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 춤과 현대무용의
무언극 열려

한국 역사를 주제로 한 임지애, 신경수, 지선하겐, 김옥희 4인극

베를린. 전통과 현대무용의 춤사위를 바탕으로 한 무언극 „Mountain, Tree, Cloud and Tiger“가 소피엔잘에서 관중 앞에 펼쳐졌다. 지난 10월 6일 일요일 4일 째이자 마지막공연이었다. 무언극이라서 대사는 물론 없고, 들리는 음향이나 보이는 무대장치도 없었다. 배우 무용수들이 내 뱉거나, 신체 부분이 마찰, 또는 바닥에 떨어지면서 내는, 뜻을 감지할 수 없는 소리 외에는 밝디 밝은 조명이 있었다. 임지애 전통 현대무용가가 구상하고 안무한 작품이다. 베를린 시에서 문화와 유럽프로젝트로 재정후원을 하였다.

임지애, 지선하겐, 경수 신놀테, 옥희 김베너스가 말총머리에 핼쑥한 무대화장으로 열연한 공연이었다.

짙은 안개가 덮힌 것같은 극장 안으로 입장한 관객은 등받이가 없는 2인석 통나무 의자에 착석하였다. 색상이 없다싶은 노동자 작업복 같은 바지와 웃옷을 입고 15분 동안 느린 걸음으로 전진 후퇴 하는 4명의 무용수를 주시하였다. 무대가 없어 무용수와 관객은 거리감 없이 서로를 느낄 수가 있었다.

차단된 선과 공간이 없이 밀고 당기며, 파편처럼 조각 난 현대무용, 전통무용의 춤사위가 무용수들의 흐르는 움직임을 통해, 보는 이에게 때로는 아주 가깝게, 또는 멀어졌다. 그 가운데에, 때로는 두 무용수의 팔가마에 실린 승리자는 도도하였으며, 치켜든 검지는 계속 돌며, 어딘가를 향해 있었다.

이 무언극의 줄거리 작가 토마스 슛트 Thomas Schuett는 공연 후 교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이지 않을 뿐, 모든 형태는 각 인간의 기억 속에 잠재적 존재한다. 현재와 과거의 기억은 경계선 없이, 의지와 거리와는 관련 없이 우리가 가진 하나의 몸 안에서 상호 작용한다”면서 늘 시야 속의 움직임, 또는 느끼는 감각적인 모든 것은 그에 해당되는 기억의 실마리를 찾는 본인에 의해서 송두리째 표출된다고 하였다.

한국인의 춤사위에 새겨진 한국인의 역사가 오늘공연의 주제로서, 전통과 현대무용으로 나누어 불리지만 한 민족으로 태어나, 숨 쉬는 네 명의 한국여자 무용수의 움직임이 한국인 역사를 보여준다고 하였다.

토마스 슛트 작가는 “관객이 한국의 전통, 현대 춤사위 형태를 분별하거나 비교하는 데는 큰 관심이 없다. 이 움직임은 각 인간의 기억과 함께 소멸과 생성을 거듭하며 새로운 형태로 변해갈 것이다. 이 것 또한 어느 한 민족에만 국한 되지 않은 인류학적 예술의 본성”이라고 하였다.

진지한 모습에 발 끝 내면을 바닥에 붙히고 반 동그라미를 그리며 입장하는 강선영 류 태평무의 도입부분인 터벌임, 학처럼 날아가는 이매방 류 선비춤의 자진모리 춤사위, 살풀이춤의 힌 수건을 든 것같은 춤사위도 한 조각으로 공연에 담겼다.

오랜기간 동안 전통무용에 전념해온 가야무용단의 신경수 단장과 김옥 희단원이 6주를 걸친 연습기간과 4일 동안의 공연에서 새로운 동료와 관객을 만나는 새로운 도전을 하였다.

이 도전에 힘을 실어 준 임지애 무용수는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안무를 전공한다. 독일교포 1세로 불리는 가야무용단 단원들은 타국 삶의 일부분으로 한국전통무용을 선택하였다. 가야무용단은 올 11월에 고국을 방문, 국내 후원자, 관객들과 무용단 활동사진, 동영상을 공유하며, 연극과 무용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김도미니카기자

2019년 10월 10일, 1142호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