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1대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 대해서
2025년 새해 독일 사회의 최대 관심사는 오는 2월 23일 열리는 21 대 독일 연방 의회 선거일 것이다. 2021년 20대 의회 선거에서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사민당 (SPD) 국회의원이 되어 재독 동포 모두에게 기쁨을 안겨 준 이예원 (YE-ONE RHIE) 의원도 Aachen 시 선거구에서 재선 준비를 하고 있다.
6 주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선거 준비로 바쁜 이예원 의원과 인터뷰를 통해 지난 3년 3개월 간의 의정 활동 경험에 대한 소회를 들어 보고, 21대 선거에서 바뀐 독일 연방 의회 선거 제도와 독일에서 의원이 되는 과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지면 관계상 존댓말은 생략합니다.)
교포: 조기 선거를 치르게 되었는데 아쉬움은 없는지?
이예원 의원: 개인적으로는 4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해 안타깝다. 그렇지만 독일 전체 상황으로 볼 때 이런 결정을 좀 더 일찍 내렸으면 하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
사민당 (SPD), 녹색당 (Grüne) 그리고 자민당 (FDP) 3당간에 정책적으로 견해차가 큰 상황에서 누더기 정책을 펼쳐 가는 것은 독일 사회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심판을 받아 새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한결 가볍다.
교포: 3년 3개월 동안의 의정 활동을 돌아볼 때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이 의원: 2022년 9월에 이란에서 젊은 여성이 이란 국가 공권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 일이 있었다. 이 일로 이란에서는 격렬한 데모가 일어났고, 많은 사람들이 체포 구금되었다. 이러한 공권력을 동원한 인권 탄압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2022년 11월에 이란의 래퍼 가수 토마즈 살레히(Toomaj Salehi)가 반정부 노래 가사와 음악을 만들어 유포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고, 비공개 재판으로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뉴스를 듣게 되었다.
그래서 독일 국회의원으로는 처음으로 그의 정치적 대모가 되어 구명 운동에 나섰다. 이란 대사관을 통해 그에 대한 구속의 부당함을 알리고, 동료 의원들에게도 구명 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다행히도 제가 속한 사민당 (SPD)뿐만 아니라, 다른 당 소속 의원들도 구명 운동에 많이 동참해 주었다.
이를 통해 토마즈 살레히의 문제는 국제적인 인권 문제로 관심을 받게 되었고, 지속적인 구명 운동으로 마침내 그는 2024년 12월 2일 석방되었다. 이러한 일로 독일에 있는 이란 친정부 사람들로부터 협박을 받기도 했지만, 억울한 사람 편에 서서 힘이 되어 줄 수 있었다는 데에 큰 보람을 느낀다. 독일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이 아니었으면 감히 할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도 못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교포: 그럼,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이 의원: 모든 일이 그렇듯이 지나고 나면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4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해, 처음 계획했던 일들을 정상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한다는 것이 제일 아쉽다.
그리고 좀 더 현실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정책을 제안하고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 했어야 했는데 , 미흡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더 나아가서 한인 2세 국회의원으로서 동포 사회와의 접점을 좀 더 넓히지 못 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재선 의원이 되면 이제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교포: 의정 활동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이 의원: 의원으로서 생활한다는 것은 겉으로 보여지는 것 이상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베를린과 지역구인 Aachen을 오가면서 수시로 밤늦게 까지 열리는 크고 작은 회의들, 언론 인터뷰, 현안 처리 및 정책 연구, 정책 설명회, 민원 상담, 지역 행사 참석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정들이 쏟아진다.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기 어렵다. 어떤 날은 외부 인사 면담때문에 연달아 몇 번씩 식사를 해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어떤 날은 한끼도 제대로 먹을 시간이 없을 때도 있다. 이렇게 바쁘고 불규칙적인 일정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
교포: 21대 연방 의회 선거 제도는 어떻게 바뀌었는지?

이 의원: 기본적으로 독일 연방 의회 선거는 지역구 후보자 개인에게 표를 주는 제 1 투표(die 1. Stimme)와 선호하는 정당에게 표를 주는 제 2 투표(die 2. Stimme)를 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제 1 투표로 299개 지역구에서 최다 득표한 당선자는 자동으로 의원 자격을 얻었고, 제 2 투표 결과는 각 정당이 그 회기에 연방 의회에서 차지할 수 있는 의석 비율을 결정했다.
이런 선거 제도에서 어느 한 정당이 제 1 투표(die 1. Stimme)를 통해 다른 당에 비해 월등히 많은 1등 당선자를 배출할 경우, 그 당은 제 2투표(die 2. Stimme)의 득표율로 배분 받을 수 있는 의석보다 더 많은 의회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 이것을 초과 의석 (Übergangsmandate)이라 하는데, 이럴 경우 제 2투표(die 2. Stimme) 결과에 따른 각 정당들 간의 의석 비율이 무너지게 된다.
이러한 의석 비율 불균형을 보완하기 위해 다른 당에 추가 의석을 배분하는데 이것을 균등의석 (Ausgleichsmandate)라고 한다. 이렇게 추가 배분되는 균등의석수가 많아지면 전체 의석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 결과가 지난 20대 의회인데, 735명 이라는 대규모의 의원을 가진 맘모스 의회가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연방 의회 선거 제도를 바꾸게 되었다. 새로 제정된 선거 제도도 지난 선거 때 같이 제 1 투표(die 1. Stimme)와 제 2 투표(die 2. Stimme)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연방 의회 전체 의석수를 630명으로 제한하고, 초과 의석 (Übergangsmandate)과 균등의석 (Ausgleichsmandate)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고 각 정당이 제 2 투표에서 획득한 지지 비율만큼의 의석수만 배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새 선거 제도에 따르면 299개 선거구에서 제 1 투표로 최다 득표자가 되었다 할지라도, 자신이 속한 정당에 배분된 의석수에 따라 연방 의회에 입성할 기회를 얻지 못 할 수도 있게 된다.
