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돌아와야 할 우리 문화유산

-잃고, 잊고 또는 숨겨진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3)

북두칠성 말고 남두육성도 아시나요

고인돌에 별자리를 새기다

자연에 깃들여 사는 생명들에게 지금이 어느 시기에 속하는지를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농사와 수렵, 채취가 모두 날씨와 계절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시 통치자들은 하늘의 비밀과 흐름을 아는 것에 온 힘을 다 쏟았다. 고인돌에서 별자리 유적이 발견되는 이유도 바로 고인돌이 권력자의 무덤이기 때문이다.

고인돌에 새겨진 별자리 유적은 전라남도 화순군, 충청북도 청원군, 경상남도 함안군, 황해북도 은율군, 함경남도 함주군 등 한반도 전역에서 발견된다. 2005년 한 언론은 북한에서 별자리 고인돌 200개를 발견했다고 보도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처럼 한반도 전역에서 별자리 고인돌이 많이 발견되는 이유는 세계 전체 고인돌의 절반 이상이 한반도에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는 약 4만 기의 고인들이 있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발견된 7만여 기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전라남도는 2만여 기가 발견되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면적당 고인돌 밀집도를 보인다.

돌에 별자리를 새기는 전통은 고조선, 고구려,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었다. 대표적인 유물이 조선 건국 직후에 제작된 「천상열차분야지도」이다.

현재 「천상열차분야지도」는 1241년에 제작된 중국의 「순우천문도」에 이어 오래된 돌에 새긴 천문도로 1,467개의 별들이 선으로 묶여 290여 개의 별자리를 이루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흔히 알려진 것처럼 중국의 것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이슬람의 과학도 수용하여 우리만의 것으로 보완하면서 완성해 갔다는 것이다.

삶을 주관하는 남두육성과 죽음을 주관하는 북두칠성

별자리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북두칠성이다. 국자 모양의 7개 별로 이뤄진 별자리로 북반구에서는 어느 때나 볼 수 있어 시간과 방향을 알려 주는 여행자의 길잡이가 되어 주는 별자리이다. 고인돌 별자리, 고구려 고분벽화, 『조선왕조실록』에는 어김없이 이 북두칠성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북두칠성과 관련하여 46건의 기록이 있다.

그러나 ‘남두육성(南斗六星)’은 생소하다. 여름밤 남쪽 하늘에 나타나는 남두육성. 서양의 궁수자리에 속하는 이 여섯 개의 별은 북두칠성과 마주하고 있다. 은하수에 반쯤 잠긴 국자 모양으로, 북두칠성에 비해 훨씬 작고 어둡다. 우리 선조들은 고구려 고분벽화나 『조선왕조실록』 등에 남두육성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남두육성에 대한 조선왕조실록』의 기사를 보자.

“효종 4년 9월 7일: 달이 남두괴(南斗魁) 가운데에 들어가 둘째별을 범하였다.

숙종 8년 1682년 11월 5일:달이 남두육성의 셋째 별자리를 범하였다.”

달이 별에 가까이 다가가서 달빛으로 별을 가린 것을 ‘범하였다’로 기록한 것이다. 남두괴는 남두육성의 머리 부분 사각형을 이룬 네 별을 말한다. 수명을 주관한다는 남두육성을 조상들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남두육성을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있을까

우리의 전통 천문 연구는 일제강점기에 말살되고 광복 이후에는 서양식 연구와 교육으로 대체되었다. 수많은 고대 천문 기록과 유물들이 약탈, 반출되어 우리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국외에 소재한 우리나라 고대 천문 유물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영국, 일본, 중국, 독일, 미국에 수많은 자료가 흩어져 있다. 한 예로 일본 국회도서관에도 「 규일신서」, 「천문도」 등이 보관되어 있다.

우리 눈으로 본 우리 별자리, 바로 알자

우리가 배워서 알고 있는 대부분의 별자리는 1930년, 국제천문연맹(IAU)이 정한 88개의 별자리이다. 88개의 별자리는 황도 12개, 북반구 28개, 남반구 48개의 별자리로 대부분 그리스・로마 신화 속 동물이나 영웅들을 하늘의 별자리로 그린 것들이다.

일본 국회도서관에 소장된 조선시대 박연의 「혼천도」

그러나 ‘남두육성’과 같이 우리 선조들의 눈으로 본 별자리들이 있다. 일본 국회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박연의 「혼천도」가 대표적이다. 「혼천도」는 세종 때 제작한 별자리 지도로 이 별지도에는 처음 들어 보는 낯선 별자리들이 빼곡히 기록되어 있다.

무려 45개의 별을 묶은 우림군(羽林軍, 하늘의 군대를 나타내는 여러 개의 별들), 하늘 농장, 하늘의 조정, 하늘의 종묘, 식물원, 동물원 등 땅 위의 세상을 하늘로 옮겨 놓은 선조들의 별자리 세상이 펼쳐져있다.

별자리마다 사연과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데 전래동화 「견우와 직녀」로 잘 알려진 견우성과 직녀성이 그 예이다. 그리고 “이 별을 보면 오래 산다”는 노인성은 2~3월 저녁에 제주도 남단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옛 선인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것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런 노력들 덕분에 한국은 세계기록유산을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가 되었다. 독일 23건, 영국 22건, 폴란드 17건이고 한국이 16건이 등재되었다.

여기에 추가해서 ‘고대 천문 기록’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해야 한다.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에 기록한 천문 기록만 140만여 건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관측했을 뿐만 아니라 정확도에서도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본을 뛰어넘는다.

1437년에 기록된 전갈자리신성(「세종실록」)과 1604년에 관측된 케플러초신성(「선조실록」) 등 희귀한 천문 관측 기록을 남겼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귀중한 천문 기록으로 평가 받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사학자인 니덤(Joseph Needham, 1900~1995)은 “한국 천문학은 동아시아 천문학 전통의 독창적인 민족적 변형이었고, 한국 천문학이 만들어낸 각종 천문의기와 기록은 세계 과학사의 귀중한 유산이다”라고 한국 천문학의 우수성을 극찬했다.

1252호 30면, 2022년 1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