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3주년 광주민주항쟁을 기리는 재유럽오월민중제 열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베를린 유겐트헤어베르그에서 제43주년 광주518민주항쟁을 기념하는 ‘재유럽오월민중제’가 개최되었다.

5월 19일 금요일은 정담과 자유토론을 하고 그사이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에 대한 회고담을 하였다. 특히 멀리 남프랑스에서 1500km가 넘는 길을 멀다 않고 참석하시던 고 이희세 화백에 대한 애틋함을 달랬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정의의 길을 가라” 하심을 상기하며 그를 기리는 부산국제영화제유니코리아펀드 지원작인 최현정 감독의 “코리안 돈키호테, 이희세”를 관람하였다.

5월 20일 토요일, 김경태 님의 사회로 다같이 “임을 위한행진곡”을 불러 의기를 다졌다. 80년 광주항쟁정신을 다시 설명하며 “생의 마지막 그날까지 아니 우리민족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기억하며 실천하자”는 이종현 님의 개회사로 추모식을 시작하였다.

함부르크에서 온 이승연님이 자작 추모시를 낭독하였다. 또 얼마 전 귀국하여 서울 촛불시위무대에 올라 해외동포들의 뜨거운 마음을 전했으며, 함부르크에서 다시 촛불집회를 시작했으니 다른 지역에서도 많은 동조를 바란다고 하였다.

이어 묵념을 마치고 광주민주영령과 먼저가신 동지들, 세월호와 이태원참사의 희생자들에게 줄을 서서분향하였다. 향 내음이 가슴 깊이 스며들어 애잔함을 더해주었다. 분향을 마치고 목진학 성악가가 “직녀에게“와 “죽창가”로 무거운 분위기에 다시 힘을 실어주었다.

이어 덴마크에서 오신 임민식교수님이 “한반도 전쟁의 위기- 정전 협상 70주년” 주제로 강연하시고 활발한 토론이 있었다.

“통일의 상대인 동족을 적으로 규정하는” 오류를 지적하며, “격변하는 세계 질서 변환기의 정세를 이해하”자고 했다. 먼저 “1) 거시적 국제시각, 즉 현 세계 체제 이해와 2) 국내적 조국반도 주변변화-특히는 남북, 미일, 중러의 역학관계 변화를 이해해야”된다고 강조했다. 강연과 토론은 뜨거웠다.

오후에는 일본인 사진작가 야지마츠카사(마리오)씨가 “만남의 집-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스스로 “일본 놈입니다”라고 소개한 그는 대표적인 양심 있는 일본 분으로 지금은 한국에서 나눔의 집 공익제보자로 알려져 있다.

역사와 사진학을 전공하고 아사히 신문 출판국 사진작가로 재직하다 위안부의 진실을 알고 2003년 한국으로 건너가 3년간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할머니를 돌보는 일로 헌신했다. 2006년독일에 와서도 코리아 협의회와 함께 위안부 역사의 진실을 사진에 담아 발표했다.

2013년 9월에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베를린 공대에서 일본군 위안부 만행을 증언할 때 능숙한 우리말과 독일어로 자진하여 통역하였다.

2019년에 다시 한국으로 들어가 다시 ‘나눔의 집’에서 할머니들을 돌보며 일하던 중 운영진인 조계종의 횡포와 할머니들에 대한 부당함 등을 보고 동료들과 함께 PD수첩에 공익제보를 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운영진의 악랄한 탄압으로 참기 어려운 고초를 당하고 있다. 이번 잠시 독일에 들렸는데 마침 오월민중제가 있어 참석하고 ‘나눔의 집’에 대한 실상을 발표했다. 그의 선행에 감사하며 큰 상처에 작은 도움이라도 찾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어 ‘시국상황 즉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있었다.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검찰권력에 의한 정치경제적 현실과 이로 인한 민생의 어려움, 나아가 외교적 문제까지 심도 있게 다루었다. 또한 정전 70년을 맞아 민족의 숙원인 평화통일 전망과 한미일동맹에 대한 의견도 들었다.

마지막 토론으로 “515민주항쟁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하는 것은 여야 대선후보들의 공약이었다며 원포인트 개헌으로 이를 실현하자.”라는 광주행사 후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한 제안에 설명과 토론이 있었다. 원포인트 개헌이란 중요한 한가지 의제(즉 헌법전문에 수록)로 빨리 개헌하자는 제안이었다.

헌법전문은 헌법의 이념적 기초이자 최고규범이다. 이에 수록된 사항은 헌법을 포함한 모든 법률의 해석기준이 된다. 지금도 광주항쟁정신을 왜곡하거나 훼손하는 일들이 공공연히 자행되는데 이를 방지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수립하자는 것이다.

수준 높은 문화공연이 이어졌다. 문화원 판소리반의 농부가, 사랑가, 진도아리랑 노래에 이어 남과 북의 전통춤의 계승을 위해 연구하는 서 민성 무용가가 부채산조와 반고춤을 시연했다. 살포시 내디디며 아리듯 손짓하는 춤사위는 어느 댄스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민족만의 독특함이었다. 눈시울이 적셔왔다.

한동안 애틋함에 젖어있는데 가만이 작은 북소리가 들리더니 장고와 꽹과리가 울려 퍼지며 흥겨운 사물놀이 영남농악이 연주되었다. 유럽 전역에 우리전통음악을 보급하고 있는 문화원 사물놀이 팀이고 여기에는 유럽에서 전통음악을 새로운 기법으로 예술화하는 신효진, 김보성 예술가가 함께 하고 있다. 이둘은 천둥소리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행사 동안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님과 이지혜님이 동시통역하였다. 특별 헤드폰을 끼고 참석한 독일 분들이 계속 머리를 끄덕이며 박수를 쳤다. 특히 80년 광주민주항쟁을 처음 세상에 알리신 고 위르겐 힌츠페터(Jürgen Hinzpeter) 기자님의 부인과 그 자매님의 진지한 모습은 우리 마음을 포근하게 감쌌다.

저녁에는 밖으로 나와 성명서를 낭독하며 촛불집회를 하였다. 권오복님의 선창으로 “가라 전쟁! 오라 평화!”를 외치며 촛불을 높이 들고조국 한반도의 평화를 간절히 기원하였다. 반만년 이상 함께 살아온 사랑하는 남북형제들이다시 만날 소망을 가슴에 담았다.

5월 21일 마지막 날은 평가와 소감이 있었다. 코로나 후 첫 대면답게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었다. 우리 자신이 바로 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민주주의의 진면목을 또다시 확인했다. 고귀한 민주항쟁정신을 대를 이어 가자며 많은 방안이 제시되었다.

1981년부터 부모 손을 잡고 참석하던 어린이들이 청소년이 되자 추모식은 함께하고 토론 등은 10여년간 옆 강당에서 별도로 해왔었다. 정체성 확인과 미래 지향적 행사였다. 2세들이 사회에 진출하게 되었다. 사회초년생으로 별도행사 주최는 좀 버겁다며 직업인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본 행사에 참석하기로 하였다. 세월은 빠르다. 재유럽 오월민중제의 밝은 미래다.

기사제공: 재유럽 5.18 민중항쟁협의회

1317호 19면, 2023년 6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