 가입하여 통합적으로 운영됩니다.
교통수단의 종류를 특별히 가리지 않는데요, 만약 대중교통이라는 틀에서 통합되어 운영되기를 원하면 수상교통인 페리나 항공교통으로 분류되는 케이블카도 교통연합회에 가입하여 대중교통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버스, 트램, 지하철, 전철, 광역철도 정도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현재 독일에는 약 140여개의 교통연합회가 있습니다. 지역의 크기 혹은 운행거리에 따라서 마을 혹은 시 단위의 연합회부터 인접 지역까지 단일 교통권으로 구성한 연합회가 있으며, 또는 여러 연합회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요금권역을 구성하기도 합니다.
유럽의 모든 국가는 EU 가이드라인에 의거하여 대중교통 분야에서 자율경쟁을 원칙으로 하기때문에 시나 지방정부의 보조금을 직접 운수회사에 전달할 수 없습니다. 교통연합회가 한 지역의 노선운영을 맡길 운수회사를 선택할 때에는 공개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모집해야 하며, 입찰가격이 높아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하거나 가장 운영비를 적게 입찰한 회사를 선정하여 노선운영을 위탁합니다.
따라서 신규 사업자가 자유롭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으며 다국적 운송그룹들이 여러 도시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교통연합회는 함부르크의 HVV로 1965년에 설립되었습니다. 모든 차량에 해당 연합회의 이름이나 로고를 부착하여 승객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통합요금제
교통연합회는 일반적으로 고유의 요금제도를 정하여 서비스를 할 수 있습니다만 때로는 여러 연합회가 참여하여 더 넓은 지역의 통합요금제도를 정하여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광역철도까지 포함하여 통합요금제를 운영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통합요금제에 전철이나 광역전철을 제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통연합회와 참여회사들의 결정에 따라서 통합요금이 적용되는 지역과 교통수단을 정의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아주 넓은 지역을 이동하면서도 통합요금제의 혜택을 볼 수도 있지만 요금권역의 경계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짧은 거리를 이동하더라도 요금권역이 바뀌게 되면 변경된 지역에서 새롭게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경계지역을 묶는 별도의 요금제도가 있는 지역도 있고 그렇지 않은 지역들도 있습니다.
통합요금제의 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거주하는 지역 비스바덴은 헤센주에 속합니다.
이웃도시 마인츠는 라인란트-팔츠주에 속하는데요, 비스바덴과 마인츠를 오가는 대중교통 수요가 많기에 두 이웃도시간 교통연합을 구성하여 비스바덴과 마인츠가 서로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단일요금제로 운영이 됩니다.
비스바덴에 거주하는 시민이 승차권을 구입하여 이웃도시 마인츠까지 갈 수 있으며, 그곳에서 마인츠 시내버스로 환승해서 최종목적지까지 가더라도 환승에 따른 추가요금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또한 비스바덴이 속한 헤센주의 도시들(예, 프랑크푸르트, 다름슈타트, 풀다 등)은 각 도시마다 혹은 광역지역별로 각각 고유의 교통연합회가 있지만 모두 연합하여 헤센주 전체를 단일요금권역으로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연합회를 RMV(라인-마인 교통연합회)라고 하는데 RMV 통합요금제가 적용되는 지역이 헤센주 북쪽 몇개 도시를 제외한 동서로 140km, 남북으로 200km에 달하는 대부분의 해센주 도시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한국 상황을 예로 들면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독자분들은 RMV 통합요금이 적용되는 지역이 얼마나 넓은지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서울-대전간 광역전철이 연결된다는 가정하에 대전에 사는 시민이 대전-의정부간을 왕복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선 집에서 나와서 대전시내버스에 승차하면서 대전-의정부 구간의 일회용 승차권 혹은 1일권을 버스기사로부터 구입합니다. 대전역이 도착 후 광역전철을 이용하여 서울로 이동, 서울시내버스를 이용하여 강남이나 홍대에서 점심을 먹고 서울지하철 2호선과 1호선을 이용하여 의정부로 간 후, 의정부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최종목적지로 갑니다.
1일권 이용자는 같은 날 다시 대전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죠. 승차권 단 1장으로 대전-의정부 사이에 있는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가 있는 겁니다.
다음 회에는 요금정산 방식과 대중교통 요금 산정, 승차권의 다양성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252호 18면, 2022년 1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