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11)
독일의 연방제 ➀

연방제는 국가의 권력이 중앙 정부와 주에 동등하게 분배되어 있는 정치 형태로, 2개 이상의 주권이 결합하여 국제법상 단일적인 인격을 가지는 복합 형태의 국가이다.

연방제를 실시하는 국가는 연방 국가 혹은 연합 국가라고 불리며 연방 헌법을 가지고 있다. 연방 헌법은 중앙 정부와 주의 관계를 정의하며, 그 국가의 어떠한 법보다 가장 중요하며 높은 자리를 차지한다. 연방제는 국가 연합과 달리 지방 정부는 외국과의 조약 혹은 외교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권한이 없거나 중앙 정부보다 훨씬 적은 권한을 갖는다는 것이다.

복수의 주권국이 중앙의 연방 정부 아래 결합하는 연방의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연방 정부만이 외교권, 군사권과 같은 대외 주권을 행사하고, 연방 정부 자체가 국가로서 통일적인 국제법상 인격을 인정받는 통합 형태이다.

독일의 연방제는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의 체결 이후 신성 로마 제국의 영향력이 약화되자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발달하기 시작하였으며, 1949년에 이르러 독일 연방기본법의 제정과 초대 내각의 구성을 통해 독일연방공화국(Bundesrepublik Deutschland)이 수립됨으로써 현대적인 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독일에서는 중앙에 대한 지역의 평등한 협상기회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중앙 정부와 지역 정부의 관계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있지 않다. 따라서 독일 연방제는 중앙과 지역 간 기능과 권한 면에서 세분화와 상호의존을 조화롭게 실현한 형태이다. 독일의 연방체제는 결정과정이 독특하게 나뉘어 있으며, 각 기구에서의 의사결정 방법도 서로 다르게 상정함으로써 연방체제의 장점을 최대한 구현하려고 모색한다.

독일 연방제의 특징

독일은 역사적으로 오래전부터 연방체제를 유지해 왔다. 프로이센 왕국을 중심으로 통일 독일을 이루기 전까지 독일은 여러 군소 국가들의 모임에 지나지 않았고, 나치에 의한 단기간의 통일을 제외하면 항상 연방체제를 기반으로 한 국가 통일을 이루어 왔다. 또한 다양한 국적의 이민족들로 이루어진 미국과는 달리 단일 민족적 연방국가 형태를 이루어져 있다.

한편, 독일은 전후 미국식의 연방국가 모델에서 1960년대 거시경제 정책의 필요성으로 인해 연방정부의 힘이 강화된 ‘단일적 연방국가 모델’로 변화하였으며, 현재는 광범위한 범위에서 단일국가화(독일어: Unitariserung)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입법 영역에 한정되었던 연방의 주도권과 영향력이 집행권이나 사법권의 영역에서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1993년 출범한 유럽연합의 등장과 유럽통합으로 인해 독일 연방주의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유럽이 하나의 큰 연방국가화 되면서 독일 연합과 주 사이의 이원적 관계는 유럽연합까지 포함한 3면적 관계로 변화하였다.

협력적 연방제

연방국가의 구조에 관한 이론은 3원적 구조론과 2원적 구조론이 있다. 3원적 구조론은 연방국가의 구조는 주, 연방, 전체국가라는 3원적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연방국가는 연방과 지방국의 2원적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2원적 구조론(Zweigliedrigkeitslehre)이 독일의 전통적인 연방국가의 논리이다. 이 때 연방과 전체국가를 동일시한다는 점이 매우 큰 특징이다.

특히 독일의 연방국가는 2원적 구조론을 바탕으로 하면서, 나아가 협력적 연방주의로 발전시킨 형태이다. 즉 연방국가를 연방과 주의 대립이나 단절관계로 보지 않고 대등·협조적인 관계로 본다는 것이 독일식의 관점이다.

행정적 연방제

타 연방제 국가와 다른 독일 연방제만의 특징은 독일이 이른바 행정적 연방제( Exekutivföderalismus)를 차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적 연방제는 연방과 각 주에서의 긴밀한 행정적 통합을 꾀하며, 동시에 주 입법기관의 상대적인 무력화를 가져오는 정치 시스템이다.

미국처럼 입법부가 두 층위로 구성된 경우, 각 주의 대표자로써 선출된 상원의원들은 오직 연방 차원의 대표로서 활동하며, 각 주의 행정적 권한은 주지사가 지니게 된다. 하지만 독일 연방 내각은 주 정부의 대표자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를 통해 연방과 각 주에서의 행정이 긴밀한 연관을 맺게 되는 것이다.

독일의 정치 시스템 하에서 연방정부는 입법이나 주요 정책의 결정에서 강력한 권력을 사용하여 주정부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끊임없이 의사소통하고 타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독일의 연방제는 관료행정의 중앙 집중화를 허용치 않음으로써 중앙의 권력 독점을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주요 정책영역의 대부분은 2차 대전 후 연방정부의 구성 초기에 주 정부로 이양된 바 있다. 교육정책은 전통적으로 지방정부의 소관이었고, 전후 연방국가 건설 이후에도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전후 독일의 사회복지를 위한 사회정책의 수행기관은 주 정부이지 연방정부가 아니다.

교육, 사회복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언론, 문화영역에서의 연방정부의 영향력 내지 정책일 것이다. 전후 독일에서 중앙정부가 연방 수준에서 텔레비전 네트워크를 운영하려던 시도는 실패했다. 연방정부가 언론문화정책을 확장하려던 시도는 (아데나워정부시기 법원의 판결을 통해) 주 정부에 의해 좌절됐다.

실제로 연방정부가 관장할 수 있는 영역은 외교안보, 거시경제 운영이나 전국적 수준에서 정부의 공적 역할이 요구되는 철도, 도로, 교통, 통신과 같은 분야 정도에 한정된다.

독일 연방제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통해 여러 주 사이의 사회경제적 격차를 최소화함으로써 시민들의 삶의 조건을 평등하게 유지하는데 진력해왔다. 16개 주 가운데 옛 동독 지역의 5개 주는 재정자립도가 낮고 가난한 반면, 서독 지역의 여러 주들은 부유하다고 할 수 있다.

부유한 주는 이러한 지역불균등을 완화하기 위해 가난한 주에 재정지원을 함으로써 그들도 비슷한 수준의 사회복지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지역 간 격차가 존재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이와 같이 서로 협력함으로써 평등한 공생이 가능한 연방주의 체제를 발전시키고 있다.


교포신문사는 독자들의 독일이해를 돕기 위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교육 등에 관해 ‘독일을 이해하자’라는 연재란을 신설하였습니다. 독자들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1183호 29면, 2020년 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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