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축제, 뒤셀도르프한인교회 창립 50주년 기념예배, 제6대 이권행 담임목사 취임예배에 다녀와서

효린 강정희 (재독수필가, 시인, 소설가, 시조시인

미국 태생의 영국 시인 T.S. Eliot 엘리엇의 황무지 시 구절에는 ‘사월은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우고 사월에 대한 상념으로 희비가 교차하는 잔인한 달이다’라고 했는데 우리에게는 축복이 겹치는 달이다.

뒤셀도르프한인교회 창립 50주년 기념행사가 3월 31일, 4월 1일 15시에 김재완 목사(뒤셀도르프한인교회 제4대 담임목사)의 말씀 잔치 진리, 사명, 교회의 미래에 관한 주제로 열렸다. 4월 2일 주일날엔 약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50주년 기념 예배 및 제6대 이권행 담임목사 취임예배를 가졌다.

뒤셀도르프한인교회는 파독 근로자들, 광부와 간호사가 이룬 가족을 토대로 이루어진 교회이다.

지난 50년 동안 어려웠던 시절, 서운했던 시간, 허허 실수의 시간, 아픔에 베갯잇을 적시며 보이지 않은 눈물을 삭였던 시간, 파란만장한 곡절이 있었던 시절을 잘 이겨내어 둥글둥글해진 성도들은 여기저기 사방으로 흩어져 사는 60, 70을 넘어 80에 가까워져 오는 고령으로 인생의 황금기를 이곳에서 손발이 닳도록 고생하며 자식들을 키워 교육해 독일에 정착한 이주민들의 모범이 되는 분들이시다. 뿌리를 뽑아 국경을 넘어 다른 땅에 다시 뿌리를 내리겠다는 것은 쉬운 결심이 아니었으리!

1973년 4월1일에 독일 땅에 새로운 신앙공동체의 모습으로 재독 NRW 기독교 한인교회 연합회 두이스부르크 교회 이름으로 창립된 디아스포라의 역사이기도 하다. 1986년 교회 조직 문제로 독일 라인란트 지방 두이스부르크 한인교회로 명칭을 바뀌었고 2000년 11월에 재독 NRW 기독교 한인교회 연합회 소속 라팅겐 교회와 연합하여 Düsseldorf Epiphanias 교회에서 첫 예배를 드리면서 라인란트 지방 뒤셀도르프 한인교회로 불리게 되었다.

그동안 뒤셀도르프 한인교회는 다른 선택의 방법이 없이, 성도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6번째 예배처소가 바뀌었다. “그 도돌이표를 언제까지 해야 하나?” 고민하며 교인들은 닥치는 어려움은 새로운 공동체로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을 갖추도록 훈련받는 기간이며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위로하며 온 교우가 합심하여 새로운 예배처소를 위하여 기다리고 인내하며 정성을 모아 기도하는 중에 드디어 2014년 12월 2일 날 Klarenbachhaus 구매 계약 체결을 마치고 드디어 2016년 1월 1일부터 새로 구매한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어 긴긴 43년의 방랑 생활이 끝장이 났다.

그 어떤 민족에게도 없는 특별한 유전인자를 가진 한국인, 뒤셀도르프 한인교회 성도님들의 꿈이 이루어져서 더는 독일 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서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주인 의식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기도의 씨앗은 절대로 흩어지지 않고 기도는 한 톨도 땅에 떨어지지 않고 받아들이는 훈련이라고 이날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성도가 꾸준히 간절한 기도를 올렸었는지 상상이 간다.

우린 반세기를 독일에서 살면서 독일 시민으로 살아가지만, 속 사람은 한국인이다. 우리 영혼의 한국 음식을 즐겨 먹을 수 있고, 우리 교회 안에서 목사님의 설교를 알기 쉬운 한국말로 들으며, 찬양하며 한 주간의 누적된 스트레스를 풀며 안부를 묻고 인사하며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은 우리에게 주어진 큰 축복이다. 몸 안에 남아있는 ‘귀소본능’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느낌이기도 한다.

