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63)

독일의 법제도(19): 독일의 입법심사의 체계와 심사기준

연방 및 주의 입법심사기준 ①

개요

독일의 법령심사는 바이마르공화국에서의 법령심사부서의 취약한 지위와 나치체제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중앙집권적이고 독립된 부서에서 법령안을 법적인 관점에서 심사할 것이 요구되었다. 그리하여 1949년 10월 21일의 내각결정(Kabinettsbeschluß)에서 “내각은 법무부(Justizministerium)가 입법안의 준비과정에서 법률용어의 법형식성과 통일성을 심사하는데 참여할 것을 결정하였다.

이는 연방정부나 연방각부에서 발령하는 법규명령의 경우에도 동일하다”라고 결정하면서 연방법무부로 하여금 법령심사의 주도권을 가지도록 하였다. 그러나 현재 독일에서는 현존하는 연방법의 범위와 그 개정을 둘러싸고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즉, 너무 많은 조문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 조문의 내용이 지나치게 구체적이라는 점, 규범홍수(Normenflut)현상으로 경제를 마비시키고 개별 국민의 활동가능성을 축소시키고 있다는 점, 법령의 입안 및 작성에 있어서 현실에 적용되는 것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 및 입법자가 현실에 너무 늦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 법령의 개폐가 지나치게 잦다는 점, 법령의 실효성이 입법절차의 종료에 즈음하여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이다.

그리하여 연방법무부, 연방내무부에서는 규율내용과 규율형식과 관련하여 예상되는 범위내에서 계획된 규율이 주어진 규율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 규율들이 상위법과 일치하는가의 문제 나아가 제출된 규정들이 이미 존재하는 법규정에 모순없이 상응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심사하기 위한 체크리스트를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그 주된 심사내용으로서는 법규범의 서열체계가 고려되었는가, 규범상호간의 관련성이 명백한가,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규정들은 회피하였는가, 규율내용이 명백하고 수범자에게 이해될 수 있도록 작성되었는가, 원칙과 예외의 관계가 사실에 적합한가, 강제 또는 제재가 적당한가 등이다. 이러한 심사기준은 단순히 법형식적인 측면만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법내용적인 측면도 포함하여 형식과 내용이 따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연방의 각종 심사기준은 주에 그대로 적용되기도 하고, 주정부차원에서 연방의 심사기준을 참조하여 독자적으로 이를 마련하여 적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초안의 초기단계에서 개별점까지의 질문들이 담긴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여 법적인 관점에서의 문제점을 사전에 해소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입법심사기준의 분석

현재 연방 및 각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입법심사기준은 영미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규제영향분석(Regulatory Impact Analyse)에서 활용되는 내용과 유사한 점이 많다.

규제영향분석은 행정부가 규제를 도입하려는 경우에 사전에 그 규제를 도입할 필요성과 대체안, 도입 및 실시에 소요되는 비용과 기대되는 편익 등을 분석하여 입법자와 이해관계자, 국민등에 이를 제시함으로써 규제도입에 따른 공통의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분석수법이다. 이러한 규제영향분석제도는 정치․행정에 있어서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임과 동시에 공개성, 국민참여, 설명책임의 중요한 정치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활용되고 있다.

각국에서 규제영향평가를 제도화한 것은 1980년대부터 제기된 규제개혁의 일환에서 비롯한다. 당초에는 종래의 규제가 경제사회에 불필요한 부담을 초래한다는 반성하에 규제완화 내지 폐지를 의식한 구조로 되었으나, 1990년이후에는 규제의 질향상을 지향하여 보다 양호한 규제로의 전환을 검토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규제영향평가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기본법상 사회적 법치국가의 원칙을 선언하고 사회적 시장경제를 운영하여 온 독일에서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보다 중요한 가치로 설정하고 경제적 효율성의 문제는 이를 보완하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따라서 영미를 중심으로 대두된 규제개혁이나 민영화 등 경제적 효율성을 중시하는 분야에서의 개혁정책에 대하여는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에 이르러 사민당이 집권하면서 공공부문의 급격한 팽창으로 인한 재정적 비효율성과 법률 및 행정의 확장으로 인한 법률의 홍수현상과 관료주의화를 타파하기 위한 행정개혁을 본격적으로 단행하였다.

특히, 1983년 보수당인 기민당으로의 정권교체이후에는 연방차원에서 법령과 행정의 간소화를 위한 독립위원회를 설치하여 독일행정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법률 및 법규명령․행정규칙의 간소화작업을 추진하면서 영미식의 규제영향평가에 관한 분석항목과 분석수법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서 소개하는 연방 및 주의 입법심사기준은 영미의 규제영향분석의 내용과 유사한 점이 많다.

다만, 독일의 경우 비용분석을 중심으로하는 규제영향분석에 관한 실무경험이 그리 축적되어 있지 못하였고, 제도를 실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여건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여 규제영향분석이 활성화되지는 않고 있다. 또한 행정개혁의 중점이 법률 및 법규명령․행정규칙의 간소화라는 목표에 있기 때문에 입법심사의 기준도 입법의 필요성, 유용성, 이해가능성 등 입법론적인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비용분석은 부차적인 것으로 삼고 있다.

결국 독일의 경우 입법심사기준은 입법목표의 설정, 목표의 달성, 내용 및 형식의 면에서 핵심적인 요소를 추구하고, 그렇게 발견된 요구를 가장 잘 실현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모색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물론 구체적으로 절대적으로 정당한 그리고 이상적인 입법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한 이상적 입법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전제를 설정하는데 입법심사기준의 중점을 두고 있다.

즉, 입법은 사회적 갈등을 의도적으로 규율하고 또한 예정된 규제조치에 있어서는 규율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법치국가적 요구, 입법적 요구, 행정적 요구, 사법적 요구 및 수범자와 관련된 요구등이 충족되어야 하며, 그리고 규율에 있어서는 실효성의 통제가 가능하여야 한다.

1235호 29면, 2021년 9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