교포: 새로 도입된 연방 의회의 의석 배분 방식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는지?
이 의원: 연방 의회 의석 배분은 3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단계로 지지 정당에 표를 행사하는 제 2 투표에서 산출된 전국의 모든 유효표를 합산한다. 이 때 제 2 투표에서 전국적으로 5% 이상 득표하지 못하고, 299 선거구 중에 제 1 투표에서 3곳 이상 최다 득표자도 배출하지 못한 정당의 표는 제외된다.
이렇게 합산된 제 2 투표의 유효표를 연방의회 의원정수 630으로 나눈다. 그러면 국회 의원 한 명에게 할당될 수 있는 할당지수(Zuteilungsdivisor)가 나온다. 이 할당지수로 각 정당들이 제 2 투표에서 획득한 득표수를 나누면 각 정당이 독일 연방 의회에서 차지할 수 있는 의석수가 산출된다.
그런 후에 각 정당들이 전국적으로 배당 받은 의석을, 다시 16개 연방주에서 제각각 획득한 제 2 투표 득표수 비율에 따라 각 정당이 개개의 연방주에서 가질 수 있는 의석수를 배분한다.
이렇게 16 개 연방주에서의 정당별 의석수가 산출되면, 세 번째 단계로 16개 연방주에서 독일 연방 의회에 들어갈 의원들을 정당별로 선정한다. 이때 각 정당에서 제 1투표 최다 득표자들이 득표율 순서로 우선권을 갖는다.
그리고 제 1투표 최다 득표자들이 그 당에 배당된 의석을 다 채우지 못하면, 선거전에 미리 작성한 주명부(Landesliste) 에 따라 남은 의석을 채우게 된다. 반대로 제 1투표 최다 득표자가 그 당에 배당된 의석보다 많을 때는 득표율 하위 순서로 탈락하게 된다.
교포: 독일에서 연방 의원 후보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이 의원: 연방 의회 선거에 출마하려면 우선 자신이 속한 당의 지역구 후보자로 선출 되어야 한다. 지역구에서 선출된 후보는 다시 지역구 상위 조직인 권역별 대의원 대회에서 추인을 받는다. 각각의 권역별 대의원 대회에서 추인을 받은 후보자들 명단은 연방주(Land) 당지도부에 보고되고, 각 연방주 당지도부는 지역구 후보자들 명단을 취합하여 주명부 (Landesliste) 순번을 작성한다.
이때 당기여도, 지난 회기 지역구 당선자, 선수가 높은 후보자 등으로 평점을 매겨, 남녀 성별 교차 방식으로 후보들의 순번을 정한다. 이렇게 정해진 주명부는 그 연방주 전당 대회에서 다시 추인 받아야 한다. 이 때 당에서 부여한 순번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후보는 이의를 제기하고 자신이 들어가고자 하는 순번의 후보와 결선 투표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결선 투표에서 이긴 후보는 자신이 원하는 순번을 받게 되고, 진 후보는 경쟁 신청을 한 후보의 순번으로 밀리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주명부가 확정되어 선관위에 등록되면, 더 이상 주명부는 변경할 수 없다. 그리고 의회 선거 결과에 따라 제 1 투표 최고 득표자로, 혹은 주명부 (Landesliste) 순번에 따라 연방 의원이 될 수 있다.
교포: 그렇다면 이 의원의 NRW에서의 순번은 어떻게 되는지?

이 의원: 지난 선거 때 보다는 조금 나은 28번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주명부 (Landesliste) 순번으로 의회에 들어가는 것이 좀 어려워 보인다. 때문에 Aachen 지역구에서 최다 득표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그리고 SPD가 제 2 투표를 통해 많은 의회 의석을 확보하길 기대한다. NRW 에서 SPD가 많은 득표를 하는 것도 중요 하다.
교포: 선거 운동 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
이 의원: 선거 운동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가능한 한 많은 가정을 직접 방문해서 나를 알릴 생각이다. 또한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이용하고, 각종 토론회에 참여하여 내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다행히 많은 지지자들이 응원해 주고 정성껏 후원금도 보내 주기도 있어, 힘을 많이 얻는다. 후원금이 많으면 선거 홍보물도 더 많이 만들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거리에서 선거 운동을 지원해 주는 자원 봉사자들에게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더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교포: 재선이 된다면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의정 활동을 하려고 하는지?
이 의원: 3년 전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출마 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변혁의 시기에 쉽게 소외될 수 있는 개개인의 삶에 관심을 갖고, 그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여, 우리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초심을 잃지 않고 경제적인 장벽이나, 언어적인 장벽, 사회 구조적인 장벽과 같은 모든 장벽을 무너뜨려 서로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 할 것이다. 또한 합리적인 이주민 정책 (Migrationpolitik)과 다양한 문화의 공존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교포: 동포사회에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의원: SPD가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SPD가 다른 당들 보다는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독일 사회에서 소수인 교민 여러분들이 이러한 SPD의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교포: 선거 준비로 바쁜데 이렇게 시간을 내 줘서 감사하다.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란다.
이 의원: 이렇게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하다. 제 홈페이지에 (yeonerhie.de)에 들어 가시면, 지금까지 설명해 드린 것을 좀 더 많이 볼 수가 있다. 많이 이용해 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많은 관심과 응원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정리: 나복찬 중부지사장
1395호 20면, 2025년 1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