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파독광부 60년 (12)

1963년 12월 22일 오후 6시,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뒤셀도르프시의 ‘뒤셀도르프 공항’. 에어 프랑스 제트기 한 대가 도착했다.
탑승객들이 차례차례 내리기 시작했다. 말쑥하게 신사복을 차려 입은 검은 머리의 한국인, 바로 파독광부 1차1진이었다. 1차1진은 모두 123명. 그리고 5일 12월 27일, 1차1진 나머지인 124명이 독일에 도착했다. 이렇게 1차 1진 247명을 시작으로 파독 근로자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교포신문사에서는 파독 광부 60주년을 맞아, 매월 1회 총 12회 연재한 “파독광부 60년” 특집의 마지막 편인 이번 회에서는 정성규 재독한인총연합회 회장의 한국언론과의
<파독 광부 제60주년 특별 기자회견>을 게재하며 특집을 마친다.
그동안 큰 과심과 성원을 아끼지 않은 독자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 -편집자 주

-취재대담 : 이희범 엔지오프레스 대표이사

애국의 파독 광부 및 파독 간호사에 대한 국가적 예우가 절실하다

이제 파독산업전사들도 70~80대의 노후에 접어들었다. 국가가 나서서 애국의 헌신과 봉사를 했던 재외국민에 대하여 ‘보호할 의무’를 실천해야 한다. 특별히 파독 광부와 간호사는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예우와 국가보훈정책에 연계한 합리적인 예우 및 복지차원의 다양한 수혜가 지원되기를 기대한다.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할 수 있는 나라가 진정한 조국이다. 더 늦기 전에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에게 진 빚을 갚는 나라가 되어야한다.

이희범 대표: 독일 사회에서 파독 광부와 파독 간호사의 모범적인 근무와 성실함으로 칭찬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에피소드나 자랑거리를 소개해 주십시오. 당시 국제결혼은 매우 드문 사례였는데 한독가정과 2세들의 독일사회에서의 진출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정성규 회장: 탄광의 채탄작업이라는 것이 어렵고 위험한 노동입니다. 첫째, 지하 1000m, 35℃의 악조건에서 작업을 해야하고, 둘째, 석탄가루를 호흡해야하는 진폐증의 위험에 노출되어있고, 셋째, 갱도 매몰의 위험이 항시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광부들은 성실과 근면으로 외국인 가운데 가장 우수한 광부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당시 주말개념을 모르던 광부들은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으로 칭찬을 받았으며, 간호사들은 환자들에게 친절하고 상냥한 근무자세로 ‘한국에서온 천사들’이라는 칭찬으로 자랑거리가 되었습니다. 초기에 언어의 장벽을 넘기위해 퇴근 후 독일어 강의를 받았고, 시청이 주관하는 독일어 강습소에 다니기도 했습니다. 광산촌 외국인 중에 독어사전을 주머니에 넣고 다닌 광부는 한국인뿐이었다는 것도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광부들은 간호사들과의 데이트와 결혼이 최고의 행운이었습니다. 그런데 간호사 부모님 입장에서는 딸들이 독일가서 광부들과 결혼한다거나 외국남자와 결혼하겠다고 하니 특별했던 국제결혼을 이해하지 못하던 시대여서 반대하는 결혼식이 많았습니다.

현재 한독가정에서 태어난 2세들이 독일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있으며, 변호사나 의사, 주의회 의원, 교수나 기업인 등 우수한 한국인 2세들이 출현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교육열은 세계적인 열정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자랑스럽습니다.

이희범 대표: 파독 60주년이 되면서 광부와 간호사로 파독하셨던 분들도 연로하신 연세입니다. 독일에서 노후생활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현재 실제 상황은 어떤 정도입니까? 특히 경제적 생활능력에 문제는 없습니까?

정성규 회장: 독일 사회의 근로자 연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일연금제도를 기본적으로 알아야합니다.

소위 표준연금(Standardrente)을 받기 위해서는 45년간 540개월의 근무연수를 채워야 합니다. 위 조건을 유지했던 서독근로자 연금은 1,620€, 동독근로자 연금은 1,598€를 수령하게 됩니다. 독일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인 가족 월 최소생활비 1,600€, 2인 가족 2,600€인데 45년간 근로한 조건에서 가능한 표준연금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여기서 파독광부들의 연금을 추정해보면 최저 생활비에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파독광부들은 대부분 군제대 후 왔기 때문에 20대 후반에서 30대 전반이었습니다. 처음 3년의 광산근무기간은 Knappschaftsrente라하여 계약만료와 동시에 연금을 일시불로 송금했습니다. 이 3년이 연금기간에서 빠집니다.

광부들은 지하근무 정년은 55세, 지상은 60세였습니다. 그렇다면 45년의 근무연수를 채우는 것은 불가한 것으로 결론이 나오면서 개략적으로 20~25년, 극히 일부가 30년 넘는 정도입니다. 따라서 파독광부들이 월 연금 수령액은 700~800€수준입니다. 그러나 간호사들은 20대초에 독일에 진출하여 대부분 30년 넘게 일할 수 있었고, 월급은 전문직종이라 독일 평균 월급수준을 받았기 때문에 연금에 유리합니다.

결론적으로 파독근로자의 경제력 수준은 독일 사회의 평균 50~60% 수준으로 70대 이상의 노후에서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국인 남성 평균연령이 76세라면 상당히 연로한 파독 광부들 연세입니다. 이제 젊은 날 조국을 위해 헌신했던 파독 광부와 간호사에 대해 한국정부가 관심을 가져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희범 대표: 파독산업전사라는 존중을 받으셨다고 아는데 국가적으로 복지혜택은 어떻게 받고 계십니까? 소위 6.25참전용사와 베트남전 참전군인에게 지급되는 참전수당 같은 특별수당을 받고 계십니까?

