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원 박사와 둘러보는 문화와 문화 사이를 잇는 다양한 현장들 (11)

뤼디거 아스트 (Rüdiger Ast)

독일 대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어 및 한국 문화 전공을 선택하는 것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최근 들어 한국 문화의 매력은 많은 학생들이 한국학을 전공하는데 커다란 동기부여가 되는데 케이팝의 감염력 있는 비트부터 한국 드라마의 매혹적인 스토리 전개, 또한 한국 음식과 전통 예술의 풍부함과 다채로움까지 한국 문화는 미디어를 통해 빠른 속도로 전 세계적으로 퍼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학생들을 한국학의 세계로 불러들이는데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학생들은 우리 문화의 독특함과 활기로움에 매료되어 언어를 배우고 문화의 세세한 면까지 깊이 공부하면서 학문적 호기심까지 생겨 한국학을 전공하게 된다.

나아가 세계화로 국가 간 상호 연계성이 증진되면서 한국어와 같이 고등학교 교과목에 흔히 포함되지 않는 언어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능력이 점점 더 중요시되자 독일 학생들은 문화 간 소통에 능숙한 개인들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크게 증가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글로벌화된 취업 시장에서 한국어 능력을 기르는 것을 전략적 장점이라 인식한다. 즉 한국어의 성공적인 습득이 국제 비즈니스, 외교, 관광 및 학계와 같은 다양한 직업 분야에 걸쳐 길을 열어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언어학, 문화 연구 또는 아시아 지역 연구에 흥미를 가진 학생들은 한국어를 깊이 있게 배워 한국사, 한국문학, 종교, 철학, 현대 사회 문제 등의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학문적 시야를 넓히고 한국학 분야의 학자가 되기 위해 준비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주변의 친구, 가족 또는 연인과 같은 인간적 관계를 통해서이다. 한국 친구가 생기고 그와 특별한 연을 키우면서 한국어와 문화, 전통을 배워가며 한국에 대해 공부하는 것을 대학의 전공으로까지 정해 한국 사회를 깊게 알아가는 것을 인생의 여정으로 선택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여행, 교환학생 기회 등은 많은 독일 학생들에게 한국을 배우고자 하는 매혹적인 동기가 된다. 가고 싶은 나라에 대해 자세히 배우고 그 나라를 직접 여행하고자 하는 동기는 학생들로 하여금 한국어를 배우는 것뿐 아니라 대학에서 전공으로 선택하게까지 만든다. 학생들은 다양한 교환학생 프로그램, 인턴쉽 및 문화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언어 능력 향상과 문화적 이해 강화와 더불어 독특한 자기 발전의 기회를 창출해 가기도 한다.

이렇게 독일 대학생들이 한국학을 전공하고 한국을 찾는 이유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 글에서는 특별한 이유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을 공부하는 학생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에서 축구 감독이 되기 위해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학을 전공하고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감독이자 열정적인 축구 팬인 뤼디거 아스트 (Rüdiger Ast)는 개인적인 호기심, 직업적 포부와 문화적 탐험에 대한 열정으로 한국학을 전공으로 선택했고 자신의 선택이 맞는지 테스트해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뤼디거는 한국인의 마음속에 큰 자리를 차지하는 축구의 세계에 뛰어들어 한국에서 축구 코치가 되는 꿈을 실현하고자 첫 발을 내디뎠다. 축구 감독으로서 한국을 방문했던 그와 인터뷰를 가졌다.

독일이 아닌 한국에서 축구 감독이 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떤 계기를 통해서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나요?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싶다는 열정은 학교에서 처음 영어를 접했을 때 시작되었습니다. 영어를 배우면서 독일 외에도 세상에는 다른 많은 언어와 문화가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닫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매 단계에서 진전을 이루는 것이 보람 있었을 뿐 아니라 외국어를 구사함으로써 생각과 습관이 전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한국어로 이어졌습니다.

