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특별인터뷰] 한국 전통문화 홍보대사 뮌헨 가얏고 박진선 선생을 만나다

교포신문은 뮌헨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 전통문화를 홍보, 보급하고 있는 박진선 선생과의 특별 인터뷰를 가졌다. 박진선 선생은 최근 뮌헨에서 정기적으로 “ 사랑방 음악회”를 개최해 온 것을 비롯, 독일 전역을 무대로 가야금의 아름다운 선율로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고 있다.

교포신문(이하 교포): 박진선 선생님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뮌헨에서 “사랑방 음악회”를 4차례 개최 등, 많은 활동을 벌이고 있어 많은 동포분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십니다. 독일에는 언제, 어떻게 오시게 되었는지요?

박진선: 2015년 8월 중순에 뮌헨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전에 싱가포르에서 13년 정도 살았어요. 도시 하나로 이뤄진 섬나라인 싱가포르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더욱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 것도 한 이유였습니다.

교포: 가야금을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요?

박진선: 어렸을 때부터 국악과 한국무용(그땐 고전무용이라고 불렀어요)에 관심이 많았어요. 무용은 집근처 무용학원에서 배웠는데, 가야금을 가르치는 곳은 없었어요. 그러던 중, 초등학교 3학년 때 방과 후 수업처럼 가야금반이 생겼어요.

우리 가야금반의 활동은 대단했어요. 학교 행사에선 빠지지 않았고, 여러 도시에서 개최되는 대회에서 수상도 했고요. 그러다가 중학교 진학할 즈음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가야금을 그만뒀어요.

그런데 입학한 중학교가 신설 학교였어요. 학교에서 행사를 해야 하기 위해 특기자를 모집했어요. 손들었어요. 가야금은 독특해서 학교에서 더 관심을 많이 받았던 거 같아요. 중학교 3학년 때 출전한 경상남도대회에서 국악 부문 일등을 하였어요. 그땐 예고가 있는지조차 몰랐어요. 음악 특기자로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1학년 끝날 때쯤 서울 국악 예고(현재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로 전학 갔어요.

국악 예고 재학 중일 때, 서울 88올림픽과 장애인 올림픽 폐회식에서 매스게임으로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청사초롱’에 참여했습니다. 그 덕에 문교부 장관 표창장과 체육부 장관 올림픽 기장증을 받았어요.

대학은 꿈에 그리던 중앙대학교 국악과를 입학했고 대학원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쳤습니다. 6년 내내 성적장학금을 받았습니다. 1987년도에 지리산 쌍계사 국사암에서 박범훈 교수님이 이끄는 중앙국악관현악단에서 주최한 국악 캠프에 참여했는데, 저의 국악 인생에 판도를 확 바뀐 계기가 됐어요. 그때부터 중앙대 진학과 중앙국악관현악단에 입단하는 게 제 꿈이었고 결국 그 꿈을 이뤘어요. 중앙대와 중앙국악관현악단은 그 당시 국악계에서 각종 핫이슈로 떠오르는 곳이었어요.

교포: 한국에서의 연주 활동을 소개해 주신다면, .

박진선: 대학 졸업 후 사단법인 중앙국악관현악단에 입단했어요. 중앙국악관현악단은 ‘국악의 생활화, 대중화, 현대화’를 목표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mbc마당놀이를 비롯한 연극, 영상, 무용음악은 물론 대중가수들과의 협연 등 다양한 음악회로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미국 등 해외로도 왕성한 음악활동을 하던 단체였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관현악단 단원으로도 활동하고, 또 제 모교인 서울 국악 예고 강사도 했어요. 정말 바쁘게 생활했어요.