애국이란 꼭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얼과 피와 숨결이 흐르고 있는 우리말과 행동에 삶에 희망을 심고 가꾸면서 건강하게 감사한 마음으로 디아스포라의 아픔을 이겨내며 꿀벌같이 숙제하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살아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끊임없이 뒤셀도르프한인교회를 사랑으로 지켜주시는 주님의 뜻대로 많은 청빙 목사님들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뽑힌 이권행 목사님은 독일에서 신학을 공부하시고 한국에서 목회하시다가 2022년 12월에 뒤셀도르프 한인교회 제6대 담임목사로 그의 가족 이수미 사모님과 두 아들 선준, 선율 이와 함께 독일로 오셨다. 거의 1년 동안 담임목사 자리가 비어 있다가 열정이 넘치는 이권행 목사님의 부임으로 식물의 원활한 성장을 위하여 봄날에 분갈이하는 것처럼 새롭게 발전해 나가는 교회 모습이 그냥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교인대표 윤영숙 권사의 사회로 교회 창립 50주년 기념 및 담임목사 취임예배가 사작되었다. 천명윤 장로의 대표기도, 나복찬 장로의 50주년 회고 및 소개가 있었으며 뒤이어 50주년 공동 기도문 낭송 순서에서는 ‚그 시절 청기와를 얹은 우리의 교회를 중심으로 우리 한인 사회가 이루어지는 꿈을 꾸기도 하였지만, 이것은 정말 막연한 꿈이었습니다’라는 대목은 눈뿌리를 시리게 했다.

Simone Enthöfer 목사 (Dezernentin für Missionale Kirche) 축사, 성가대의 감사찬양에 이어 이권행 목사는(주가 쓰시겠다 하라!)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이어진 담임목사 취임예식은 김광철 목사(기독교재독한인교회협의회장, 함부르크한인교회 담임)의 ‘취임 문답’, 김재완 목사의 ’취임선언‘, 나기호 목사 (부페탈한인선교교회 원로목사) ‘교회와 담임목사를 위한 기도’, 김성현 목사 (Pfarrer und Studienleiter Referat Mission Interkulturell bei Mission Eine Welt)의 축사, 성가대 특별 찬양(주 너를 지키리)으로 은혜답게 진행되었다.

창립 시부터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교인 15명에게 감사 꽃다발을 전달하였으며, 기념선물로 장바구니를 마련, 참석자에게 함께 나누었다. 참석한 독일인들을 위해 예배의 순서, 내용을 완벽하게 독일어로 번역한 인쇄본을 배부하여 조금도 불편함이 없이 함께할 수 있었다.

오늘을 축하하는 이 복된 자리에 음식은 마음이고 눈으로 반을 먹는다고 정성을 다하여 여신도 회원들이 차린 구색을 갖춘 푸짐한 비빔밥은 눈물이 핑 돌도록 맛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 한인들의 자존심인 한인교회 안에서 마음의 빚 장을 열고 소통 교감하며 서로를 이해하며 양보하고 받아들이는 조화로움을 배우며 옹기종기 모여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결국, 사람은 사람한테 위로받고 사람한테 사랑받고 산다는데 모든 허물을 덮는 사랑으로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인생의 가을 길에서 그리 오래 남지 않은 여생을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할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이제 우리에게 이처럼 더 중요한 것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 이권행 담임목사님의 성령이 충만한 말씀에 힘입어 한인교회가 콩나물 교실처럼 꽉 찬 성도들로 위대한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며 따뜻한 배려와 사랑이 넘치는 아름다운 공동체로 은혜의 사다리를 타고 무럭무럭 자라기를 두 손 모아 빈다.

오늘 저희 뒤셀도르프 한인교회에는 봄들이 모였었지요. 성도님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러분은 주인의 역할을 잘 해내셨습니다! 오늘의 축제를 위해서 일정을 뒤로하시고 참석해 주신 모든 분에게 거듭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두루두루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몸담은 교회를 위하여 수고를 아끼지 않으시다 먼저 가신 교우님들을 위하여 묵상합니다.

아! 50년 독일 땅에

예지(豫知)하신 이 땅에 한인교회 세우셔
십자가 사랑으로 지켜주신 은혜에
깊어진 살이랑 마다 감사 눈물 고이네

눈치껏 끌어안고 서로를 치대면서
흘린 눈물 꽃잎 적셔 살겠다고, 살겠다고
비바람 살을 에어도 질기게 살아왔네

하나님의 뜻대로 우리 곁에 인도하신
이권행 목사님을 버선발로 반깁니다
성령의 두루마기를 두루 입혀 주소서

세, 네모 동그라미 낮추고 숙이면서
마음에 키 맞추며 봄 같은 마음으로
주님의 향기 닮으며 하나 되게 하소서

뼈마디가 저리게 땀 흘려 가꾼 나날
각시탈 웃음 지며 노래하게 하시고
영혼의 맑은 선율이 물결치게 하소서

채워지게 하소서 부족함을 감사로
나눔 하게 하소서 소망의 새순 내며
지치고 늙은 외로움, 품어 안게 하소서

1311호 14면, 2023년 4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