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늦바람(1)

류 현옥

“나는 너 나이 때 아이가 둘이었다.”

“엄마 알아요! 그 둘 중에 작은 아이가 나라는 것도 알아요!”

둘째 딸이 여행에서 돌아와 약혼자와 헤어진다며 당분간 비어있는 제방에 와서 살겠다고 하여 시작된 모녀간의 말다툼이다.

“엄마 내가 가서 할 테니 걱정 마! 지하실에 보관한 침대 다시 울려와서 만들면 돼!”

“이케아 나무침대가 성한지 모르겠다.”

“걱정 말아요 스테판이 와서 조립을 해준다고 했어요.”

“헤어진다면서 와서 네 침대를 조립해 준다고 하드냐?”

“원수로 헤어지는 게 아니에요. 또한 내가 빨리 나가기를 원하니까 와서 해주겠다는 거죠 뭐!”

“나는 도저히 너희들이 하는 짓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엄마는 제 나이에 아이가 둘이였잖아요?”

딸은 미리 선수를 친다. 저게 언제나 철이 들라나? 결혼을 하면 남편이 다 이루어지지 않은 성인의 과정을 넘겨받아 갈 것이라고 믿었다, 아이가 나면 어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결혼시켜 신랑 따라 내보내기만 하면 되던 부모의 의무를 끝내고 어깨위에 얹고 다니던 짐을 내리려 놓게 될 것이라고 생각 했었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약혼식까지 한 남자와 헤어져 다시 집으로 돌아오겠다는 것이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우 여사도 이제는 짜증부터 나서 어디로 도망을 갔으면 싶다고 생각했다. 걱정에 지쳤다.

“엄마는 이해 못해요! 우리세대는 그렇지 않아요!”

라는 말로 속을 썩였는데 얼마 전부터 그 소리는 안한다.

제 언니한데서 혼이 난 이후부터다.

이제 다섯 살인 여자 조카가 ‘이모는 이거 이해 못할걸!’ 한 데서 시작되었다.

“이리 한 번 보자! 내가 이해 못할 장난감 이라고?”

그녀가 속으로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 구나’하고 생각하는데

언니가 이제 다섯 살 난 딸에게 “네가 이모한테 설명해주렴” 했다.

그녀의 마음을 더 상하게 한 말이다.

“뭐 그리 자존심 상해할 것 없어 억울하면 빨리 결혼하고 아이 낳아서 키워보면 알거야!” 언니는 인정사정 보지 않고 단숨에 해치웠다.

얼마나 자주 어머니에게 ‘엄마는 이해 못해!’ 라는 말을 무기로 써 먹었던가?

우 여사에게는 딸이 집으로 돌라오면 안 될 더 큰 고민이 있다. 우연하게 옛 동료 프레디를 만나게 된 데서부터 시작한 로맨스가 화근이다. 우 여사가 정년에 들어가기 전까지 가깝게 지낸 동료이다. 6살이나 연하인 프레디는 우 여사를 깍듯이 대하고 무거운 환자를 옮겨야할 때 는 도움이 되어준 동료였다. 태국에서 온 아내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돌아오지 않은 이후로 생과부가 되어 혼자 살고 있었다.

그는 동양여자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리움과 괘씸한 마음이 동시에 마음속을 채운다고 자주 말했다.

어디 가서 커피라도 한잔 마실까 하고 시작한 것이 노년의 로맨스로 발전했고 친구들은 늦바람이 났다고들 쑥떡 거렸다. 그녀와 제일 가깝게 지내는 옥련이가 대놓고 말했다.

“우 귀자 여사님 두 딸과 손녀를 생각해서라도 그 연하의 남자와의 관계를 끊어요!”

우여 사는 세대가 다른 딸 둘은 그녀를 이해 할 것으로 믿었다

“우리엄마 멋있어! 연하의 남자와 로맨스를 시작했어!” 할 줄로 믿었다. 그럼에도 기회를 기다리며 공포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하고 계속 숨겨왔다.

