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미술사,
회화 중심으로 살펴보기 (3)

전성기 르네상스의 회화

지난 회에서는 초기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를 살펴보았다. 일반적으로 전성기 르네상스는 1490년대 초반부터 신성로마제국 군대에 의해 로마가 약탈을 당한 1527년까지를 말한다.

당대 회화의 특징

전성기 르네상스 회화의 특징은 고전적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겠다. 이제 모든 회화 내용은 자연스럽게 융합되어 통일에의 길을 걷게 되었다. 다양한 변화와 이질적 요소의 상호 작용은 조화외 균형을 갖춘 새로운 조형 원리를 성립시켰고 우아하고 품위 있는 표현은 새로운 미를 간결한 화면 위에 창조해 냈다.

1500년대 회화는 그 근원을 어디까지나 자연주의에 두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일단 긍정한 전제 위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이 점은 특히 레오나르도의 초기 작품과 차후 작품을 비교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

물체의 고정색을 부정 하거나 <암굴의 성모>에서 처럼 스푸마토(sfumato :대기 속으로 연기가 스미듯, 명암을 조정하여 극히 섬세하게 변화시키는 기법)라는 특유한 원근법을 사용하여 표현 대상을 그 내면에서부터 이상화시킴으로써 보다 회화적인 효과를 높이고 있는 경우와 같은 것이 그것이다.

이것은 종교화와 고전적 주제의 그림 모두에 해당되는 경향이었다(레오나르도, 라파엘로 등). 그리하여 마침내 회화는 가장 고귀한 예술로 인식되었고, 그것을 낳는 화가는 신에 대신하는 창조적 힘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레오나르도). 이들이 완성한 예술 세계는 인간의 존엄성과 위대성을 완전히 새롭게 규명지음으로써, 모든 인간의 자태와 움직임은 그것이 세속적인 그림의 것이건 종교적인 그림의 것이건 간에 이와 같은 감정을 북돋우는 데 이바지하였다.

또한 전성기 르네상스 그림에서는 그동안 부분적인 배경으로 등장해왔던 풍경이 더욱 더 적극적으로 인물상을 감싸며 풍부한 장식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 주목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 등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그것은 보다 더 회화적인 분위기를 붇돋아 줌으로써 회화예술의 새로운 국면을 펼쳐놓았다.

회화 내에서 풍경이 차지하는 이와같은 의미는 북부 이탈리아 베네치아 화파의 그림에서 많이 나타난다. 감정의 반영으로 나타나는 풍경을 바로 인간의 감정세계와 하나로 융합시킴으로써 특유한 아름다운 회화 세계를 펼쳐놓았다.

전성기 르네상스 회화의 거장들

르네상스의 진정한 완성을 이룩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가 등장한다. 다 빈치는 진정한 천재이자 열정이 가득한 한 인간이었다. 그의 끊임없는 관찰과 도전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업적을 이루어 내었다. 또한 과거에는 천한일로 여겨졌던 미술을 철학과도 같은 진정한 학문의 가치로 이끌어내었다.

밀라노의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 부엌에 그린 <최후의 만찬>은 르네상스 초기에 미술가들이 연구하던 모든 분야를 해결해준 작품으로 완벽한 구도, 인물과 배경의 조화로움, 인체의 비율까지 고려한 그 시대 최초의 작품이다. 1495년~1497년에 걸쳐 제작된 이 작품은 예수의 머리를 소실점으로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작품의 구조가 돋보인다. 회화의 법칙과 질서를 학문적으로 접근한 다빈치는 이 작품에서 원근법과 투시법을 활용하여 작품의 완벽한 질서를 표현하였다.

전성기 르네상스를 빛낸 최고의 거장은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미술보다는 조각에 관심을 갖고 인체 해부학에 몰두하였다. 그의 열정이 담긴 걸작 <천지창조>를 보고 있으면 당시 대부분의 미술가들이 그림에 도입하기를 꺼려했던 어려운 자세를 완벽히 표현하고 있으며, 그림속의 인물들의 움직임에 따른 근육의 변화까지 완벽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 작품으로 미켈란젤로는 이전의 그 어떤 미술가도 누리지 못했던 명성을 얻게 되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르네상스 시대 3대 거장 중 하나인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da Urbino)는 다른 두 사람의 장점을 고루 갖춘 예술가로서 살아 있는 동안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 궁정 화가였던 아버지에게 처음 그림을 배운 그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고향을 떠나 피렌체로 건너 간다.

그곳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가 한참 활약하고 있었는데, 라파엘로는 그들의 업적을 연구하며 다양한 작품을 남겼고, 미켈란젤로의 라이벌로 평가받기도 했다.

4년 뒤에는 로마로 향해 평생을 그곳에서 지내며 그의 생애를 대표하는 위대한 작품들을 만들어 낸다. <감옥에서 구출되는 성 베드로>, <아테나 학당> 등의 대표작들은 그 시절 교황의 거처를 꾸미는 벽화로 그린 것들이다. 한편 그의 초상화는 섬세한 색조와 고요한 분위기가 특징으로 훗날 렘브란트, 티치아노 등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레오나르도, 라파엘로, 미켈란젤로와 같은 거장들에 의해 로마와 피렌체에서 르네상스가 절정에 이르고 있을 때 베네치아에서 또 한 명이 거장이 탄생한다. 티치아노(Tiziano Vecellio)는 레오나르도에 의해 만들어진 삼각형 구도의 틀을 벗어나서 그림을 그려도 색체의 명암과 빛을 이용하여 그림을 완성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빛과 공기와 색채를 이용하여 그림의 중심을 완벽히 만들어냈으며 결국 또 다른 형태의 완성된 미술을 창조해냈다.


지난 해 6월부터 시작된 연재 “이달의 전시”는 코로나 19로 인한 미술관과 박물관 폐쇄가 해제되는 시기까지 잠정 중단합니다.
교포신문사는 “이달의 전시” 연재와 연관하여, 미술관 관람이 허용되는 시점까지, “유럽의 미술사, 회화 중심으로 살펴보기”를 연재합니다, 이를 통해 미술관의 작품들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1208호 28면, 2021년 2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