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원 박사와 둘러보는 문화와 문화 사이를 잇는 다양한 현장들 (34)

독일 대학생들이 경험한 ‘퀴즈 온 코리아’ 예선전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금세 알아본다. 한국어를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 K-pop에 빠져 안무를 익히고 연습하는 사람, 웹툰과 드라마를 통해 한국 문화와 가까워진 사람, 그리고 한국학을 전공하며 한국을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까지 —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제각각이지만, 그런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이면 자연스럽게 연대감이 싹튼다.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쉽게 말을 트고, 서로에게 진심 어린 관심을 나누며, 퀴즈 대회에서 문제를 틀려도 함께 웃어넘기게 된다.

얼마 전 본 대학에서 열린 ‘Quiz on Korea’ 독일 예선전도 바로 그런 분위기 속에서 펼쳐졌다. 한국에 관한 지식을 겨루는 자리였지만, 학생들의 마음속에 남은 것은 단순한 점수나 순위가 아니었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선보인 사람, 결승까지 당당히 오른 사람, 그리고 탈락한 뒤에도 끝까지 친구 곁에서 응원을 보낸 사람 —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날을 가득 채웠다. 행사가 끝나고 몇 주가 흐른 지금도 학생들은 그날의 분위기가 얼마나 특별했는지, 그 경험이 얼마나 소중하게 남아 있는지 이야기하곤 한다.

마렌 (Maren): “같은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행사 전부터 마렌의 기대는 남달랐다. 한국 문화와 언어, 역사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설렘이 앞섰다. 막상 행사장에 들어서자 그 기대는 현실이 되었다. 참가자들의 들뜬 기운이 공간 전체에 가득했고, 저마다 어떤 문제가 나올지 예상하며 옆 사람과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열정을 품고 이 자리에 모였다는 사실 자체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행사는 북 공연으로 힘차게 막을 올렸다. “북 소리가 울려 퍼지자마자 행사장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연주자들의 노력과 열정이 단번에 느껴졌죠.” 인사말이 끝난 뒤 본격적인 퀴즈가 시작되었다. 역사와 문화부터 언어, 음식, K-pop까지 분야도 다양했고, 참가자들은 중앙선에 나란히 서서 O와 X 중 하나를 골라 이동해야 했다. 퀴즈 사이사이에는 참가자들의 노래와 춤 공연이 이어졌고, 휴식 시간에는 김밥과 떡볶이, 한국 라면이 차려졌다.

“단순한 퀴즈 대회가 아니라, 한국 문화를 온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느낌이었어요.”

알렉스 (Alex): “긴장됐지만 정말 즐거웠어요

알렉스가 참가를 결심한 건 단순한 호기심에서였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걸 시도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교수님께서 수업 시간에 가보라고 독려하시기도 했고요.”

행사 전에는 친구들과 서로 문제를 내며 준비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 긴장을 키웠다. “중요한 역사나 정치 관련 숫자들이 자꾸 머릿속에서 빠져나가서 더 불안했어요. 하하.” 그러나 막상 행사장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훨씬 유쾌하고 따뜻했다.

퀴즈는 예상보다 훨씬 까다로웠지만, 알렉스는 상위 10명 안에 이름을 올렸고 기념 에코백도 손에 쥐었다. 그에 못지않게 인상 깊었던 건 경쟁 속에서도 살아 있던 응원의 분위기였다. “누군가 다음 라운드에 올라가면 다 같이 기뻐했어요. 경쟁심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서로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훨씬 강했죠.”

결국 결승까지 올라갔지만 주관식 문제 앞에서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이기지 못해도 뭔가를 얻는 경험 같아요. 긴장되고 떨렸지만, 정말 즐거웠어요.”

프란시스 (Frances): “내가 10등 안에 들었다고요?”

