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의 로마, 중세풍 도시 그대로
고슬라(Goslar)

재독화가 황수잔

천년 이상의 전통문화가 그대로 살아 숨쉬는 곳, 고슬라는 독일에서 처음으로 독립된 자유도시로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던 옛 시가이다.

922년 카이저 Heinrich 1세는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독일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Harz 산악(독일 남쪽에 있는 아름다운 오덴왈드 같은 산악지대임) 지대의 하나인 라멜스산(Rammelsberg) 에서 광석과 은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이곳을 고슬라 시로 정했다.

11세기 Heinrich 3세에 의해 로마네스크양식(Romanischer Stil) 으로 카이저 영지를 건축하였다. 그는 17년간 카이저로 있으면서 고슬라를 대단히 사랑하였다. 그는 모든 행정과 회의를 카이저 영지에서 가졌고 가족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고슬라에는 조그만 아름다운 교회(St.Ulrichskapelle)가 있는데 지금은 이곳에 고슬라를 그토록 사랑했던 Heinrich 3세가 묻혀있다. 카이저 영지는 넓은 공간과 자연경관이 아름다워서 좁은 공간인 중심에 있는 주차장보다 이곳에 주차 하는 것이 좋다.

고슬라는 별로 크지 않은 아담한 시가이다. 중앙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옛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중세풍의 고품격을 지닌 웅장한 카이저워즈(Kaiserworth) 호텔과 시청이 시선을 끈다. 그 당시 이곳에는 부유한 견직공들과 상인들이 많이 살았는데 그들은 조합원을 만들고 조합회관(Gildehaus)을 건축했다.

고슬라를 방문하는 카이저들은 중세기의 고풍적이고 고품격을 지닌 조합회관(Gildehaus)에 머물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카이저들이 머문다는 뜻으로 카이저워즈(Kaiserworth)라고 했다. ‘Worth’ 라는 의미는 고슬라에 있는 고세강(Gosefluss)에서 흐르는 ’물줄기‘ 라는 뜻이다. 1252년부터 조합회관에서는 카이저 고객들의 방명록을 작성해서 그들의 이름을 기입했다.

1494년 조합회관 기초는 당시 11세기 그대로 보존하면서 곁에 있는 시청을 모델로 서로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아치형으로 건축 하였다. 입구 상층에는 919년부터 1138년 까지 고슬라를 부유한 도시로 이끌어온 8개의 카이저 입상을 나란히 세워 놓았다. 이시기에 이웃 영주들은 고슬라를 두고 쟁탈전을 벌였는데, 고슬라는 여전히 강하고 부유한 도시였다. 그들은 자체에서 금화제조를 하였다. 이웃 영주들을 비아냥거리는 심볼로 항문에서 금화가 나오는 금화인간을 만들었다. 금화인간이 배설물로 금화가 계속 나온다는 뜻이다.

카이저워즈(Kaiserworth) 호텔입구 상층에는 카이저 입상들이 나란히 서있고 금화가 나오는 금화인간 조각상이 서있다. 1831년부터 조합회관(Gildehaus)은 호텔로 사용하게 되면서 고슬라 심볼인 ‘카이저워즈’ (Kaiserworth) 호텔이 되었다. 그 곁에 있는 시청은 12세기에 지어진 역사적인 건축물이다.

예수님 생애를 그림으로 가득채운 훌디궁홀(Huldigungssaal)

시청 안에 있는 훌디궁홀 회의실에는 16세기 마이스터(Meister), 무명화가가 성경이야기를 모티브로 천정화, 벽화를 보색대비로 그린 걸작 품들이 화려하게 홀디궁홀을 가득 채웠다. 벽화는 너비 7.30m 길이7.30m 높이3.30m로 나무에 기름을 바르는 기법으로 많은 군중들에게 천국복음을 설교하시는 예수님과 12사도들, 11카이저, 12명의 선지자가 실물크기인 그림들이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다. 예수님 생애를 그린 천정화, 벽화 걸작들을 보려고 수많은 방문객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작품들은 계속 복원해서 2000년부터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원래 이곳은 예배당(Trinitychapel)으로 사용하다가 지금은 평의회 회의실로 사용하고 있다.