중 고교 시절에 제 주변에는 한국계 친구들이 좀 있었는데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미디어를 접하게 되고 한국과 한국문화, 한국어에 친숙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한국에 대해 호기심과 애정이 생겼고 독일 문화와의 큰 차이가 흥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면서 적극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결국 한국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그와 동시에 미래에 꼭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결심도 섰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축구를 정말 좋아했는데요, 과장을 조금 덧붙이자면 걷기 시작할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습니다. 축구를 하면 할수록 축구에서는 감독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선수보다는 팀의 전략과 훈련을 계획하고 지도하는 감독의 일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축구팀이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팀 전략 및 전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상대 팀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 내는 일이 재미있었고 그에 따라 훈련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것이 제 적성에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독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면서 저는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다양한 클럽에서 함께 뛰면서 관찰하면서 다양한 나이별로 선수를 이끌고 훈련시키는 법을 배웠습니다. 현재는 분데스리가 팀의 아카데미 감독으로 일하고 있으며 독일 청소년 선수들뿐만 아니라 국제 축구 캠프의 일원으로 다른 문화권의 청소년들을 지도하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영국, 아일랜드, 중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직무 경험을 쌓으면서 많은 곳을 여행했습니다.

관광객으로서만이 아닌 사회의 일원으로서 다른 나라에서 생활하는 것은 저를 성숙한 사람으로 이끌어주었는데요,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한국에서의 축구 감독의 꿈을 키우다 2023년 11월에 드디어 한국에서도 일할 기회가 생겼었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한국에서 청소년 축구팀의 감독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감격적이었습니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공하면서 한국에 대해서 착실히 배우고 있던 시간이 보상받는 느낌이었습니다. 드디어 한국에서 그토록 원하던 축구감독으로서 일하는 보람된 시간을 보내고 나니 한국에서 축구 코치로 일하고자 하는 결심이 더욱 돈독해졌습니다.

독일인으로서 관찰한 한국의 축구 문화와 독일의 축구문화의 차이점은 무엇이었나요?

국가대표팀에 대한 한국인들의 성원은 정말 감동스럽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대표팀을 열렬하게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이 모습을 보면 너무나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이 모습이야말로 제가 생각하는 위대한 축구국가가 가지는 독특한 특성이기 때문입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한국인들이 유럽의 어느 국가보다도 대표팀에 대한 성원에 진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국가도 마찬가지겠으나 한국 축구 역시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대표팀에 대한 열정은 진정 존경스럽지만 국내 리그의 평판과 청소년 대표팀 육성 프로그램의 구조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럽 국가들은 유럽 전체를 배경으로 매우 경쟁력 있는 축구 생태계를 가지고 있기에 선수 개발에 커다란 기회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까지 그렇지 못하기에 실력 있는 선수들은 유럽으로 진출해서 선수생활을 합니다.

제 짧은 소견으로는 한국이 축구 선진 국가의 전략을 단순히 따라 하는 식으로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 글로벌 축구 환경에서 한국만의 정체성과 장점을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여 한국에 유리한 축구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발전 과정에 조금이라도 공헌하고자 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한국에서 감독일을 하면서 어떤 경험을 했습니까? 기억에 남는 경험이나 문화적 차이를 체험한 것에 대해 말해주세요.

한국에서 만난 모든 분들은 제게 과분할 정도의 친절을 베풀어주셨습니다. 그분들의 관대함과 이해심은 제가 한국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를 만난 어린 선수들도 처음에만 조금 부끄러워했었고 반나절 지나서는 웃음 섞인 표정으로 응대를 하더니 이내 저와 지내는 것에 적응하여 휴식 시간이나 점심시간이 되면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할 줄 아는 영어 몇 마디를 자랑스럽게 써가며 제 반응을 살폈습니다. 이를 보면서 어린 선수들의 적응력과 사회성이 좋다고 느꼈습니다.

