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정당국가’라고 칭해질 정도로 정당의 법적·정치적 위상이 높은 국가이다. 이러한 정당의 높은 위상은 독일 민주주의와 나치즘의 역사, 그리고 선거와 국가체제 등 제도적 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낳은 결과이다. 세계에서 정당정치의 모범으로 칭송받는 독일정당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먼저 독일 기본법상의 정당과 정당의 역사를 살펴보았고, 연방의회에 진출한 각 정당을 창당 순서로 살펴본다.
기독교민주연합(Christlich Demokratische Union Deutschlands, CDU) ②
기민련의 정책
기민련은 당명에 기독교가 들어가지만, 비종교인을 포함하는 다양한 종교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당의 정책은 기독교 윤리, 즉 사회보수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우파적으로, 노동시간 연장에 동의하고, 최저임금제를 도입하여 저임금노동자들이 실제로 받는 임금인 실질임금이 오르게 함으로써 단시간 노동이 줄어들게 하고, 소비를 촉진하였다. 원래 독일 등의 북유럽 국가들은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임금등의 노동조건을 공동으로 결정하지만,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하는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최저임금제를 도입하여 임금의 최저기준을 정한 것이다.
또한 기민련은 사회민주당(SPD)의 하르츠 법안을 계승하여 복지가 아닌 효율적인 국가 재정 운영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게르하르트 슈뢰더시절 폐지된 일부 복지 정책을 부활시키도 하였고, 무조건적인 기업 중심이 아닌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경제를 주장한다.
사회, 문화적으로는 보수주의적 성향을 띈다. 기민련은 동성결혼과 마리화나 합법화에 반대를 표명한다. 외교, 난민 문제에 관해서는 유럽통합주의에 동의한다. 독일로 들어오는 난민에 대해 윤리적 문제로 받아들이나, 그 수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기민련이 가장 선호하는 연정 파트너는 자유주의 정당인 자민당(FDP)이다. 그러나 사회민주당(SPD)의 우경화와 기민련의 좌클릭으로 인해 최근 들어 기민련은 자민당보다는 사민당을 연정 파트너로 더 많이 삼고 있다. 그 외에도 동맹 90/녹색당을 주요 연정 파트너 후보로 삼는다. 또한 기민련은 독일을 위한 대안(AfD), 좌파당(Linke)과는 연정불가를 천명하고 있다.
기민련 약사
1949년 9월 아데나워 총리를 내세워 집권에 성공한 후, 에르하르트 총리(1963.10-1966.10)와 키징어 총리(1966.10~1969.10)가 연속 집권에 성공한다. 그러나 1969년10월 총선에서 기민련은 사민(SPD)·자민당(FDP)에 패배, 20년 만에 정권을 사민·자민연립정부에 이양하게 된다.
1982년 10월 헬무트 슈미트 총리(SPD)에 대해 독일 역사상 최초 하원의 불신임 투표를 통과시켜 헬무트 콜 총리의 기민/기사연합-자민당 연정이 출범하게된다. 이후 1991년 12월 드레스덴 전당대회에서 ‘드레스덴 선언(Dresdner Manifest)’을 채택, 정책 주안점을 구동독 지역 재건에 두며, 특히 공공투자를 구동독 지역을 우선으로 재편성하고, 구동독 지역 주민에 대한 사회보장을 확충할 것을 정책으로 삼는다.
1998 년 9월 총선에서 슈뢰더 총리의 사민당에 패배, 16년간의 집권이 종료되고, 이에 콜 총리가 퇴진하고 1998년 11월 본에서 개최된 전당대회에서 볼프강 쇼이블레가 대의원의 93.4% 찬성으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다.(헬무트 콜은 명예대표로 선출되었다.)
1999년 4월 에어푸르트 전당대회를 개최하고, “에어푸르트 강령”을 채택하는데, 주 내용은 코소보 관련 결의안 채택(연방군의 참여를 지지하나 지상군 투입에는 반대)과 독일의 경쟁력 강화, 신고용정책 도입, 신규 당원 유입을 통한 당 구조 개편 등이다.
2000년 4월에는 에쎈 전당대회를 개최, 당 재정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새로운 당의 재정령을 제정하고, 자유・연대・정의를 강화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높여 각자 책임 하에 자기발전을 도모하여 급변하는 21세기의 도전에 현명하게 대처해 나갈 것을 강조한다.
2002년 1월 에드문트 슈토이버 기사당(CSU) 대표(바이에른 주총리)를 총선 총리후보로 추대했으나 집권에 실패한다.
2005년 9월 조기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기민련 대표를 총리후보로 추대, 제1당을 차지하고 사민당과 대연정을 구성한다. 이후 2009년 9월 총선에서도 승리하여 자민당(FDP)과 연정을 구성하였고, 2013년 9월과 2017년 총선에서 계속 승리하였으며, 사민당과 연정을 구성하였다.
2021년 1월 16일에 개최된 당대회에서 아르민 라셰트(Armin Laschet)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를 당대표로 선출하였다.
바이에른 기독교사회연합(CSU)과의 관계
기민련(CDU)은 바이에른공화국 주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으며 대신 바이에른에서만 활동하는 자매당인 바이에른 기독교사회연합(Christlich-Soziale Union in Bayern, CSU, 기사련)과 함께 활동한다. 그래서 연방의회(Bundestag)에서는 두 당이 CDU/CSU라는 단일한 교섭단체를 구성한다.
그러나 독일의 연방상원(Bundesrat)은 각 ‘주’를 대표하여 각 주 간의 관계, 연방 헌법 등에 관해 조정하는 특수 기관이라는 성격이 강해서 교섭단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주의회와 지방의회에서는 두 당이 공존하는 경우가 없으므로 기민련과 기사련은 연방의회에서만 공동으로 교섭단체를 꾸리고 있다.
유럽의회 선거의 경우, 독일은 전국 단일 명부를 사용하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했기 때문에, 기민련과 기사련 두 당은 따로 출마한다. 그래도 유럽 차원에서는 두 당이 동일한 정당에 소속되며, 유럽의회 내에서도 두 당이 동일한 교섭단체에 가입한다. 기민당과 기사당은 유럽 정당과 유럽의회 교섭단체 모두 친EU,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 인민당( European People’s Party, EPP) 소속이다.
교포신문사는 독자들의 독일이해를 돕기 위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교육 등에 관해 ‘독일을 이해하자’라는 연재란을 신설하였습니다. 독자들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1208호 29면, 2021년 2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