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여행 2019년 9월19일 ~ 24일
한국에서여행 9월 24일 ~ 10월20일 (2)

황만섭

홍콩에서 서울 가는 편은 홍콩항공사(Cathay PacifI)의 비행기를 이용했다. 약 3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몇 년 만에 온 서울은 엄청나게 아름답고 깨끗하고 사람들은 친절하고 조용했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도 점잖았고, 차들도 물같이 조용하게 질서 있게 흘러가고 있었다. 깨끗한 화장실은 불편 없이 어디서나 아무 때나 사용할 수 있게끔 곳곳마다 있었고, 혹 화장실이 조금 떨어졌다 있다 싶으면 몇 미터 지점에 가면 화장실이 있다는 친절한 안내판까지 붙여놓아 길을 안내해주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나라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길가에는 쓰레기통이 없었고, 길바닥에는 떨어져 있는 쓰레기 하나도 볼 수 없었다. 서울은 분명히 아름답고 깨끗한 도시였다.

24일과 25일은 인사동호텔에서 쉬면서 여독을 풀기로 하고, 26일부터 30일까지 4박5일 동안 전국을 대강대강 돌면서 법주사, 내 고향(북하면 중평리), 백양사, 목포, 처의 고향(군외면 황진리), 부산, 경주불국사, 안동하회마을, 부석사 그리고 동해안을 거쳐 서울로 들어온다는 다소 욕심이 넘치는 수박겉핥기 식의 숨가쁜 여행계획을 세웠다. 내용은 어마어마했지만 무리는 하지 않기로 했다. 3살짜리 꼬마가 협조해주는 범위 내에서 편안하게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몇 년 전만해도 차량통행이 많았던 인사동이었고, 인사동의 대부분 상점들엔 값싼 중국산 물건들만 있어 보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했었는데, 지금은 어디에도 그런 물건들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땐 그런 물건들을 보면서 낙담을 했는데, 이제는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지금의 인사동에는 사고 싶은 고급상품들만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고, 교양 있고 수준 높은 세계최고의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인사동 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들의 행복한 웃음소리와 즐거운 이야기소리가 인사동에 넘쳤다.

몇 년 전만해도 한국에 휴가를 나오면 짜증이 났고, 화가 났으며, 불만 속에서 끙끙 앓다가 독일로 돌아가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마냥 즐겁기만 하다.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어디론가 한꺼번에 사라져버렸다. 이제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한국은 어느 한날 아침에 갑자기 선진국으로 변해있었다. 변하는 속도가 전광석화 같아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놀랍다. 마음이 뿌듯하고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러나 지금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다. 그것은 식당에서 아직도 보게 되는 코딱지처럼 작은 냅킨과, 화장실에만 들어가면 가래침을 올리는 끔찍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들만 행동을 고친다면 유럽 여러 선진국들이 한국의 수준을 따라오려면 아마 이마에 땀 좀 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4박5일 일정은 첫날(26일)부터 공수표가 발생했다.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법주사 구경을 포기해야 했고, 백양사와 장성추모공원 방문도 다음날로 미루어야만 했다. 그래서 첫날 일정은 곧장 고향마을 맞은편에 있는 호텔을 향해 가는 것으로 만족했다. 운전 중 고향에 있는 친구와 연락이 되어, 다른 친구 두 사람을 추가로 식당에 초대했고, 그러다 보니 저녁식사는 10사람이 한자리에 앉아 오랜만에 옛 이야기를 나누며 즐기는 저녁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에게 그런 시간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27일은 고개 넘어 이웃마을 뒷산에 있는 부모님 산소를 찾아 멀리 큰 도로 변에서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성묘를 대신하고, 장성추모공원에 들린 다음, 목포구경을 포기하고 곧바로 완도로 향했다. ‘황진리’는 집사람의 고향마을이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좌청룡 우백호처럼 포근한 명당자리에 지어진 집 마당에는 상다리가 쓰러질 정도의 산해진미가 점심식탁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덕분에 자연을 즐기며 환상적인 점심시간을 가졌다. 그날따라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었고 햇살도 따뜻했다. 이날 가진 야외식탁에서의 점심은 오래오래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나를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식사 후 완도를 일주하는 것으로 완도관광을 마치고 완도전망대에서 친척들과 헤어져 곧장 부산으로 향했다. 터널과 계곡, 들판과 산을 지나 늦은 시간에 부산해운대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고, 다음날 해운대모래사장을 걸었다. 해운대전통시장에서 부추전에 소주도 한잔 마셨다. 해운대 백사장은 좌측으론 ‘달맞이 길’과 ‘해월정’이 있는 얕은 산과, 우측에 있는 동백 섬의 동백공원, 조선호텔, 누리마루 APEC하우스가 있는 얕은 산이 있었고, 그 사이에 해운대백사장이 길게 자리잡고 있었다.