정성규 회장: 파독산업전사 또는 파독근로자라는 이름은 탄광 갱도에서 목숨을 건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석탄을 캐는 광부들을 마치 전쟁에 나간 군인을 비유하여 붙여진 것 같습니다.

당시 광부들은 입갱하기 전 서로의 안전을 빌며 나눈 인사말이 “글뤽크 아우프”였습니다. 지상에서 다시 만날 행운을 기원한다는 생존의 기원하는 의미입니다.

파독산업전사들의 애국적인 헌신과 성실한 근무자세는 독일 사회의 신화가 되면서 한국의 국가신용이 보증되었습니다. 이에 독일정부는 1억5천만 마르크의 상업차관을 제공했다는 것은 ‘한강의 기적’과 함께 유명한 일화입니다.

이렇게 해서 벌은 마르크화가 고국으로 송금되어 외화가 부족했던 경제발전의 종잣돈(seed money)이 되어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산업, 자동차산업, 조선산업 등 국가발전의 중추적인 기반산업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조국으로부터 그 어떤 복지혜택도 없었다는 사실에는 이제 노년에 접어들면서 서운한 마음이 많습니다. 보훈차원에서 참전(參戰)으로 제한하고 있는 현재의 보훈관계법령은 재고해야합니다.

총을 안 들었지만 산업전사로서 국가정부차원의 해외노동수출정책의 참여근로자로 국익을 위해 봉사한 것과 개인의 삶을 희생한 것은 국가가 보훈차원에서 보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따라서 국가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를 위하여 기본적인 보훈차원의 예우가 새롭게 법제화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이희범 대표: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파독 광부 및 간호사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현하셨는데 그 내용은 무엇입니까? 정부의 파독 광부와 파독 간호사에 대한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법률개정과 예우를 요구하시고 계시는데 어떻게 성과를 만들고 계십니까?

정성규 회장: 윤석열 대통령의 파독근로자에 대한 각별한 관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 10월 4일 오찬에 초청하여 노고를 치하해주셨고, “이제는 조국이 여러분을 예우할 때입니다”라고 강조하셨습니다. 750만 재외동포들이 지난 5월 개청한 재외동포청의 활동에 거는 기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외동포청은 연로한 동포들의 국가상황별 개별적 맞춤형 관리를 통하여 대한민국에 대한 긍지와 명예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특히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가정이 ‘자의적 이민’과는 달리 국가의 필요에 의한 ‘정책적 노동이주’의 발생이었다는 점에서 국가에서 보훈차원의 복지적 관리시스템이 적용할 것을 건의드리고자 합니다.

대표적인 예우로 보훈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배려가 시행되기를 기대합니다. 조국의 근대화 시기에 나라를 먼저 생각했던 애국애족의 삶은 대통령의 말씀대로 예우 받는 것은 사회적 약속이 되어야 하지않을까요?

재독한인총연합회에서는 매년 연말에는 독지가들의 성금과 재외동포재단의 후원금을 받아서 어려운 100가구에 지원을 해드렸습니다. 그런데 금년에는 재외동포재단이 재외동포청으로 격상되면서 후원금이 끊어졌습니다. 이 문제는 아이러니하게 생각합니다.

이희범 대표: 재독한일총연합회 회장으로서 지난 2년간의 활동과 업적 그리고 보람을 말씀해주신다면? 그리고 국민들이나 윤석열 정부 그리고 국회에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정성규 회장: 재임기간 중 독일내 3개 지방한인회를 재건했으며, 각종 교포사회의 대내외행사를 내실화하여 한인사회의 화합과 친목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올해 파독광부 60주년을 맞이하여 국가를 위하여 희생과 봉사를 했던 파독산업전사로서 어렵게 살아가는 노후문제에 대하여 앞장서서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만시지탄이지만 헌법 제2조 2항에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된 것처럼 국가의 보호를 요청할 정책적 복지제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관철시키기 위하여 지난 5월 16일에는 <파독 광부 및 파독 간호사를 위한 평등한 복지수혜 국민제안>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보훈부, 외교부, 여성가족부, 국방부 등에 제출하여 국민적 여론을 조성하였습니다. 그리고 10월 6일 국회의원회관을 찾아서 조명희 의원과 면담하여 <파독광부간호사에 대한 복지청원 국민제안서>와 재독동포의 연명서명부를 전달하였으며, 국회외무통상위원장 김태호 의원, 윤상현 의원, 윤주경 의원에게도 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한강의 기적을 위해 청춘을 탄광에서 바친 파독 광부의 국가적 기여에 대한 보상을 위하여 <파독 광부 간호사 간호조무사에 대한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법률(약칭 파독 광부 간호사법)>(2020.6.9./대표발의 이완영 의원실)에 제정되어 최초로 파독근로자들의 법적 지위를 보장 및 지원하고, 기념사업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음에도 국회차원의 실질적인 추진이 멈춰있는 것을 재가동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재외동포청 승격을 맞이하여 파독산업전사들의 애국적 헌신을 선양해주기를 기대하고 참전용사에 준하는 산업전사로 재평가해주기를 청원합니다. 미래 세대인 MZ세대에게도 나라를 위해 헌신하면 국가가 책임져 준다는 국민적 애국관을 정립해야 국가적 위기와 부름에 죽음을 무릅쓰고 싸워줄 것입니다.

국회에서도 <파독광부와 간호사의 예우에 관한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주기를 청원드리며, 재독한인동포사회의 노후 복지개선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국민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관심을 기대합니다.

1344호 20면, 2023년 12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