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310호(2023년 4월 14일자)에 실린 독한문화원장 김성수박사 철학 저술 출판 <서양철학의 역설>에 관하여 독자들의 문의가 많아, 저서 가운데 “유럽의 역설적 문학작품” 부분을 발췌 하여 연재한다. -편집자주

계몽기 시작이후 18세기와 19세기는 이성과 합리주의가 모든 학문을 주도하는 “결정적 위대”(die bestimmende Größe)로 군림했던 시기였다. 그런가하면 그 당시 합리주의가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던 독일에서는 그와 비례해서 반합리주의적인 “질풍노도”(Sturm und Drang) 운동이 활발했으며, 또한 동유럽지역에서 등장했던 반이성적인 뱀파이어(Vampire) 전설이 전유럽권에 파동처럼 유행되었던 시기였다.
이때처럼 유럽문학계에서 유럽철학의 근본문제에 해당하는 이성과 비이성 또는 합리성과 비합리성의 갈등을 문학적으로 묘사한 문학작품들이 많이 생산 된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 대표적인 문학작품으로 괴테의 “파우스트”, 쉘리의 “프랑켄슈타인 또는 근대 프로메데우스”, 그리고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세 작품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거의 동시대의 작품이며, 이 작품들은 오늘날에도 유럽을 비롯해서 세계적으로 문학계, 연극, 영화 등으로 끊임없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작품 이후에 이만한 수준의 작품이 다시 등장하지 못한 사연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1. 파우스트
◈ 시대적 배경과 작품구성
시대적 배경
파우스트(Faust)는 독일의 대표적 작가인 괴테(Johann Wolfgang Goethe, 1749-1833)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괴테는 이 작품을 18세기 후반에 시작하여 서거 얼마전까지 거의 60년에 걸쳐 완성하였다.
1777년 발표된 독일의 시인 크린거(Friedrich Maximilian Klinger, 1752-1831)의 희극작품의 이름이었던 “질풍노도”(1765-1785)는 18세기 중반 이후 20 30대 젊은세대의 새로운 문예운동의 명칭으로 되었다.
”질풍노도” 운동의 특색은 무엇보다 이성 대신에 감정, 머리보다는 심장, 인위적인 질서 또는 시간, 장소 및 행위의 일치성 보다는 자연성을 중요시 하였다. 문학의 소재도 귀족의 상층세계(그 당시 프랑스의 궁중문화 같은)가 아니라 하층 서민들의 생활상황에서 찾았으며, 언어의 구사도 고급언어가 아니라 서민들의 평범한 언어를 택했다.
그 당시 이성 내지 합리성의 시대를 주도한 철학자는 영국의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 홉스(Thomas Hobbes, 1588-1678), 록크(John Locke, 1632-1704), 프랑스의 데카르트(Rene Deacartes, 1596-1650), 파스칼(Blaise Pascal, 1623-1662), 볼테어(Francois-Marie Arouet/Voltaire, 1694-1778), 몬테스크(Baron de Montesquieu, 1689-1755), 룻소, (Jean-Jacques Rousseau, 1712-1778), 디드로(Denis Diderot, 1713-1784), 콩도르세(Marquis Condorcet, 1743-1794), 독일의 푸펜도르프(Samuel von Pufendorf, 1632-1694), 라이프닛츠(Gottfried Wilhelm Leibniz, 1646-1716), 토마시우스(Christian Thomasius, 1655-1728), 칸트(Immanuel Kant, 1724- 1804),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1832) 등이 있다.
이들에 대립한 “질풍노도”의 주동자들과 그 중요 작픔으로 헤르더(Johann Gottfried Herder, 1744-1803)의 “바람과 해” , 바그너(Heinrich Leopold Wagner, 17471779)의 “소아살인여“( Die Kindermörderin, 1776), 괴테(J.W. Goethe, 1749-1833)의 “베르릭힝겐의 괴츠'(Götz von Berlichingen, 1773), 렌츠(Jakob Michael Lenz, 1751-1792)의 ”군인들“(die Soldaten), “가정교사“(Der Hofmeister oder Vorteile der Privaterziehung, 1774), 크링거(Friedrich Maximilian Klinger, 1752-1831)의 “쌍둥이“(Die Zwillinge, 1776), 쉴러(Friedrich Schiller, 1759-1805)의 “강도“(1781), “음모와 사랑(1784) 등이 있다.
파우스트 작품완성과정
16세기에 생존했던 여기저기 시장을 돌면서 제주부리는 마법사, 점술사, 또는 반학자라고도 알려진 독일인 파우스트(Johann Faust, ca. 1480-1538)에 대한 책이 1587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출판되었다. 파우스트는 동시대의 대표적 지식인으로 알려진 의사, 점성술가 겸 철학자 파라첼수스(Paracelsus, 1493?-1541)와 같이 사람들의 관심이 큰 인물이었다.
이 출판을 통해 널리 알려진 이후 파우스트는 독일과 영국에서 문학작품의 인기있는 소재로 되었다. 그 중 영국의 극작가인 말로우(Christopher Marlowe, 1514-1593 )의 “요한 파우스트의 역사“(Historia von Johann Fausten, ca. 1480-1538)라는 인형극은 독일에서도 인기가 있었다. 이 작품이 독일에서 공연되었을 때 어린 시절의 괴테는 큰 감명을 받았으며, 이것이 괴테가 파우스트를 집필하는 계기로 되었다 한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전설적인 인물인 파우스트를 소재로 하면서 자기 전생애의 인생경험과 학문적 탐구를 드라마 형식을 통해 거의 60년간에 걸쳐 점차적으로 집대성 한 불후의 문학작품이 된 것이다.
괴테는 이미 프랑크푸르트 시절에 구상한 것을 1775년 바이말(Weimar)로 이사한 다음에 곧 초안을 주위 사람(Hoffräulein Luise von Göchhausen) 에게 읽어 보도록 하였다. 이 초보적인 원고, “원 파우스트”(Urfaust)는 1887년에 “원래 형태의 괴테의 파우스트“( Goethes Faust in ursprünglicher Gestalt”이라는 책명으로 슈밑트(Erich Schmidt)에 의해 출판되었다. 이 원고는 보충되어 1790년 “프라그멘트”(Fragment)로 출판되었다.
괴테는 이 프라그멘트를 1797-1806년 사이에 보완하여 한 인간의 비극적 양상을 줄거리로 하는 „파우스트, 제1편”(Faust, I.Teil)과 파우스트 작품 전체의 서막에 해당되는 “천상의 서곡” (Prolog im Himmel)을 첨가하여 1808년에 출판하였다. 그 이후 괴테는 1831-1831년 사이에 고대그리스로 부터의 학문세계와 사회의 비극적 양상을 줄거리로 한 “파우스트, 제2편”(Faust, II.Teil)을 1831년에 출판하면서 파우스트 작품을 매듭지었다.
1390호 16면, 2024년 12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