낙동강 하구에는 을숙도가 있고, 또 부산에는 해수욕장도 많은데, 낙동강 하구에서부터 차례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해수욕장을 세어보면 다대포 해수욕장, 송도해수욕장, 광안리 해수욕장, 해운대해수욕장, 송정해수욕장 등이 부산을 감싸고 바닷가에 차례대로 자리잡고 있다.

관광지구는 다섯 지구로 나뉜다. 첫째 남포지구에는 용두 산 공원,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광복로, 부산역과 부산항대교 등이 볼만하고, 두 번째 서면지구에는 호천 마을, 부산전시장, 천포카페 거리, 부산평화시장 등이다. 세 번째 지구는 광안리 센텀시티로 광안리 해수욕장과 광안대교, 백스코, 영화의전당 등이 있다. 네 번째는 해운대관광지구로 해운대해수욕장과 해운대온천, 동백 산, 달맞이 길, 누리마루 APEC하우스 등이 있고, 다섯 번째로 오시리 관광지구로 젖병등대와 해동용궁사가 유명하다.

부산에서는 지붕이 세계최대의 ‘빅루프’ 로 지어진 영화의 전당이 유명하다. 그곳에서는 매일 17:00시에 벌어지는 아름다운 조명 또한 볼만하다. 10월에는 광안리 해수욕장과 광안대교 일대에서 벌어지는 불꽃놀이도 볼만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볼 수는 없다. 다음기회에 보기 위해 아껴두자고 했다. 부산에는 그 밖에도 가 볼만한 곳이 셀 수 없이 많다. 부산에 사는 사람도 아마 다 구경하지 못할 거라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불국사로 향했다.

신라시대에 천 년의 수도였던 경주는 여러 가지로 볼거리가 많다. 신라 경덕 왕 때 재상이었던 김대성에 의해 짓기 시작(751)한 불국사경내에는 다보탑, 석가탑과 청운교, 백운교, 연화교, 칠보교 등이 있으며, 화강암을 마치 나무로 만든 가구를 맞추듯이 지어진 건물로 유명하다. 8세기 중엽에 건축된 석조건물의 조형미는 신라 석조건축의 높은 수준을 말해준다.

김대성에 의해 같은 해에 토함산 중턱에 석굴암이 만들어졌지만,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사람들은 500여 년 동안 석굴암의 존재를 모르고 살다가, 조선시대 때 한 문인에 의해서 다시 발견된 국보다.

석굴암을 짓는 데는 20년이 걸렸다. 시내로 내려가면 첨성대, 천마 총(신라22대 지중 왕 능), 옛날에 안압지라 불렸던 곳은 ‘별궁 터’가 발굴되어 ‘동궁과 월지’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무열 왕 능, 분황사, 김유신 장군의 묘 포석정지가 있고, 특히 ‘경주 교촌마을’은 원효대사와 요석공주가 사랑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경주국립공원은 단석산지구, 서약지구, 화랑지구, 남산지구, 토함산지구, 대본지구 등 크게 여섯 군대로 나누어져 있다. 우리일행은 불국사만 둘러보고 안동하회마을을 향해 서둘러 발길을 재촉했다.

참조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사전, 나무위키 참조

사진: 인사동 거리

2020년 6월 19일, 1175호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