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통일 30년 (59)

동서독 교육통합(10)

독일통일 후 독일 전 정부는 민주주의 교육과 사회주의 교육을 통합하는 역사적인 과업을 안게 되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독일은 교육통합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루었고, 독일의 교육이 갖고 있는 강점을 바탕으로 국가발전과 경제발전을 지속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통일후 동서독 교육통합 7

초중등교육 분야 통합 ⑤

– 학생 통합 2

구동독 청소년의 학교생활 적응과정

구동독 학교는 구서독 학교와 비교해 볼 때 전혀 다른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다. 구동독의 학교는 철저히 학습학교(Lernschule)로서 교사가 전달한 지식을 학생들은 단지 복습하는 것에 열중하였다. 반면, 독자적인 작업수행과 의사소통 능력은 별로 중요시되지 않았다. 교육방법 면에서도 교사가 중심이 되는 엄격한 교화와 훈육 중심의 교육을 실시하였다. 국가의 교육 통 제는 권위주의적이고 획일적인 교육방법을 낳았다. 교사중심-강의중심의 수 업 아래서 학생들은 복종심을 함양하고, 엄격히 훈육되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자기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진실성이 결여되고, 무책임하고, 무능력하게 되었다. 때문에 통일 이후 서독식의 자율적-아동중심적 수업에 심각한 이질감을 느끼고,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학생들의 적응상의 어려움은 일부 폭력으로 표출되었다.

학생들의 폭력은 가치혼란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원인을 제공하였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학급 내 집단주의적인 가치관 소멸, 과도한 학업 성취 능력의 요구, 학교에서의 자유 시간의 철폐 등에서, 즉 새로운 학교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한 데서 주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들은 신뢰할 수 있는 대화상대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였다. 교사들도 새로운 학교문화에 적응해야 했고, 수많은 과제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었다. 보다 중요한 이유는 “새로운 사회의 가치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교사들이 제공하는 지식에 대한 깊은 불신이 학생들 가운데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소수의 교사들만이 수업에서 문제가 있을 때, 학생들과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였다.

독일통일은 교육의 목적과 내용, 교육을 하는 교사, 교육을 받는 청소년들의 가치관과 삶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별히 구동독지역의 학교와 교육의 모습은 완전히 바뀌어, 교사와 학생들에게 갈등과 혼란을 초래하였고, 부적응 문제를 야기했다.

구동독은 통일된 단선형 교육제도를 갖고 있었던 반면, 구서독은 복선형 교육제도를 갖고 있었다. 통일된 단선형 교육제도에서 서독식의 다양하고 분화된 복선형 교육제도로의 전환은 대부분의 교사들과 학부모들에게는 낯선 것이었고, 새로운 제도를 이해하고 그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청소년들도 무척 혼란스러워 했다.

“교육제도 또한 서독의 교육제도를 그냥 그대로 받아들인 형편이어서 거기에 적응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동독 일반계 고2여학생)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교육제도 등등, 학교에 무서운 속도로 밀어닥치는 변화에 적응하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동독, 실업계 고1 여학생)

교육제도와 함께 교육내용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46. 먼저 구동독의 정치이념 과목인 국가시민 교과가 폐지되고, 대신 사회 또는 정치교육 과 목이 신설되었다. 그리고 외국어 과목이 대폭 보완되었다. 제1외국어가 러시 아어에서 영어로 바뀌었고, 프랑스어 등 현대어와 라틴어 등 고대어도 교육과정 안에 포함되었다. 더불어 종교와 윤리 과목이 정식 과목으로 채택되었다.

기존 교과목의 내용이 점차적으로 서독식의 교육내용으로 바뀌고 새로운 교과목이 생기면서 학생들은 이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새로운 교과목을 배워야 하는 것과 더불어 동일한 교과목에서도 구동독 때보다 배워야 할 교육내용이 많은 것이 큰 어려움이었다. 더불어 폐쇄사회에서 고립된 지식을 갖고 있었던 동독 학생들에게는 자유시장경제 원리, 개방적인 민주사회, 다원화된 사회 원리를 익히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았다. 여기에 교사의 이해 부족으로 새로운 교육과정이 충실히 운영되지 못하였다.

교육내용뿐 아니라, 교육방법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구동독의 교육방법은 사회주의적 가치관 주입교육이 강조되었으며, 교육방법도 획일적이어서 청소년들의 개성이 상실되고 독창성과 창의성이 무시되었다.

구동독의 학교는 철저히 ‘학습학교’로서 교사가 전달한 지식을 청소년들은 단지 복습하는 것에 열중하였다. 교사중심-강의중심의 권위주의적 수업 아래서 청소년들은 복종심을 함양하고, 엄격히 훈육되었다. 교사 역시 주어진 틀에서 가르치고 생활하여, 독자적인 수업계획안을 만들고 창의적이고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바뀐 교육과정 및 내용에 부합하는 교수법, 교육방법에 대한 이해와 교수역량의 부족이 적지 않은 문제로 작용하였다.

때문에 동독지역 학생들은 통일 직후 서독식의 자율적-아동중심적 수업에 이질감을 느끼고,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서 학생들은 점차 새로운 학교 문화와 교육방법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게 되었다. 학생들은 새로운 교육방식이 교사중심의 통제교육에서 벗어나 청소년이 존중되는 교육임을 점차적으로 깨우치게 되었다.

“통일되고 눈에 띄게 달라진 곳이 학교다. 이제 더 이상 ‘사회주의’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하지 않아도 되는 우리 선생님들은 전에 비해 훨씬 개방적으로 변했고 수업내용도 이제는 그렇게 딱딱하지 않아서 좋다.”(동독, 실업계 중3 여학생)

“학교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 수업 분위기도 전에 비해 훨씬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바뀌었으며, 이제 학교에서는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옛날처럼 호락호락하게 속아 넘어 가지는 않을 것이다.”(동독, 실업계 중3 여학생)

1235호 31면, 2021년 9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