MBC ‘샘이 기픈 믈’ ,’화요음악회’, ‘한마음 음악회’에서 고정 연주자로서 국악을 대중화시키는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마음 맞는 지인들과 실내악단이나 가야금 삼중주단을 만들어 연주활동도 했습니다. 그 당시 sbs창사 6주년 특별기획 드라마로 제작된 ‘임꺽정’에서 가야금 연주 부분을 도맡아 연주했던 것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1999년에는 신라문화재 전국국악대제전에서 현악 부문 1등을 해서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 외 음반작업에 참여하기도 했고, 독주회등 다양한 연주 활동을 하다가 2000년도에 제 고향인 울산으로 갔습니다. (사)중앙국악관현악단의 부설 기관인 중앙국악원 울산지부장을 맡아서 문화의 불모지였던 울산에서 후학양성에 힘을 쏟기 위해서였습니다.

중앙국악원을 운영하면서 울산광역시 가족문화센터와 울산롯데백화점에 가야금반을 개설해서 가야금을 가르치기도 했고요. 제6회 울산고래축제와 제1회 울산 민속축제에서는 음악감독 비슷한 역할로 참여했던 적도 있어요.

교포: 싱가포르로의 이주와 그 곳에서 활동사항은 어떠했는지요?

박진선: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울산에서 8강전이 있었어요. 미국 vs 독일 경기를 보러온 남편과 우연히 만났던 뜻 깊은 날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2003년 하반기에 결혼식 준비를 위해 싱가포르로 옯겼어요.

13년간 살았던 싱가포르에서는 한국대사관과 한인회 등에서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서 가야금 연주를 했습니다. 싱가포르 UN주최 ‘UN 50주년 기념식’,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공연장인 에스플러네이드(The Esplanade) 초청으로 ‘World of Music Month’에서 독주회 형식의 연주회를 몇 년간 하였습니다. 싱가폴 아트 박물관, 싱가포르 Art Council, 싱가포르 관공서 등에서 주관하는 한국을 알리는 여러 행사에서 가야금 독주를 하였습니다.

싱가포르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첫째가 태어난 이후 Park Jin Seon School of Music을 설립, 가야금을 가르치기 시작. 한류열풍으로 한국에 관심이 많은 싱가포르인도 여럿 있어서 아주 보람되고 뿌듯했었습니다.

교포: 독일에서의 활동도 소개해 주시지요.

박진선: 2015년도 8월 중순쯤에 뮌헨에 와서 지금 9년째 접어들었습니다. 뮌헨에서도 가야금을 가르치고 싶었고 하우스 콘서트도 진행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어요.

한번은 성악 하는 친구의 초대로 뮌헨 레지던츠의 Hofkapell에서 열린 ‘Sommernachtpressionen(한여름 밤의 감명)’ 연주회에서 소프라노, 피아노, 첼로와 함께 연주하였고,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음악회 ‘한국문화의 밤’에서 연주하였습니다. 그리고 국악을 알리기 위한 제1회 ‘사랑방’음악회를 했어요.

그렇게 조금씩 뮌헨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코로나가 왔습니다. 2년여 간의 코로나 봉쇄가 풀리면서 연주 활동도 서서히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한인단체에서 주관한 행사, 민주평통이 주관한 행사(서울, 미국달라스, 비엔나) 함부르크 총영사관과 민주평통 함부르크분회에서 공동주최한 ‘평화의 물결 -한국 젊은 예술가의 콘서트’, 뮌헨 박람회에서 인천공항 홍보를 위한 연주, 뮌헨 Jugentreff am Biederstein 개관 70주년 행사, 2023 유럽한인과학기술자 총회(EKC202) 등에서 연주하였습니다.

그리고 2021년 설날에 국악방송 ‘창호에 드린 햇살’이란 프로그램 속 ‘햇살 사랑방’코너에 초대손님으로 출연했습니다. 그 외 주라트비아 한국대사관 국경일 리셉션에서 연주하였고, 한국에서도 세계한민족공연예술축제 및 여러 연주에 참여하였고, 작년에는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극장에서 다양한 나라의 음악을 소개하는 ‘Crossing Borders’ 에 초청 독주회를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오펜바흐에 있는 클링스포어 박물관 특별전시 ‘직지’ 오프닝 행사에서 가야금 연주를 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제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건 ‘사랑방’ 연주회입니다. 뮌헨에 국악상설무대를 만들고자 진행하고 있고, 얼마 전 제4회 연주회까지 마쳤습니다.