1992년부터 훌디궁홀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고슬라를 방문한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반드시 보고 가야 할 소중한 곳이다. 고슬라에는 당시 수도사들이 살았던 수도원(Moenchehaus)이 있는데 1528년부터 현대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당시 입구, 채소밭 이였던 곳에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각가들의 조각품들이 서있다. 농가집 같은 투박한 실내는 3층으로 되어 있는데 삐걱거리는 목제 계단을 올라가면, 층층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현대미술가들의 작품들을 볼 수있다. 비디오영상 예술가 백남준작가 작품도 설치 되어있다.

우리 부부는 세계적인 백남준작가 걸작품들을 보면서 반갑기도 하고 같은 한국인으로써 무척 자랑스러웠다. 채소밭 곁에는 저장실(동굴같은 곳)이 있는데 들어갔더니 우리처럼 기웃거리다가 들어온 방문객들로 북적거렸다.

당시 사용했던 예전 모습 그대로인 녹슨 농기구들이 그대로 놓여있다. 벽마다 색색의 메모크기로 자른 창호지가 가득 붙여 있었다. 그 위에는 세계에서 방문한 방문객들의 이름들이 가득 적혀 있었다. 우리들 부부도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 나란히 이름을 적어 놓았다.

고슬라는 크리스챤의 집합장소라고 할 정도로 크고 작은교회(Kapellen)가 47개나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당시 크리스천들의 중심지였던 ‘북쪽로마’ (Nordisches Rom) 라고 하였다. 그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아름다운 탑들을 세웠다. 지금도 5개의 대형교회는 당시 그대로 남아있다. 1922년 고슬라는 세계적으로 인정한 문화리스트 ‘UNESCO-Liste’ 에 가입되었다. 1994년 500년 기념축제행사를 가졌다.

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카이저워즈 호텔을 중심으로 모여든다. 연인들이 만나는 장소도 되고 사람들이 모이는 집합 장소도 된다. 크고 작은 많은 행사들이 이곳에서 모두 이루어진다. 이곳은 그들의 삶의 터전이며 휴식의 공간이다. 정오 12시가 되면 종소리가 들린다. 밭에서 일하던 부부가 종소리를 듣고 일손을 멈추고 기도하는 모습인 밀레의 ‘만종’ 그림을 연상케 한다.

천년이상의 역사를 지닌 부귀와 영화를 자랑했던 중세기 그대로인 고슬라, 당시 이곳에서 권력가들이였던 카이저들이 즐겨 머물었던 카이저워즈(Kaiserworth) 호텔에 우리들 부부도 여장을 풀었다. 호텔 곳곳에 걸려있는 몇 백 년은 될 것 같은 오래된 유화그림들, 고풍적인 도자기, 양탄자, 삐걱거리는 목제계단, 마치 타임머신이 중세기로 멈춘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저녁에는 우아하고 분위기 있는 카이저워즈호텔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마시고 고슬라 전통적인 식사를 했다. 거리로 나왔다. 가을 밤은 깊어가고 거리는 조용했다. 달빛이 은은하게 비치고 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인다. 우리들은 조약돌이 깔려있는 골목길을 마냥 걸어갔다.

천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은 고슬라, 곳곳마다 보이는 오래된 독일전통집(Fachwerk)들이 무척 친근감이 든다. 우리들은 마냥 그렇게 걸었다. 좁은 골목길을 가다가 촛불이 켜 있는 분위기 있는 조그만 바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마셨다. 진한 향기와 함께 여행의 즐거움이 온몸을 감쌌다.

1213호 20면, 2021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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