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Saragoza에서 “엄마는 해녀입니다.” 전시회를 만나다

4월 초 남편과 함께 1주일 계획으로 스페인 북부 지역을 돌아보기로 하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남쪽 “알리칸테, 토레비아하”에서 출발하여 계획한 4개 도시를 돌아 오는데 약 2000 km 정도가 되었다. 이번에 계획한 도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도시라, 먼 길이지만 욕심을 내어 돌아보기로 하였다.

스페인은 몇 년 전 경제 대 공항인 IMF 및 경제 파동으로 인하여 온 나라가 문을 닫아야 할 만큼 어려움을 겪었으며 일자리가 없어 독일 및 이웃 유럽 나라 등으로 일하러 오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러나 날씨가 4계절 내내 좋고 바다가 많아 넓게 펼쳐진 해수욕장 등 “휴가의 파라디스”다. 세계 일류 급 휴양지 마요르카 섬을 비롯하여 테네리화, 그란 카나리아, 라팔마, 란자로테 그리고 바셀로나, 알리칸테, 발렌시아, 무시아, 말라가, 마베야 등은 유럽에서 가장 사랑받는 휴가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서북쪽의 안달루시아 지방과 이번에 방문했던 북쪽에는 유럽의 상봉이라 일컫는 약 2650m의 산에는 여름에도 하얀 눈이 덮여있다. 바다가 많아 생선 종류의 음식도 많지만 평지엔 오렌지 귤 그리고 레몬 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어 경치 또한 매우 아름답고 또 날씨 탓인지 좀 넉넉하고 느긋하고 친절하다.

이번에 계획한 지역은 북쪽으로 산도 구경하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록된 도시들도 구경할 겸 왕복 약 2000km으로 긴 거리지만 여유있게 둘러보기로 하였다. 우리가 있는 남쪽 Torevieja 를 출발점으로 발렌시아 쪽으로 달리다 다시 북쪽으로 꺾어 달리니 산 전경이 아름답다.

주유를 위해 잠시 머물렀다가 우연히 발견한 Teruel이라는 도시에 대한 여행 가이드를 읽게 되었다. 유네스코에 등록된 도시라고 소개되어 있어 호기심에 가 보기로 하였다. 약 5분 정도를 달리니 한 눈에 빠져들어 갈 것 같은 복층으로 된 둥근 아치형 다리와 어울린 도시가 그림과 같다.

맘껏 사진을 찍고 우리가 정한 도시 Saragossa로 향했다. 다행히도 비가 그치고 햇빛이 우리를 반긴다. 약 6시간을 달려 도착한 도시 사라고사는 약간 크지만 역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록된 도시답게 역사 깊은 건물들을 볼 수 있었다. 중앙부에 호텔을 정하고 짐을 풀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햇빛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하였다.

호텔에서 가까운 곳에 볼거리들이 모여 있어 걸어서 둘러 볼 수 있었다. 역시 광장을 중심으로 성당 및 중요한 건물들이 모여 있어 이곳저곳 둘러보는 도중 우연히 미술전시회가 열리는 성당 안으로 생각 없이 들어갔다.

그런데 첫 번째 전시장에 “한복을 입은 여인” 그림이 눈에 뛰었다. 한복 색깔이나 또 한복을 입은 여인이 왠지 약간 어색해 보였지만, 왜 한복을 입은 여인 그림이 여기에 전시돼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구석구석 돌아보게 되었다. 전시된 그림들이 마치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이나 그림책인 것처럼 아기자기하고 색상도 매우 밝고 친밀감이 난다.

알고 보니 이번 전시회는 바로 이 도시에서 태어난 “Eva Armisen”의 전시회다. 에바 아미젠은 스페인의 화가로 Saragossa에서 태어났으며, 이미 한국에서는 잘 알려진 화가라고 한다. 그녀의 전시회 한편엔 한국의 해녀들을 소재로 한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고 또 영상으로도 소개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태어난 화가가 어떤 인연으로 ‘한국인 해녀’에 관심을 가지고 그림까지 그렸을까?“라는 관심이 갔다.

그녀가 상해에 있을 때 우연히 한국의 해녀에 관하여 알게 되어 제주도를 찾아가 해녀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하는 등 한국의 해녀에 관하여 관심을 갖게 되었고 한다. 그러면서 제주 해녀들의 일생을 다큐멘터리로 만든 영화 “물숨”의 영화 감독 고희영씨를 만나게 되고 더 나아가 고희영 감독의 책 “엄마는 해녀 입니다”라는 책을 그림으로 그리게 되었다. 이렇게 한국과 인연을 맺은 에바 아미젠의 활동으로 “한국의 해녀” 가 알려지게 되었다.

이 책의 내용은 제주도에서 평생 해녀를 했던 할머니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려서부터 해녀로만 살았던 할머니의 인생을 보고 절대 해녀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한 엄마는 도시로 나가 미용사가 되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가 그립고 파도가 그립고 바닷속의 신비가 그리워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할머니처럼 해녀로 산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그 깊고 깊은 바닷 속으로 들어가면서 산소통도 들지 않고 쉴 숨만을 들어 마시고 작업에 들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하지 않을 수 없다. 쉽게 산소통을 짊어지고 들어가면 좋으련만 해녀들 사이에서 약속이나 한 것처럼 지금까지 지켜오는 전통적인 일로 “욕심내지 말고 딱 네 숨만큼이나 있다 나오라” 는 말을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고 한다.

이런 행위는 자연에 순응하면서 바다가 주는 만큼만 가져오는 절제된 욕심을 배우게 하는 무언의 약속이기도 하고 또 적당량만 가져와야 바다 속의 생명들도 살아가게 된다는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 속의 내용을 아기자기하게 그림으로 나타낸 이 책은 어린이나 어른이나 모든 이들에게 행복을 준다. 그림 하나하나가 신비하고 또 신선하고 또 색감이 꽃과 같아 볼수록 아름답다.

제주 해녀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들 해녀들은 잠수복, 오리발, 마스크에만 의존해 그 깊고 깊은 바다 속 깊이 들어가 일을 하는데, 대부분은 중년을 넘어 90세가 되신 분도 있다. 평생을 해녀로써 살아가는 여인들의 삶은 그저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렇게 맺어진 인연으로 “한국의 해녀들의 삶”이 여러 나라에 알려지게 되었고 책까지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우연히 만나게 된 이 전시회와 인터뷰 및 영상으로 “한국의 해녀들의 삶”을 알게 된 것이 무엇보담 신기하고 기뻤다. 이렇게 타향에서 만나는 한국 이야기들은 더욱더 기쁘고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갖게 한다.

아름다운 사라고사에 이틀 묶은 후, 유네스코에 등재된 아름다운 도시 Burgos를 지나 유럽의 고지라고 불리는 눈 덮인 높은 산을 지나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Segovia를 거쳐 집으로 돌아 왔다.

약 2000km 를 달려 집에 돌아오니 파란 하늘과 햇빛이 우리를 반겨 준다.

이영남기자 youngnamls@gmail.com

1263호 17면, 2022년 4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