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수 개인정보 보호책임자의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에티켓, 개인정보 보호(2)
교포신문사는 독일에 진출한 기업과 재독 한인들을 대상으로 이충수 개인정보 보호책임자의 개인정보 보호 관련 상식을 격주로 연재한다. 이충수 개인정보 보호책임자는 다년간 국내 기업에서 개인정보 보호책임자(DPO/Datenschutzbeauftragter)로서 근무하였으며, 현재 교포신문의 개인정보 보호책임을 맡고 있다. lee@mygood.company
유럽과 독일에서의 차량 블랙박스(dashcam) 사용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차량용 블랙박스(Dashcam)의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교통사고 발생 시 증거 확보의 수단으로 매우 유용하다는 점에서 많은 운전자들이 블랙박스를 설치하고 있으나, 유럽연합(EU) 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GDPR)의 엄격한 적용으로 인해 그 사용에 법적 제약이 존재한다. 특히 독일은 타 국가에 비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보호 수준이 높아, 블랙박스 사용이 위법으로 판단되는 경우도 많다.
이번 글에서는 GDPR의 틀 안에서 블랙박스 사용이 어떠한 법적 해석을 받고 있으며, 독일 연방대법원(BGH)의 판례를 중심으로 어떤 방식의 녹화가 허용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GDPR과 블랙박스 녹화의 충돌
GDPR은 유럽연합 전역에 적용되는 개인정보보호 규정으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모든 정보(예: 얼굴, 번호판 등)를 촬영•저장하는 경우에는 정보주체의 권리가 개입된다. 차량용 블랙박스가 공공도로를 주행하면서 무차별적으로 다른 사람의 차량 번호판, 얼굴, 위치정보 등을 녹화할 경우, 이는 명백히 개인정보 수집에 해당하며, 정당한 처리 근거(예: 동의, 정당한 이익 등)가 요구된다.
일반적인 블랙박스는 “상시 녹화” 기능을 통해 운행 중 지속적으로 영상을 저장하는 구조를 갖고 있으나, 이 경우 GDPR의 “목적 제한성” 및 “데이터 최소화 원칙”에 반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EU 내 많은 국가에서는 단순히 사고 예방이나 자기 방어 목적만으로는 상시 녹화를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상시녹화가 허용되는 한국과 달리, EU 내 많은 국가에서는 공공장소에서의 지속적 영상 녹화를 정당화하기 어렵다.
독일 연방대법원의 판결
2018년 5월 15일, 독일 연방대법원(BGH)은 판결(VI ZR 233/17)을 통해 블랙박스 영상의 법적 허용 범위를 제시하였다. 해당 사건에서 피고는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증거로 제출하였고, 그 영상이 법정에서 인정 가능한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BGH는 먼저 “공공도로에서의 상시녹화는 개인정보 보호법(BDSG 및 GDPR)에 반할 수 있다”고 명시하면서도, 개별 사건에서의 이익 형량을 통해 영상의 증거능력을 예외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즉, 사고 당시 특정 시간대의 짧은 영상이 문제 해결에 필수적이며, 다른 개인정보 보호 수단(예: 모자이크, 음소거 등)을 사용할 수 없을 경우에는 증거자료로 법정 제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판례는 독일 내에서 블랙박스 사용이 절대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며, 이벤트 기반 녹화(event-triggered recording)를 통한 제한적 저장 방식이 합법적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벤트 기반 녹화의 대두와 기술적 대안
BGH 판결 이후, 독일 및 EU 시장에서는 블랙박스의 이벤트 기반 녹화 기능이 강조되었다. 이벤트 기반 녹화란, 차량이 충격을 받았을 때나 급정거, 차선 이탈 등 특정 상황이 발생했을 때만 자동으로 영상을 저장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녹화된 영상은 일반적으로 사고 전후 몇 초(예: 전후 20~30초)만 저장되며, 그 외의 영상은 자동으로 삭제된다.
실제로 일부 차량제조회사 및 애프터 마켓에서 이벤트 중심 저장을 채택한 기기를 제공하며, 이는 개인정보보호와 증거 확보의 균형을 맞춘 방식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스티커 및 녹화 고지의 현실
GDPR의 투명성 원칙에 따라, 개인정보를 수집할 경우 당사자에게 알리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블랙박스는 공공도로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녹화하는 장치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부 국가에서는 “녹화 중”임을 알리는 스티커 부착을 권장하고 있으나, 이는 법적 의무는 아니며 실제 일반 차량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상업용 차량이나 택시에 “CCTV 녹화 중”이라는 고지 스티커를 붙이는 경우가 있으나, 독일 및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블랙박스 자체에 대한 규제가 더 강해 스티커 부착도 일반적이지 않다.
실무적 권고
독일에서 차량 블랙박스를 사용할 경우 상시 녹화 방식은 법적 위험을 수반하므로 한국에서 구입한 블랙박스를 사용할 때에는 해당 기능을 제한해야 한다.
그리고 블랙박스 영상을 제3자에게 제공할 경우에는 번호판이나 얼굴 등에 대해 블러 처리 등의 비식별화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하며, 특히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해당 영상을 온라인에 유포하는 행위는 GDPR 위반이 될 수 있으며 위반 시 고액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또한, 영상이 외부로 공개되거나 증거로 제출될 경우, 사생활 보호와 증거 필요성 간의 균형 원칙에 따라 판단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운전자의 책임 있는 사용과 함께, 제조사 및 서비스 제공자도 GDPR에 적합한 기술적 설계를 통해 법적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