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속의 한국 문화재 (12)

쾰른 동아시아박물관 한국문화재

그동안 한류를 통해 한국 문학, K-Ppo, K-Beauty, K-Drama 등 다양한 한국 문화가 독일에 소개되어 왔다.

그러나 2018년 기준 독일 내 한국 문화재는 총 1만876점. 일본,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우리 문화재를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매우 생소하다. 더욱이 독일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문화재 규모가 유럽 국가 중 최대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예술 전문가가 거의 없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기만 한 현실이다.

실제로 독일 박물관은 엄청난 양의 한국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문화재는 동아시아 미술품으로 광범위하게 분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 및 중국 문화재에 밀려 학술적 연구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국 문화재를 2000점 이상 소장하고 있는 베를린인류학박물관, 함부르크 Museum am Rothenbaum이 단 한 점의 한국 문화재도 전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렇듯 오랜 기간 한국 문화재는 그 가치가 발견되지 않은 보물 상태로 머물러 있다.

교포신문사에서는 특집연재 “독일 속의 한국 문화재”를 통해 독일 내 한국문화재의 현황을 소개하며, 재독한인들과 한국 정부의 “독일 속의 한국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자 한다.

쾰른 동아시아 박물관(Museum für Ostasiatische Kunst)의 한국 문화재

아돌프 피셔(Adolf Fischer)와 프리다 피셔(Frieda Fischer) 부부의 수집품을 기초로 개관된 쾰른 동아시아박물관은 1995년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재정적인 도움으로 한국실이 마련되었고, 이후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동아시아 전문 박물관인 이곳에 많은 한국문화재가 있다는 것은 1980년대 말,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유럽 지역 한국문화재 조사를 통해 그 일부가 알려지고 있었다. 재단은 당시 조사를 바탕으로 이곳에 한국실 마련을 위한 재정 지원을 했고, 1995년 한국문화재를 독립적으로 전시하는 ‘한국실(Korea-Galerie)이 마련되었다.

쾰른 동아시아 박물관에는 고고유물에서부터 도자기, 회화, 금속공예, 복식등 다양한 유물 232점의 한국 문화재가 소장되어 있다.

쾰른 동아사이 박물관 한국 미술품은 유럽 박물관이 소장한 한국 작품들 중 예술적 기치면에서 가장 훌륭하고 풍부한 컬렉션으로 꼽힌다. 이들 컬렉션을 수집한 박물관 설립자인 아돌프 피셔와 그의 부인 프리다 피셔는 1905년과 1910년 두 차례한국을 여행했는데, 두 번째 방문에서는 당시 유럽 수집가들ㅇ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고려청자 수집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둘프 피셔의 당시 일지를 보면, 고려청자의 우아한 자태와 아름다운 유색에 대한 놀라움이 곳곳에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상당수 소장품에 대한 구매는 일본에서 이루어 졌다. 이는 1597년 정유재란 당시 일본의 조선 문화재 약탈이라는 역사적 배경에 기인한다.

피셔부부가 미술품을 수집할 때만 해도 이들 작품들이 한국에서 건너온 것이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은 알지 못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일부 문화재들이 한국 작품으로 재분류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였다. 예를 들어 “부처의 삶”을 표현한 불하는 피셔부부가 일본에서 구매한 작품이지만, 2000년대 초반 세척과 수리과정에서 한국의 것으로 밝혀지기도 하였다.

제 2차 세계대전 후에는 한국 미술품을 쉽게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추가수집이 드물게 이루어졌다. 그러던 중 1977년 일본에서 주로 활동한 동아시아 미술분야의 석학 쿠르트 브라쉬(Kurt Brasch)로부터 많은 한국 고미술픔을 기증받게 되었다.

1990년대 들어서 한국 고미술품의 중요성과 예술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크게 향상되었다. 반면 남아있는 작품의 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미술시장에서 한국 고미술품의 가격이 급등했고, 쾰른 동아시아박물관은 더 이상 가격면에서 경쟁하는 것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쾰른 동아시아박물관은 “서양 정원에 모인 문인들”이라는 제목의 병풍과 고려시대의 정동불상 등 주요작품 몇 점을 추가로 수집하였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전면 조사 및 도록 작성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04년 5월,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문화재 196건(232점)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하였고, 이 가운데 선별하여 164건(184점)을 수록 ‘독일 쾰른 동아시아박물관 소장 한국문화재Korean Art Collection in the Museum of East Asian Art in Cologne, Germany'(도록)로 발간하게 되었다.

도록은 박물관이 한국문화재를 소장하게 된 인연과 국립문화재연구소의 현지조사 경위를 소개하고, 전체 유물을 세부 사진을 통해 소개하고, 각 유물별 자세한 설명을 마지막에 수록하였다.

도록에 실린 한국문화재로는 ‘토기'(12건), ‘도자'(77건), ‘금속공예'(44건), ‘옥공예'(5건), ‘목공예'(11점), ‘회화'(11건), ‘조각'(1건), ‘복식'(3건) 등이다. 토기는 ‘굽달린잔받침'(臺附角杯臺), ‘수레바퀴모양토기'(車輪形土器), ‘배모양토기'(舟形土器) 등 국내에서도 드문 이형토기가 6점이나 된다.

도자는 모두 77건으로 전체 한국문화재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상감기법으로 문양을 화려하게 시문한 고려 중기 이후 상감청자가 대부분이어서 고려 전성기 고급 청장들이 중심을 이룬다. 백자는 청자에 비해 적은 수량이나 <백자청화운룡문호(白磁靑畵雲龍文壺)>나 <백자동화포도문각호(白磁銅畵葡萄文角壺)>는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이외에도 흑칠 위에 나전으로 아름답게 장식한 목공예품과 나무로 조각한 <동자상(童子像)>, 적은 수량의 복식 유물 등이 있으며,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와 <비로자나삼존도(毘盧舍那三尊圖)> 등 불교회화는 14세기 고려 불화의 높은 경지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한편 2017년부터 2018년 사이 국립중앙박물관이 독일의 쾰른 동아시아박물관과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문화재를 직접 보존처리한 바 있다. 그 대상은 쾰른동아시아박물관 소장 고려시대 수월관음도를 포함한 불화 4점과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소장 백납도8폭 병풍 1점 등 모두 5점이다.

쾰른 동아시아박물관 소장품의 보존처리는 2단계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우선 2017년 3월까지 고려시대 수월관음도와 조선시대 석가설법도(釋迦說法圖)를, 2단계로 2018년 10월까지 고려시대 비로자나삼존도(毘盧舍那三尊圖)와 조선시대 시왕도(十王圖)의 보존처리 하였다.

현재 국외에 소재하고 있는 한국문화재 대부분이 외국전문가에 의해 보존처리되면서 한국적 색채를 잃어버리고 있는 상황이다.

1187호 30면, 2020년 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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