프란시스는 친구들과 함께 본으로 향했다. 막상 도착해보니 행사 규모는 상상을 훌쩍 넘겼고, 열기도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강당이 O와 X로 나뉘어 있었는데,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하다 뛰어가는 모습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 한 차례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패자 부활전 덕분에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순간이 찾아왔다. 2라운드 마지막 한 자리에 프란시스의 이름이 올라간 것이다. “정말 믿을 수가 없었어요. ‘내가 10등 안에 들었다고?’ 그 생각밖에 안 들었죠.” 현장에서 사회자 선생님이 소감을 묻자 너무 당황한 나머지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살려주세요!”

결국 2라운드 첫 문제에서 탈락했지만, 아쉬움보다는 뿌듯함이 더 컸다. 특히 친구 에밀리의 춤이 행사장 분위기를 단숨에 뒤바꾸어 놓던 순간이 오래 남았다. “친구들과 함께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에밀리 (Emily): “행사장 부엌에서 급하게 춤 연습했어요

“처음엔 이렇게 큰 행사인지 전혀 몰랐어요.” 참가 신청 후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찾아보다 ‘퀴즈 온 코리아’가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행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마음 한 켠에 긴장감이 슬며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게다가 행사 당일 아침, 뜻밖에도 장기자랑 무대에 서게 되었다는 소식을 부랴부랴 전해 들었다.

에밀리는 친구들과 함께 행사장 한쪽 구석의 작은 부엌으로 뛰어들어 안무를 맞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대에 올라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 긴장은 눈 녹듯 사라졌다. 공연이 끝나자 우레 같은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고, 에밀리는 장기자랑 상까지 거머쥐었다.

에밀리의 기억 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은 건 따로 있었다. “사람들이 단순히 퀴즈를 잘 보려고 온 게 아니라,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미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결승전이 시작되자 그 온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우리 모두 옆에서 정말 간절하게 응원했어요.”

리브 (Liv): “모두 함께 응원했어요

리브는 이번 행사를 “하루 종일 분위기가 계속 바뀌는 행사”라고 표현했다. 북 공연으로 문을 열더니, O/X 퀴즈와 음식 시간, 공연, 결승전까지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졌다. 점심시간에는 김밥과 만두, 떡볶이, 컵라면이 차려졌다. “다 정말 맛있었어요.”

결승전이 가까워질수록 열기는 한층 달아올랐다. 탈락한 참가자들도 자리를 지키며 남은 친구들을 목소리 높여 응원했고, 경쟁의 자리는 어느새 응원의 자리로 바뀌어 있었다. 마침내 마지막 문제에서 바네사가 정답을 맞히며 대미를 장식했다. “정말 자랑스러웠어요.”

리브는 조용히, 그러나 진심을 담아 말했다. “한국 문화에 이토록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값진 경험이었어요.”

바네사 (Vanessa): “그냥 재미있는 경험일 줄 알았어요

바네사는 처음부터 우승을 노리고 참가한 것이은 아니었다. “그냥 멋지고 재미있는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퀴즈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까다로웠고, 중간에 탈락했다가 패자 부활전으로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상위 10명만 남은 순간부터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때부터는 정말 긴장됐어요.”

마지막 세 명이 남았을 때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바네사가 최후의 정답을 맞혔다. 그 순간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친구들의 얼굴이었다. “친구들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정작 본인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주변은 이미 환호로 가득했다. 바네사는 그날을 떠올리며 조용히 말했다. “정말 흥미롭고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행사가 끝나고 학생들은 저마다의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그날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부엌에서 급하게 안무를 맞추던 순간도, “살려주세요!”를 외치며 결승 무대에 오르던 순간도, 친구의 우승에 함께 눈물 흘리며 기뻐하던 순간도 — 결국 모두 혼자가 아니라 함께였기에 가능한 장면들이었다.

그리고 아마 바로 그 이유로 학생들은 벌써부터 다음 ‘Quiz on Korea’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1461호 14면, 2026년 6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