교포: ‘사랑방’ 음악회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지요?

박진선: 지역주민에게 한국과 한국음악을 알리고, 국악을 정기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상설무대를 만들고자 시작하게 됐어요.

국악 연주자들이 해외로 많이 진출했지만, 전통음악보다는 현대음악이나 재즈, 팝, 플라멩고 등 서양음악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았어요.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한국 전통음악을 듣고 싶어한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저렇게 신기하게 생긴 악기가 어떤 음악을 연주할까 하는 호기심을 갖고 있더라고요.

물론 산조 같은 깊이 있는 음악은 낯설어서 듣기 힘들기도 해요. 우리가 서양 클래식이나 재즈 중에서도 어려운 곡들은 듣기 힘들잖아요. 자꾸 듣고 이해하게 되면서 좋아하게 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사랑방’ 음악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저는 유학이나 연주 활동을 위해 잠시 외국을 나와 있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외국에서 살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렇기에 단순히 연주 경력을 쌓는 연주 활동보다는 전통음악을 알릴 수 있는 연주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동포가 만날 수 있는 구심정이 될 만한 장소가 없는 뮌헨에, ‘사랑방’음악회 가 우리 동포들의 만남의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교포: ‘사랑방’ 음악회를 소개해주신다면?

박진선: 하우스 콘서트처럼 제대로 된 음악회 형식으로 처음 시작한 게 2019년 12월이었습니다. 성악, 기타, 카혼이라는 타악기와 함께 연주했어요. 가야금을 소개하고, 각 연주곡의 설명, 간단한 감상 포인트 등을 설명하면서 연주회를 진행했어요. 그땐 참가하는 사람들이 음식 한 가지와 와인 한 병씩 가지고 왔어요. 파티도 하고 음악회도 하고, 다들 즐거워했어요.

그런데 집에서 하니까 공간이 부족해서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가 없었어요. ‘사랑방’ 음악회 취지가 한국음악을 알리는 건데, 홍보를 할 수 없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하우스콘서트의 느낌이 날 수 있는 공간을 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여러 군데를 물색하다가 거실 분위기처럼 벽난로가 있는 회의실을 찾았어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두 번 째는 한국음악 하우스 콘서트 ‘사랑방’이란 타이틀로 2023년 6월 23일에 했어요. 한독수교 140주년 기념과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기념하는 연주회였어요. 가야금을 소개하는 자리였고, 남북음악 비교, 전통 산조가야금과 계랑된 가야금인 25현금을 비교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준비했습니다.

제3회는 2024년 2월 3일 설날맞이 ‘가야금과 해금의 만남’이란 테마로 했어요. 이때부터 하우스 콘서트란 단어는 빼고, 한국전통음악연주회 ‘사랑방’ 으로 바꿨어요.

제4회는 올해 5월 5일, 가정의 달 맞이 ‘국악기외 성악의 만남’으로 진행했습니다.

국악상설무대를 만들고 싶은 만큼 자주 하면 좋겠는데, 현재는 경제적인 문제도 있고 연주자 섭외가 힘들어서 다음 연주는 11월경에 할 계획입니다. 분기별로 하려 했는데, 뮌헨은 옥토버 페스트와 방학 때문에 3분기는 생략하기로 했어요.

교포: 앞으로의 계획은?

박진선: 앞으로도 한국의 문화와 음악 등 한국을 알리는 일을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사랑방 ‘음악회를 더 탄탄하게 만들어서 함께 참여하고 싶은 연주회로 만들고 싶고요, 뮌헨뿐 아니라 독일, 유럽에 진출한 국악인들이 더욱 폭넓은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후학양성에도 신경을 쓸 예정입니다.

어떠한 지원금 없이 진행하고 있는 ‘사랑방’ 음악회라 아쉽고 부족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문화 홍보를 위해 협찬을 해주실 분, 함께 하고 싶으신 분 언제든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과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교포: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366호 20면, 2024년 6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