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규 (한반도미래연구원 부원장)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3월 24일 독도(일본 주장 명칭: 다케시마 竹島)가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강조된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17종(역사 7종, 공민 6종, 지리 4종)의 검정을 승인하였다.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14종은 ‘일본 고유 영토’라는 표현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표현을 함께 사용하였고, 16종은 ‘일본이 1905년 합법적으로 편입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일부 교과서는 ‘일본정부는 다케시마가 한 번도 타국의 영토인 적이 없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한다’고 기술하거나 일본 어민이 독도 강치(바다사자의 일종)를 사냥하는 사진을 넣어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직전에 있었던 2015년 검정에서는 총 18종의 교과서가 통과되었는데 15종은 ‘일본 고유 영토’라고 하였고, 13종은 ‘한국의 불법 점거’를 주장하였던 것과 비교하면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이 강화되었다. 또한 일부 교과서는 징용과 관련하여 2015년 검정에서는 ‘조선인과 중국인에게 고통을 강요했다’고 명확하게 표현했던 부분을 삭제하고 일본의 과거사 책임을 모호하게 표현하기도 하였다.
올해 검정에 통과한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에서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이 강화된 직접적인 원인은 문부과학성이 2017년 개정한 중학교 ‘학습지도요령’과 ‘학습지도요령 해설’ 때문이다. 학습지도요령은 문부과학성이 학교교육법 시행규칙을 근거로 소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에서 가르칠 교과목별 학습내용을 규정한 것으로 강제력이 있고, 학습지도요령 해설은 이것을 상세하게 기술한 것으로 강제력은 없는 것이 원칙이다.
한편 문부과학성은 ‘교과용도서검정규칙’에서 ‘교과용도서검정기준’을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도서검정기준’에 학습지도요령이 포함되어 있다. ‘학습지도요령 해설’은 ‘도서검정기준’에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실제로 검정이 이루어질 때에는 ‘학습지도요령 해설’에 제시된 내용이 중요한 심사기준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일본의 교과서검정 기준은 문부과학성이 제정하는 ‘학습지도요령’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학습지도요령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은 1947년부터 제정되기 시작하였는데, 2008년 중학교 사회편 지리분야 학습지도요령 해설에 처음으로 독도가 포함되었다. 여기에서는 ‘일본과 한국 사이에 죽도(독도)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정도로 약하게 기술하고 있었으나 독도를 영토문제로 공식 제기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2014년 개정된 학습지도요령 해설에서는 ‘불법 점거’ ‘고유 영토’ ‘한국에 항의’와 같은 강도 높은 용어가 사용되었고 내용도 증가하였다.
2017년에는 구속력이 있는 학습지도요령에 독도를 영토문제로 명시하고, 학습지도요령 해설에서 독도는 ‘역사적 및 국제법적으로 일본 고유의 영토’이고, ‘한국에 의해 불법 점거’되고 있으며, ‘한국에 항의’하고 있다는 논리로 상세하게 기술하였다. 따라서 금년에 검정 승인된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는 구속력 있는 학습지도요령과 더욱 구체화된 학습지도요령 해설에 따라 독도에 대해 영토문제로서 더욱 비중 있고 상세하게 기술되게 된 것이다. 또한 소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중학교 교과서와 유사하게 독도에 대해 영토문제를 기술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왜 2008년 이후 각종 교과서에서 독도의 영유권 문제를 제기하고 지속적으로 주장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가? 일본은 메이지유신에 성공한 이후 대외팽창정책을 추구해 왔다. 근대의 국제질서와 국제법을 연구하고, 부국강병과 대외역량을 키우는 정책을 수립․집행한 결과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가는 국가가 될 수 있었다. 패전 이후 미국에 의해 평화헌법 등으로 대외팽창정책이 제어되어 왔으나 아베 정부에 들어와 국제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여건 정비에 노력하고 있다.
헌법개정, 자위대 강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질서 재편에의 적극 참여 등은 장차 중국이 부상하여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 할 수 있다. 최선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다. 일본은 그동안 국제협조주의 국제환경에서 축적한 각종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전개될 수 있는 각자도생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이 구한말 독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게 된 계기도 러일전쟁의 준비를 위한 것이었다. 이제는 중국의 팽창을 비롯한 새로운 국제질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책으로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어떻게 대응하여야 하는가? 현재 한국은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고 국제사법재판소의 제소에도 응할 의무가 없으므로 독도에 대한 관할권 행사에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국제질서에 큰 변화와 혼란이 생길 경우에도 독도가 영토문제로 비화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독도에 대한 입법적․행정적 관할권 행사를 강화하고, 역사적․법률적 권원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일본의 주장을 압도할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하는 한편 이것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널리 알리는 홍보활동을 적극 전개하여야 한다. 현재 외국의 도서관 등에는 일본이 연구하여 제공한 각종 자료가 훨씬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주장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독도에 대한 국방력 강화에도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독도 일원은 일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중국과 러시아도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이 국방력의 열세를 보이게 되면 유사시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 무엇보다도 독도를 가장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한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여 강한 국력을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주변 국가들과 상호 전략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될 것이다.
2020년 4월 3일, 1165호 2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