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속의 한국 문화재 (9)
라이프치히 그라시 민속박물관(GRASSI Museum für Völkerkunde zu Leipzig) 한국문화재②

한국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의 현지조사


그라시민속박물관에는 3000 여 점의 한국문화재가 소장되어 있다.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속박물관(GRASSI Museum für Völkerkunde zu Leipzig)은 독일 작센 주 라이프치히 시내에 있다. 라이프치히는 천년의 전통이 있는 동부 독일의 대도시이며, 교육·문화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근대시기의 산업 발전으로 도시(라이프치히)가 부유해지면서 문화적으로도 윤택해졌고, 이러한 산업과 문화기반이 현재의 라이프치히를 형성했다고 볼 수 있다.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속박물관은 경제·문화적으로 윤택했던 19세기 후반 라이프치히의 자본가들이 세계의 민속문화를 수집하기 위해 1869년에 만든 박물관이다. 이들은 세계 각지에 나가있는 독일 외교관이나 상인을 통하여 외국의 민속·문화자료를 수집했고, 이 자료들이 라이프치히그라시민속박물관 소장품의 토대를 이루었다. 또한, 이러한 수집과정 속에서 현재 소장하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 문화재도 수집된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 보관 중인 우리나라 문화재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3000점에 달한다. 대부분 19세기쯤 우리나라를 드나들었던 외교관, 상인 등이 수집한 근대기 유물이다.
또한 동독시절 북한에서 기증받은 민속유물도 있다. 박물관은 한국문화재를 소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규모 상설전시로 지속적인 소개를 하고 있다.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속박물관은 전 세계 민족 생활상과 문화를 소개하는 박물관이다. 이곳에 보관 중인 우리나라 문화재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3000점에 달한다. 대부분 19세기쯤 우리나라를 드나들었던 외교관, 상인 등이 수집한 근대기 유물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차례에 걸쳐 현지조사를 벌였다.

파악된 유물은 근대기 한국인들의 일상용품이 많다. 특히 다양한 갑주와 무구(武具), 조선시대 나졸들이 입었던 나장복(羅將服)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복식, 목공예품, 회화, 악기 등을 조사하고 사진과 상세한 설명을 보고서에 수록했다.

이 문화재는 고종의 정치, 외교고문을 지냈던 묄렌도르프(1847∼1901)가 1883∼1884년에 기증한 유물(290여점)과 함부르크의 상인 쟁어로부터 1902년에 구입한 유물(1250여건)이 대부분이다. 기증, 구입 연도가 분명해 편년자료로 활용이 가능한 유물들이며 수집 당시 사람들이 사용했던 흔적이 남아 있거나 시장에서 판매되던 상태 그대로다.

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속박물관에 대한 조사도 국외소재 한국문화재 조사사업의 일환으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동안 현지조사가 이루어졌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10년에 ‘국외소재 한국문화재 목록조사 사업’을 실시, 이 조사 사업에서 독일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속박물관에 한국문화재가 다량 소장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속박물관에 대한 본격적인 현지조사는 2011년에 시작되었다. 박물관 측과 교섭을 하여 조사 진행 가능여부와 조사일정 등을 협의하고, 조사단 구성이 진행되었다. 그라시민속박물관의 유물조사는 3년간에 걸쳐 3차례 실시하는 것으로 계획을 하고 1회에 평균 1,000여점씩 조사를 계획하였다.

1차 년도에는 고고, 회화, 목가구 포함 민속분야 위주로 조사하였고, 2차 년도에는 도자와 복식의 장신구 등을 조사, 3차 년도에는 무구류 포함 민속유물을 조사하였다.

3년에 걸친 3차례의 그라시민속박물관 조사기간 동안, 이곳에 소장되어 있는 한국문화재 2,100여건 3,000여점을 조사하였다. 실제 조사를 진행하면서 사전에 수집한 목록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은 점수의 유물이 나타났고,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훌륭한 유물이 발견되었고, 유물들의 보관상태도 매우 훌륭하였다.

당시 조사에 참가한 연구관들에 따르면,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속박물관의 한국유물들은 조선말기 사람들의 타임캡슐 같았다. ‘민속’의 관점에서 수집된 유물이 많았기 때문에 조선말기 서민들의 삶이 유물로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100년 이상 고스란히 보존된 그들의 옷가지, 나막신, 그릇, 장기알, 투전패 등에서 조선인의 삶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19세기 말을 전후한 시기에 이루어진 독일인들의 한국 유물 수집 이후, 세계대전과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한국유물들은 그라시박물관 수장고에 잠들어 있었으며,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조사로 긴 잠에서 깨어나게 된 것이다.

3년간의 조사에서는 다수의 민속유물을 확인하였다는 점과 함께, 한국에 남아있지 않은 민속유물도 확인한 성과도 이루었다.. 요즘의 성냥과 같은 발화재료인 인광노(引光奴)의 경우, 문헌에는 있는데 실체가 남아있지 않던 유물이었다. 또한, 왕실에서 사용했을 법한 은상감자물쇠, 상자와 같은 고품질의 공예품, 국내에는 거의 남아있지 않은 다양한 갑주와 무구 등도 확인되는 성과가 있었다.

다음호에서는 그라시민속박물관에 소장된 한국문화재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1183호 30면, 2020년 8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