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6)
우리는 외계인을 만날 수 있을까?

많은 SF 영화에서는 외계 생명체가 등장한다. 유명 작품으로 E.T., 에이리언 (영화), 스타워즈 (영화) 등이 있다. 주로 지구를 찾아오는데, 대부분이 인간을 싫어하는 쪽으로 나오고, 인간보다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작품에서는 인간처럼 팔다리가 달려있고 전체적으로 비슷하게 생겼지만, 피부색이 다르거나 뿔이 달리는 등 인간과 조금 다르게 생긴 것도 있고 형체 자체가 다른 것도 있다.

옛날 교통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에는 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멀리 떨어진 곳에 잇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먼 곳에 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우리들로서는 다른 나라가 존재한다는 그 자체마저도 알 수 없었다. 우주인과의 만남도 이와 마찬가지다.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존재 자체마저도 부정될 수가 있는 것이다. 생명이 같은 시기에 서로 다른 곳에서 존재하더라도 드넓은 우주에서 그들이 만나기란 어렵다.

빛의 속도로 우주를 여행한다고 하더라도 가장 가까운 별까지도 4년이 훨씬 더 걸린다. 하지만 가장 빠른 우주선의 속도는 초속 14㎞에 불과하다. 빛의 속도인 30만㎞의 0.005%인 것이다. 이러한 속도로 가면 가장 가까운 프록시마 별까지에만도 8만년이 걸린다.

따라서 현재로서 외계인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들이 우리 아주 근방에 존재하여야만 한다. 화성이나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우리가 만날 수 있겠지만 태양계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별의 주위에 존재한다면 그들을 만나기는 힘들 것이다.

어떠한 것이 아무리 빠르더라도 빛보다는 빨리 움직일 수가 없다. 가장 빠른 빛이지만 빛의 속도로서도 우리은하의 가장 먼 곳에 갔다가 돌아오는 데만도 16만년이 걸린다.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은하에 다녀오는 데는 460만년이 필요하다. 빛의 속도가 비록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지만 전체 우주의 크기에서 볼 때에는 빛의 속도도 별로 소용이 없다.

하지만 빛이 아닌 물체가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러 가지 물질이 우주선의 속도를 제한할 뿐 아니라 속도가 빨라지면 엄청난 질량을 갖게 되기 때문에 엄청난 에너지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질량이 무한대에 가까운 우주선을 움직이려면 무한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어떤 우주선도 빛의 속도에 가까이 달릴 수는 없다.

매우 발달한 문명이 있어 빛 속도의 10분의 1까지 달릴 수 있는 우주선을 만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지만 그 우주선으로도 은하수 끝까지 갔다 오는 데 100만년 이상이 걸린다.

그러면 현재의 기술로 먼 곳의 천체까지는 얼마나 걸리는가? 달까지 가는 데 며칠이 걸리고, 금성이나 화성에 가는 데 몇 달이 걸린다. 그러나 태양계를 벗어나면 가장 가까운 별에 가는 데에도 수만 년이 소요된다. 정말로 우리가 다른 별에 간다는 것은 엄청나게 멀고도 긴 여행이다.

우주로의 여행은 가능한가?

현재로서는 한 세대를 초과하는 우주여행은 불가능하다. 별들간의 여행을 하려면 빛과 같은 빠른 비행선을 만들거나 아니면 현재의 우주선에서 수백 세대가 계속 살아가면서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UFO(Uncertified Flying Object:미확인 비행물체)가 외계인이 타고 온 비행선이라면 아마도 그들은 그 속에서 수백, 수천 세대간 살아오면서 여행을 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의 수명이 몇 천년, 몇 만년이 된다면 한 세대 혹은 몇 세대만의 여행으로도 지구에 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사는 동물의 수명이 백년 정도임을 감안하면 외계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나이가 수 천년, 수 만년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빛의 속도를 훨씬 능가하는 우주선, 인간 수명의 수백배나 되는 생존기간, 이러한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생명체가 자신의 생존기간 동안에 자기 이외의 별로 우주 여행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외계인을 만날 가능성은?

매우 문명이 발달한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우리가 그들을 만날 수 있을까? 현재 우리은하에 존재하는 지적문명이 100개가 존재한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은하의 지름이 10만 광년이니까 각 문명 사이의 거리는 1,000광년이 된다. 그렇다면 가장 가까운 외계문명까지 가는 데에는 빛으로도 1,000년이 걸리는 것이다.

인간의 수명은 백년이 채 못되고 한 세대가 30년 정도이니까 가장 가까운 외계문명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33세대가 새로 태어나서 성장하면서 우주여행을 해야만 한다. 우주선 안에서 새로운 세대에게 항성간 여행에 필요한 지식을 인계하고 계속하여 식량을 생산하면서 천년 동안을 여행하여야 하는 것이다. 다시 그 우주선이 외계인을 방문하고 지구에 되돌아오기 위해서는 또 1,000년이 소요된다.

우리를 찾아온 외계인이라면 분명히 그들을 드러낼 것이다.

생명이 발생하고 진화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처럼 생명이 서로 같은 시간에 만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아마도 전자보다 후자가 더욱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외계인이 존재하더라도 우리는 영원히 그 존재를 확인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확인하지 못한다고 해서 존재 자체가 부정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주여행의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UFO가 외계인이 타고 온 비행물체라고 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만약 수백년, 수천년 동안 자신 이외의 새로운 생명체를 찾아온 외계인들이라면 우리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외계인이 지구와 우리를 찾아냈다면 그는 자기 이외의 생명을 발견했다는 것에 대하여 무척 기뻐할 것이다. 그렇다면 애당초 지구를 정복하려는 목적이든, 아니면 우호적으로 방문하려는 목적이든 그들은 우리에게 보다 분명한 형태로 자신을 드러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접시나 UFO가 우리를 찾아온 외계 생명체의 비행선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러한 사항을 정리한 것이 유명한 ‘페르미의 역설’이다.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의 ‘페르미 역설’은, 드레이크 방정식의 매개 변수를 어느정도 과학적으로 합리적인 것으로 가정하면, 지구인과 접촉 가능한 외계 지적 생명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지구인이 지구 외부의 지적 생명체와 접촉하지 않는다는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만일 외계인이 있다고 하면, 긴 우주의 역사에서 인류보다 몇 만 년 혹은 수억 년 앞선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는 종족도 있고, 우주인들은 지구를 찾아 방문할만한 시간과 기회가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구상에는 우주에서 온 지적 생명체의 확실한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1182호 22면, 2020년 8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