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승 한의사의 건강칼럼(88)

약 중의 약은 면역(3)

모든 질병은 그 원인이 되는 근본을 치료해야 된다. 그 병 때문에 외부로 나타나는 증상만 치료하는 것은 올바른 치료방법이 아니다. 치매나 파킨슨이 왔다면 위축되고 듬성듬성한 뇌에 충분한 산소공급을 시켜 뇌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중풍이 왔으면 막힌 뇌혈관이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근본적인 해결방법을 찾고 이미 수족이 마비가 되었다면 치료를 통해 마비된 부분을 풀어줘야 된다. 심혈관은 관상동맥의 혈액이 막히지 않도록 해 주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방법이다. 허지만 병이 들고 나서 치료하는 방법보다는 예방하는 생활습관으로 병이 들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예방된 삶을 통해 면역성을 높여 병원체가 우리 몸에 침입을 못하게 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는 말이다.

기와 혈은 우리 몸의 기본단위로 무형적인 기와 유형적인 혈로 나뉘는데 항상 같이 운행을 한다. 동양의학에서는 심장의 수축운동의 힘만으로 11만 km나 되는 우리 몸의 혈관을 기의 도움 없이는 운행할 수가 없으며 기가 혈을 싣고 운행하고 있다고 믿는다. 먼저 흐름의 방해가 되는 요소를 한번 찾아보기로 하자.

먼저 기가 약하거나 막혀있을 때(氣滯-기체), 혈액이 탁해져서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혈관이 딱딱해져 탄력이 없을 경우, 체온이 저하되어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 혈액에나 혈관에 순수하지 못한 물질이 쌓여 방해를 받을 경우가 아닌가 싶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 때문에 우리 몸의 기가 막히는 경우라 하겠다. 이런 경우가 찾아오지 않게 항상 기를 높여 활발하게 하고 해로운 음식을 삼가서 혈액을 묽게 해 순환이 잘 되게 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체온을 유지하여 몸의 순환이 정체되지 않고 활발해 질 수 있도록 우리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동양의학에서는 병의 원인을 크게 나누어 外因(외인)과 內因(내인)으로 구별할 수 있다.

外因(외인)이라 함은 사람이 외부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아 몸에 변화가 생겨 병이 일어나는 것을 말하며, 六淫(육음) 즉 風(풍), 寒(한), 暑(서), 濕(습), 燥(조), 火(화)에 의해서 병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제일 흔한 감기를 예로 든다면 감기는 風寒證 (풍한증)이라 하는데 찬바람에 의해 생기는 병이라는 말이다. 관절염도 동양의학에서는 풍습성 관절염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이해 할 수가 있다. 內因(내인)은 사람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영향을 받아 병이 일어나는 것을 말하며, 칠정七情(칠정), 다시 말하면 喜(희), 怒(노), 憂(우), 思(사), 恐(공)인데 감정변화에 의해서 병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스트레스가 여기에 속한다. 思(사)가 지나치면 脾經(비경)에 과부하가 걸려 기의 흐름이 원할 치 못하고 막히게 되어 비장의 조화가 깨지니 비장의 기능이 저하 되어 먹고 싶지 않고 소화가 안 되는 것이다. 고민이나 생각이 많으면 저절로 입맛이 사라지고 소화가 안 되는 것을 대부분 경험 했을 것이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속이 편하지 못하고 더 나가 배속이 탈이 나는 것이니 말 그대로 속이 상한 것이다.

또 喜(희)는 심장에 영향을 주는데 생각 없이 즐거움만 쫒다보면 심장에 영향을 주어 사람이 나사가 풀린 것처럼 긴장이 풀어져 넋이 나간 사람같이 보이며 갑자기 좋은 일이 생길 경우 오히려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이같이 과하게 우울한 것은 폐에, 과하게 화를 내면 간에, 과한 무서움은 신장에 영향을 준다. 동양의학에서는 외인성 질병은 나쁜 기가 피부를 통해 점점 몸속으로 발전하지만 내인성 질병은 우리의 오장육부를 직접 상하게 해서 오히려 영향이 크다고 말한다. 오장육부에 병이 들면 半死(반사)했다고 할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드린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오장육부와 관계를 두는 언어들이 얼마나 많은가? 오랜만에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 상대방이 좋아 보이면, 신수가 훤하다, 신간이 편안하게 보인다, 또 아니꼬운 일을 당하거나 상대방의 처사가 마음에 안 들면 비위가 상한다, 배알이 꼴린다. 또 무서움을 많이 타고 하는 일이 소극적이면 저 사람은 담이 적다, 통 큰 짓을 하면 간이 밖으로 나왔느니 大膽(대담)하다느니, 외에도 쓸개 빠진 사람, 골 빈 사람, 등골이 오싹하느니 오금이 저린다는 등, 우리들의 정서를 표현하는 언어 중에는 우리의 신체와 관계가 있는 말들이 이렇게 참 많다. 감정의 편재로 인하여 우리 몸의 균형, 조화가 흐트러져 병이 생기는 것을 의미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다음 호 부터는 면역성을 위한 생활습관에 대해 글을 실어 보고자 한다.

2020년 3월 13일, 1162호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