그런 중에 작은 딸이 당분간 집으로 돌아와 제방에서 살겠다니 타이밍이 맞지 않게 된 것이다.

프레디 한테 전화를 했다.

“뭐 걱정할 것 없어! 우리 집으로 오면 돼!!”

“그 애가 다시 집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하숙생하나 들려 놓는 것과 다름없어. 하숙생은 돈이라도 받고 하지만…”

“뭐 딸한테 돈 내놔라 할 수는 없지만 지도 공짜로 먹고살 생각이야 하겠어!?”

“실은 돈이 문제가 아니야! 옷 세탁에서 부터 시작하여 시장도 자주 봐야하고…”

“얼마나 있게 될지 모르지만 돌아온 딸을 내 쫒을 수는 없지 않아?”

우여 사는 다음날 큰딸과 의논을 할 생각으로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내 다 알고 있어!”

“네 동생이 우리 집 제방으로 들어오겠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내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 스테판과 말다툼을 한 후면 우리 집에 와서 자고 갔거든. 떨어져 살면서 결혼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라고 했어!”

“왜 나는 모르고 있어?”

“워낙 엄마가 걱정을 심하게 하니 숨겼어!”

“그러면서 왜 내 집으로 들어가라고 했어? 하숙생하나 치는 것이라는 것을 몰라? 하숙생보다 더할 거야.”

“딸을 하숙생과 비교를 해?”

“너는 걔가 이사를 나가기 전까지 내속을 얼마나 썩혔는지 모르지?”

“엄마 내 다 알고 있어요!”

“그야 지난간일이지만… 네가 어떻게 다 알아?”

우 여사는 큰딸이 프레디와의 관계를 모르고 있기에 엄마의 속마음을 알 리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 있게 말했다.

“엄마 그 프레디 때문에 그러는 것도 알아요!”

우 여사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다.

큰딸의 친구가 간호사 자격증을 받은 후 프레디의 동료가 되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기억했다. 아차, 하면서도 설마 프레이가 젊은 동료를 붙들고 연상의 여인인 자기와의 로맨스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까 싶기도 했다

“그래! 너는 프레디와 내 사이를 알면서 동생을 여기에 들어와서 살라고 했어?”

“엄마! 지도 남자와 한집에 살은 경험이 있으니 알아서 할 거야.”

“알아서 하고 안하고가 문제가 아니라 불편 하니까 그러는 거지! 나는 싫어!”

“엄마가 저녁마다 옆방에 들릴 만큼 큰소리로 프레디와 성교를 하지는 않을 거 아니야?”

우 여사는 할 말을 잃고 잠시 침묵했다. 갈수록 태산이다.

“엄마 제가 한말 틀려요?”

그녀는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엄마 나이에?’ 하지 않는 것만도 감사해야 할 것인가?

69살이 된 그녀지만 자신이 노인이 되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6년이 연하인 프레디와 잠을 자기 시작한 후로 10년이 젊어진 느낌으로 사우나도 다니고 비싼 얼굴 마사지까지 하러 다닌다.

근무를 할 때는 피로했고 두 아이와 한 집에 살 때는 공간의 문제로 남자를 집으로 데리고 들어올 생각은 엄두도 못 내었다. 실은 그럴 남자도 없었다.

성인이 다된 딸들은 지금도 필요하면 언제나 돌아와서 피로를 풀고 입에 익은 맛있는 음식으로 새 힘을 얻어 험한 세상으로 다시 갈 수 있는 엄마의 품안이라고 생각해 온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엄마가 옛날 엄마가 아니고 엄마가 자신을 생각하는 에고이스트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딸들이다.

엄마의 생을 이해하려면 그들도 그 나이가 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런 모든 조언들은 소용없는 것으로 우여 사는 딸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는 데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

프레디는 우여 사의 집을 딸에게 위임하고 자기 집으로 들어오라고 거듭 말했다.

