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전시/ 독일의 Museum 소개

구텐베르크 박물관 (Gutenberg-Museum Mainz)


교포신문사는 “이달의 전시/ 독일의 Museum 소개”란을 신설, 첫 주에는 이달의 전시, 둘째, 셋째, 넷째 주에는 독일의 Museum(박물관, 미술관)을 소개한다. – 편집자주


– 인쇄술의 혁명을 가져온 구텐베르크 박물관

유럽 인쇄술의 역사는 구텐베르크에 의해 독일에서 시작되었다.

마인츠(Mainz)는 1453년 금속 활판 인쇄술을 발명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가 태어나 살아온 곳이다. 금속세공 도제업자로 알려진 구텐베르크는 마인츠의 자랑으로, 그의 이름을 딴 박물관과 기념비, 그리고 대학교가 있다.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의 핵심은 인쇄기였다. 마인츠는 와인으로 유명했는데, 구텐베르크는 포도즙액을 내기 위해 쓰던 포도 압착기를 이용해 활자를 찍어냈다. 인쇄를 위해선 무엇보다 인쇄기 압력을 견딜 만큼 활자가 튼튼해야 했다. 구텐베르크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 다양한 금속재료를 섞은 활자와 금속활자를 만드는 틀(프레임)을 제조했다. 그는 움직일 수 있는 활자, 재활용 가능한 활자를 만들었다. 대규모 투자를 받아 실패와 실패를 거듭한 결과였다.

금속활자로 조판작업을 마치고 완성된 활판에 잉크를 바르고, 활판 위에 종이를 올려놓은 뒤 압착기를 돌려 눌렀다. 굴뚝에 있는 흑연을 긁어내 색을 냈다. 그렇게 인간의 역사를 바꿀 인쇄술이 탄생했다. 구텐베르크 이후 성서는 대중화됐다. 활판 인쇄술로 책이 대량생산되며 유럽의 르네상스가 시작됐다. 신문의 탄생에도 기여했다.

구텐베르크 박물관

마인츠 시민들은 구텐베르크의 업적을 잊지 않았다. 1900년 구텐베르크 탄생 500주년을 맞아 시민들은 구텐베르크 박물관설립을 추진했다. 루드비히 박물관장은 “시민들이 구텐베르크를 시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해 그의 유산을 보존하고 그를 기념할 수 있게끔 박물관을 설립해야 한다며 시에 청원했다. 시민들이 먼저 박물관 설립기금을 모으고 상당수의 전시품을 수집했다. 시민이 기증한 전시품도 있다 전시되어 있다. 시민들이 박물관 설립을 주도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곳에는 구텐베르크 작업장을 비롯해 15~17세기 각종 인쇄기와 인쇄 도구들이 모여있다. 인쇄 혁명의 상징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구텐베르크 성서’ 48부 중 2부를 박물관이 소유하고 있다.

이 박물관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는 어두운 방안 유리 케이스 안에 진열되어 있었다. 구텐베르크는 당시 총 180권의 성서를 인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50권은 종이에 인쇄, 30권은 양피지에 인쇄했다.

​지금 남아있는 것은 그 중 49권 정도로 추정되며 독일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영국, 벨기에, 덴마크, 스위스 등지에 있다고 한다.

필사해서 책을 만들던 시절에는 여러 명의 수도사들이 돌아가며 필사를 해 1권의 성경책을 완성시키려면 3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러나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를 이용해서는 같은 기간 수백 수천배 이상의 책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하니 그 생산량의 비교수치만 봐도 인쇄혁명이라고 불리는 것이 쉽게 이해된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출판, 지식, 무역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으며 세계사에 영향을 끼쳤다.

구텐베르크 이전에는 성경 한 권을 만드는 데 무려 3년이 걸렸지만 구텐베르크 이후 책을 펴내는 시간은 획기적으로 앞당겨졌다.

세계변화에 이바지 한 위대한 혁명 중 하나가 인쇄혁명이다.

​손으로 한 장씩 필사해서 책을 만들던 시대에 책은 지금 서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책과는 다른 의미였다. ​높은 가격으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이었으며 지식의 독점으로 특정계층에만 지식은 대물림 될 뿐이었고 대중에게 지식의 전달은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구텐베르크 인쇄술로 인해 유럽에서는 특정 상위계층만이 소유하던 책이 대중화되었고, ​그로 인해 책값은 저렴해졌고, 많은 사람들에게 이전과 비교해 빠른 속도로 지식과 정보전달이 가능해졌다.

이 박물관은 구텐베르크를 위한 곳이면서 동시에 ‘인쇄의 모든 것’을 담고자 했다. 익숙한 사실이지만 구텐베르크보다 앞섰던 인쇄기술의 원조가 고려 시대 선조들이다. 그래 박물관은 1996년 유럽 박물관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실’을 신설해 세계 최고의 목판 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직지심체요절’(1234년) 등을 전시해왔다. 한국이 인쇄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갖고 있어서 복사본을 장기 임대 계약으로 빌려왔다. 직지의 인쇄과정을 시간순으로 전시해놓은 모형이 인상적이었다.

박물관은 한국·중국·일본의 인쇄술을 소개하는 동아시아 코너를 비롯해 이슬람 코너도 마련해놨다. 이밖에도 과거 책 제본을 위한 다양한 도구, 인쇄에 쓰인 물감을 생산 과정부터 물감 재료, 책 겉표지의 역사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에선 금속활자 인쇄과정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구텐베르크 기술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인쇄 시연은 1925년부터 진행했다. 인쇄업 종사자를 위한 실무교육프로그램도 있다. 기술만큼 기술을 쓰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일종의 장인 연수 과정이 있다. 옛날 방식의 책 제본 교육프로그램도 있다. 박물관 지하 1층에선 하루 네 번 인쇄술과 관련한 시연 중심 강의가 있다.

구텐베르크 박물관은 마인츠시가 소유하고 있다. 박물관은 각종 기부금을 받고 있으며 박물관에서 이뤄지는 각종 교육프로그램은 시에서 간섭하지 않는다. 46명의 정규직원이 있으며 이 중 4명이 연구원이다. 이들은 자칫 수백 년 전 인쇄기 전시에 그칠 수 있었던 박물관에 ‘미디어의 기원’과 같은 맥락을 불어넣어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학생들과의 접점을 찾고자 했다.

Gutenberg-Museum

Liebfrauenpl. 5, 55116 Mainz

1247호 28면, 2021년 12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