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 크라이슬러 (Chrysler) 빌딩

정원교의 귀띔: 천 년을 가라 한들 멀다 했으랴

Dipl.-Ing. WONKYO 연구소장

뉴욕에서 빌딩을 높게만 짓는다는 것은 서로 건물의 높이를 가지고 명예의 상징성을 가지려는 경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1929년은 미국은 경제 대공황을 맞아 한창 어려운 시기였다. 그럼에도 이때부터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을 짓기 시작하는 경쟁의 시대가 있었다.

자동차 선구자이자 자동차 크라이슬러 창업자인 월터 P. 크라이슬러 (Walter P. Chrysler) 는 본사를 세계에서 제일 높은 건물로 지을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은 1913년에 지어진 높이 214 m의 울워스(Woolworth) 빌딩이 보유하고 있었다. 울워스는 당시 세계적인 갑부였으며 뉴욕에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을 건축했다. 필자가 처음 독일에 도착했던 1973년대는 울워스 백화점을 어느 도시에서든지 찾아 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소도시에서 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쇠퇴했다.

크라이슬러는 알데코 (Art Deco) 양식의 건물로 제도한 유명 건축가 윌리엄 벤 엘런(William van Alen)의 설계사와 계약을 마쳤다.

알테코는 1910-1930년대에 유행했던 직선과 곡선의 규칙적이고 대칭적이기도 한 형태의 건축양식과 예술품 (그림, 악세사리 등)을 말한다. 1925년 빠리에서 있었던 “현대장식미술, 산업미술 국제전” 때부터 쓰여진 이름으로 빠리 중심의 장식미술과 아르 데코라티브 (Art Decoratif) 를 줄인 말이다.

하지만 바로 엘런에게 경쟁자가 생겼다. 크레이그 윌리엄 (Crage William)이 설계한 맨허튼 은행이 크라이슬러 빌딩 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짓겠다고 나섰다.

필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1931년에 뉴욕에 세워진 102층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라고 배웠고 16년전에 86층의 전망대에서 뉴욕시를 내려다보는 여행을 했었다.

이제는 우리나라 서울에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보다 더 높고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123층의 롯데월드가 있기에 7년전에 118층의 전망대를 들러 서울을 내려다보기도 했었다.

클라이슬러와 맨하탄 은행 빌딩은 그때까지 지어진 모든 건물의 높이를 능가하는 것이었다. 두 프로젝트가 아직 진행 중일 때 설계사 벤 알렌은 크라이슬러 빌딩 높이는 77층이 될 것이며 282m가 될 것이라고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러자 맨허탄 은행도 즉각 대응하면서 그네들의 은행 건물 높이는 283m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맨하탄 건물을 크라이슬러 건물보다 1m가 더 높다는 것으로 발표한 것이다.

맨하탄 은행도 그들의 본사가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기에 1m나마 더 높이 올리려고 한 것이다.

벤 엘런이 건축 계획을 발표한 이후 키 재기에서 패배를 인정한 듯 보였지만 빌딩 꼭대기 건설을 시작하면서 그때까지 숨겨두었던 진짜 계획을 발표했다. 크라이슬러에서는 빌딩 꼭대기에 유리 돔을 짓기로 했던 것을 바꾸어 아르데코 양식의 첨탑을 올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크라이슬러의 첨탑 공사가 진행 중일 때 맨하탄 은행 건물은 이미 완공되었기에 더 이상의 추가 경쟁은 할 수 없었다.

옥상에 추가로 올라가는 건물의 무게를 견디어 내려면 벽돌쌓기 보다는 스테인리스 철판으로 올릴 때 건물에 하중을 덜 주게 되고 맨하탄 은행 건물보다 높이 지을 수 있기에 옥상의 첨탑을 철판공사로 결정했다.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 몸체와 옥상에 올려 짓는 철판공사가 서로 다른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첨탑은 필요에 의해서 보다는 더 높은 건물을 지으려는 욕심에서 생기게 된 것이다.

웅장한 지붕첨탑의 스테인리스 철판 구성 요소들은 현장에서 조립되어 크레인을 사용해서 건물 꼭대기로 올려 보내는 공사였다.

그 결과 크라이슬러 빌딩은 319m 높이에 도달했을 뿐만 아니라 오늘 날까지 이 빌딩을 유명하게 만드는 기하학적으로 조립된 아르데코 (Art Deco) 양식으로 마감했다.

흐르는 듯한 곡선을 많이 이용했던 아르누보(Art Nouveau) 와는 대조적으로 원과 지그재그 등 주로 기하학적인 취향이 뛰어남을 보여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1930년 5월 27일 크라이슬러 본사가 개관되었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이 되고자 벌인 첨탑 쌓기였음에도 그 명성을 오래 지키지 못했다.

크라이슬러 빌딩이 완공된 지 불과 2년 후 크라이슬러 빌딩보다 67m 더 높은 381m 높이의 엠파이어스테 빌딩(Empire State Builing)이 완공되었기 때문이다.

크라이슬러 빌딩의 주인은 그 사이에 티엠더부유 (TMW Real Estate)와 티쉬멘 (Tishman Speyer Properties)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크라이슬러 빌딩으로 불리고 있으며 만하탄 은행 본사 건물은 제이피 모간 체이스(JP Morgan Chase), 생명보험회사인 메트라이프 (Met Life) 등에 팔렸다.

필자는 한국건설회사 유럽지사(독일) 에서 근무하면서 건설회사에서 회자되는 이야기로 “본사 빌딩을 번듯하게 지어 놓더라도 적어도 10년은 지나 봐야 누가 진짜 주인인지를 알 수 있다” 는 말을 들었다. 본사건물을 짓느라고 빌린 은행융자를 값지 못해 10년 안팎으로 주인이 바뀌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아 왔기 때문에 하는 소리들이다.

암환자들을 수술하고 나서 플러스마이너스 5년이라는 치료기간을 지나 봐야 수술이 성공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어디 크라이슬러와 만하탄 은행 건물만이 많은 돈을 들여 경쟁하다시피 번듯하게 지어 놓고 주인이 바뀌게 되었을까마는 경기파산(Reorganization Bankruptcy) 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은행융자까지 받아 가면서 샀거나 지은 집들이 영업손실이나 이자부담으로 인해 기울어짐을 말하는 것으로 큰 집을 샀다거나 지었다고 해서 꼭 좋아만 할 일은 아닌 것은 10년은 지나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1447호 22면, 2026년 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