“그럴 수야 없어! 무슨 꼴이야? 이 나이에 연하의 남자 집으로 들어간다?”

“딸이 나갈 때까지 같이 살자는 거지 뭐? 오래가지 않을 거야. 그 약혼자에게 돌아가던지 새 애인이 생기던지 할 거야”

“주객이 전도 되는 거 아니야? 내 집을 딸에게 내어주고 내가 나가면 제집처럼 저녁마다 파티를 열거 아니야?”

얼마나 프레디와의 시간을 즐겼던가! 그가 오는 금요일이면 아침부터 바빴다

저녁에 먹을 음식을 만들고 이불 호청을 갈고 침상 정리까지 정성을 들였다.

프레디는 근무처에서 바로 온다는 핑계로 도착하면 바로 욕실에 들어간다. 오랫동안 샤워를 한 후 나체로 침실로 직통하여 침대 속으로 들어가며 우 여사를 부른다.

그녀도 옷을 벗고 침대 속으로 들어가 준비한 포도주잔을 부딪치며 축배를 한다.

“오직 우리 둘을 위하여! 오직 즐거운 저녁을 위하여! 험한 세상일은 다 잊고 우리 즐깁시다.”

술기가 서서히 돌아 온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하고 프레디는 가져온 베이비오일로 그녀의 국부를 마사지 한다.

우여 사는 잊었던 색정을 되찾으며 프레디에게 온몸을 맡긴다.

술병의 바닥이 날 때쯤이면 정사의 클라이맥스를 즐긴다.

그녀는 남편을 잃은 후 오랫동안 굶주린 성의 희락을 보상받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가슴을 활짝 열어젖히고 오직 즐기기로 작심한 것이다 .

저녁을 먹은 후 중요 뉴스를 본 후면 프레디는 가져온 비디오에 담긴 에로틱 영화를 TV 화면에 올린다.

영화 속의 뜨거운 장면이 프레디의 정욕을 되살려 그녀를 자신의 하부에 앉힌다.

그녀는 질 안에서 일기 시작하여 온몸으로 퍼지는 성의 쾌감에 취하여 프레디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두 딸은 아마도 이런 성숙한 엄마의 정사를 알지 못할 것이다 속으로는 ‘엄마가 저 나이에!’ 할 것이다. 그녀들이 모르는 극치의 단계를 넘어서고 있는 것도 모를 것이다. 그녀는 딸들의 성생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우여서는 작은 딸이 옆방에 혼자 누워 자는 데 쾌감을 표현하는 신음소리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딸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로 작정했다.

프레디의 제안대로 그의 집으로 정사의 장소를 옮길 경우 거슬리는 것은 프레디 부부의 정사가 이루어진 침대에서 같은 엑스타제를 느낄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우 여사는 늦게 찾은 생의 희열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단념했다. 딸을 위해서 늦게 얻은 행복을 빼앗기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소중한 딸을 위해서도 다시 희생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신문기사에서 읽은 정신 나간 여자들의 사건들을 이해할 것 같았다.

언제까지나 나를 버리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말하고 애써 모은 돈을 남자에게 다 주는 노년기에 접어드는 여자들의 이야기 들이다. 프레디에게 뺏길 돈은 없고 프레디만은 믿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다시 찾게 된 희열을 딸이 들어와 파괴하게 그만두지는 않겠다고 독한마음을 먹었다. 어머니로서 할 수 없는 부도덕 한일이라는 생각은 순간적이고 프레디만 생각하면 온몸이 뜨거워 졌다 그녀는 프레디에게 이미 육체적으로 예속되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프레디는 그녀에게 돌아오지 않는 처에 대한 복수를 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가 근무를 하는 시간에 아내는 집으로 불러들인 태국에서 온 젊은 남자와 정사를 했고 뒤따라간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아들이 보고 싶어 태국을 방문했을 때 아내는 이미 그 젊은 남자와 한 쌍이 되어 살고 있었다.