왼쪽) 골키퍼 코치 Andreas Köpke
(가운데) 본인, 뤼디거 아스트
(오른쪽) 전 국가대표팀 감독인 Jürgen Klinsmann

독일과 다르게 한국의 11월은 많이 추웠는데요, 그러다 보니 한국 사람들이 추위를 어떻게 견디는지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긴 패딩점퍼를 팀 유니폼으로 맞추어 입고 결속력을 다지기도 하고, 항상 핫팩을 손에도 쥐고, 옷 속에도 여기저기 넣어가며 추위를 견디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또한 매우 전문적으로 경기와 소규모 토너먼트를 조직하여 실행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각 경기마다 유능한 심판을 배정하고 아주 어린 선수들까지도 토너먼트가 끝나면 공식적인 시상식을 통해 상을 받았습니다. 무엇이든 대충 이루어지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 외에도 독일과 다른 점은 감독님의 태도였는데요, 모든 분이 그런 것은 아니었겠지만 제가 관찰했던 감독 중에는 경기 중에 지속적으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독일에서는 선수들의 동작을 세세하게 지도하는 것은 자칫 선수들이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을 방해가 될 수 있기에 자주 볼 수 없는 방법이었습니다. 제가 감독이 되면 선수들 개개인이 스스로 해결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독려하고 훈련하는 방법을 쓰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독일식 훈련 방법과 철학이 본인의 감독 스타일에 어떤 식으로 기여했나요? 본인의 스타일을 한국문화에 맞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훈련 방법이 정해져 있다거나 있다고 한들 그런 방법이 한국보다 더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은 어떤 방법이 어떤 경우에 통하는지 혹은 통하지 않은지에 대한 것이고 감독으로서 항상 겸손해야 함을 배웠습니다.

재천 훈련 현장

저는 제 코치 스타일이 특별히 독일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다른 여러 나라의 축구 훈련들을 직접 경험하면서 다른 문화에서의 장점을 배우려고 애쓰고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해 배우고 있기 때문에 한국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특별한 어려움은 아직 없었고 그동안 주변의 한국 친구들과 지내면서 쌓은 경험과 미디어를 통해 보았던 많은 한국의 상황들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한국의 어린이들과 청소년이 축구를 배워가면서 어떤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되는지에 대해 더 자세히 연구하고 전문적인 해결책을 찾는데 시간을 투자하고 싶습니다.

학생으로서 외국에서 축구 감독을 하는 열정과 학업의 의무를 어떻게 조화시켜 왔나요?

여태까지는 낮에는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감독업무를 하면서 바쁘게 지냈습니다.

일반적으로 축구 트레이닝은 늦은 오후나 저녁에 있기 때문에 훈련시간 이외의 낮시간에는 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역사, 언어, 문화를 배우는 데 전념했습니다. 출석이 필수인 과목은 거의 빠지지 않고 좋은 점수로 이수했으며 나머지 과목들은 온라인으로 성실히 들으며 학업과 일을 병행했습니다. 한국에서 성공적인 한 달을 보냈으니 이번 학기는 휴학을 하고 축구감독 본연의 임무에 좀 더 충실할 계획입니다.

축구 훈련 중 언어 장벽을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여러 나라에서 축구를 하고 감독경험을 쌓으면서 느낀 점은 사실 축구 경기 중에는 언어 장벽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청소년을 교육시키고 특정 훈련세션이나 드릴을 해내며 선수들을 지도하고 관리하는 데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물론 외국인 감독으로 일할 때에 한국에는 유능한 통역사를 동반합니다.

하지만 저는 통역사에 의존하고 싶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선수들과 소통하려면 그들의 모국어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철학입니다. 이를 위해 더욱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할 것입니다.

한국에서의 시간이 앞으로의 축구 감독 경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되나요?

글쎄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고 제 꿈과 결심이 옳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지금부터는 현재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최고의 모습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한국에서 오랜 기간 성공을 거두고 긍정적인 흔적을 남기기 위해 애쓸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때까지 연습하고 감독직을 잘 수행하기 위해 더욱 연구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집중해서 공부와 일을 병행하는 것은 큰 도전이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서 단단히 각오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이 도전은 제 인생에 의미 있는 일이라 확신합니다.

저는 한국이 앞으로 여러 차례 월드컵에 우승할 수 있는 위대한 축구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에서 축구 감독이 되어 한국의 월드컵 승리에 꼭 기여하고 싶습니다.

1361호  16면, 2024년 5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