“내 아내는 색골로 하루도 성교를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여자였어!

나는 그녀를 만족시킬 수가 없었어!”

“그럴 리가 없어! 나는 지금 너에게 완전히 빠졌는데?”

“내 아내는 성을 여유 있게 즐길 줄 모르는 여자였어!! 매일 한 번씩 올라 타주기를 원했을 뿐이야!!”

프레디가 와있는 주말은 몸과 마음이 살던 곳을 떠나는 짧은 휴가 같은 것이다. 토요일에 다른 사람들처럼 시장을 가지 않아도 되도록 미리 준비를 하여 마음마저 풍성한 날이다. 예전처럼 월요일로 시작되는 일의 스트레스 없이 가벼운 심신이 또한 그녀를 여유 있게 천천히 움직이게 했다. 몇 년이 걸렸지만 이제는 머릿속을 가득 채워 그녀를 괴롭혔던 병동 동료와의 마음상한 일 다음날 얼굴을 봐야하는 부수간호사 에 대한 분노가 사라진 주말이다. 정년퇴직자 의 나날이 라는 것을 알게 하는 날이다. 스스로 채찍질하며 다급하게 움직이던 그녀였다. 이제는 시간에 대한 감각마저도 달라지고 매사가 느슨해졌다.

커피를 마시며 조간신문을 뒤적이는 프레디는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우여 사는 아침상을 차리면서 라디오의 클래식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경음악을 즐겼다 한정 없이 푸근하기만 한 토요일이다.

그날도 토요일이었다. 프레디가 샤워를 하겠다고 욕실로 들어간 후 커피를 준비하는 데 초인종이 울렸다.

단꿈에서 깨어난 그녀를 당황하게 하는 금속성 초인종이 뒤따라 울렸다.

그녀는 타월 천 의 모닝 외투를 걸치고 발코니에 나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둘째 딸이 문 앞에 서있는 게 보였다.

전화로 미리 알리지도 않은 채 토요일 아침에 나타난 것이다.

그녀는 발코니의 소파에 앉았다.

“그녀가 세 번째 울리는 초인 종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데 짜증과 함께 알 수 없는 묵은 화가 솟아올랐다.

‘제 어미는 프라이버시를 지켜야 할 개인 생활도 없고 밤낮가리지 않고 찾아오면 되는 줄 아는 딸’이라는 것을 다시금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오늘은 안 돼!

속으로 다짐하며 문을 열어주지 않기로 하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프레디가 젖은 몸을 닦으며 부엌으로 들어왔다

“누가 온 것 아니야? 초인종 소리가 난 것 같은데!”

“둘째딸이 사전 연락도 없이 와서 초인종을 울리고 있어. 모른척하기로 했어!”

프레디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급한 일이 있어서 왔을 지도 모르는 데 문을 안 열어주면 되나?”

“잠시 있어봐! 나도 생각중이야”

그때 전화가 울렸다. 우 여사는 프레디를 밀어붙이고 거실에 가서 전화기 옆에 섰다. 자동 기에 입력이 되는 것을 기다리기 위해서다.

전화는 곧 끊어지고 핸드백 속의 이동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음을 차분하게 하여 핸디를 손에 쥐었다.

“너야? 무슨 일이야? 나 지금 친구 집에 아침 식사 초대를 받아 가는 중이야.”

“미리암 이모한테 가는 거야? 같이 가도돼?”

“아니 너는 모르는 친구야. 아니 무슨 일이야?”

“엄마하고 의논할 일도 있고 같이 쇼핑을 갔으면 해!”

“다음 주로 미뤄야 되겠네!”

“몇 시쯤 집에 돌아와?”

“모르겠는데.”

우 여사는 딸이 약혼자와 싸웠을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묻지 않았다.

(다음호에서 이어집니다.)

2020년 3월 6일, 1161호 14-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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