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상징, 베를린에도 마침내 소녀상이 오다

독일의 역사를 기억하거나 기념하는 조형물이 아닐 경우 베를린 시에서의 조형물 건립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베를린시 도시공간문화위원회의 과반수 이상의 찬성표를 얻은 이번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십여 년 이상 일본군 위안부 운동을 주도해온 한 시민단체의 역할이 컸다.

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의 주도로 2009년 코리아협의회 산하에 설립된 <일본군위안부문제대책협의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독일사회에 알리고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자 그동안 다양한 집회 및 캠페인, 교육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해왔다. 창립 이래 일 년에 한 번 위안부 피해 생존 할머님들을 독일로 초청하여 도시 순회 증언회 및 기자회견, 관련 정치인들과의 만남 및 대중강연회 등을 진행하고 국제 여성인권단체들과 연대하여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평화집회 등을 주관해왔다.

할머님들이 연로해져 초청이 힘들어진 최근 몇 년부터는 아예 일본군 위안부 문제 및 전시 하의 여성 성폭력을 주제로 한 <무언다언 전시관>을 개관하여 주변 학교들과 협력하여 교육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협의회 회원은 위안부 운동 초창기부터 함께 활동해 온 <베를린 일본여성모임>, <재독여성모임>, <한민족유럽연대>를 비롯해 독일, 필리핀, 베트남, 콩고, 수단 등 기타 국가 출신들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2011년 1000차 수요 시위를 기념하여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건립된 이래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역사적 상징이 된 소녀상은, 그간 국내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호주, 중국, 필리핀 등 해외 10여 곳에 건립되었다. 독일도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2017년 레겐스부르크 인근 비젠트시에 소녀상을 세웠고, 올해 3월 두 번째로 프랑크푸르트 라인 마인 한인 교회에 건립된 바 있다. 그러나 비젠트시의 경우 일본 총영사의 압력으로 비문이 치워지고 현재는 소녀상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상태이다.

소녀상을 둘러싼 이러한 갈등은 세간에 알려진 것만 해도 여러 번이다. 수원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프라이부르크시의 소녀상 건립이 일본 측의 압박으로 무산이 된 이후, 본에 위치한 개인 소유의 여성박물관도 일본 총영사 및 노르트라인 베스팔렌주의 압력으로 결국 설치를 포기했다.

라벤스브뤼크시 나치 강제수용소 기념관에 전시된, 10㎝도 채 안 되는 초소형 소녀상마저 일본 측의 집요한 압력을 견디다 못해 결국 철수한 사례도 있다. 독일에서 세 번째로 상시 건립되는 베를린 소녀상은 베를린시 중앙구의 허가를 받아 처음으로 공공부지에 세워진다는 것 외에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먼저 <일본군위안부문제대책협의회>는 이 소녀상 건립을 위해 별도로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회 연맹>을 구성중이다. 이 연맹의 구성원을 보면 독일의 일본군 위안부 운동이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결국 어느 곳을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인지 한결 명확해진다. 연맹에는 전시 성폭력 피해 인권단체 및 한•독시민단체, 지역공동체 커뮤니티 등이 30여 개 넘게 대거 포함되어 있는데, 70년대 국내 민주화운동부터 함께 연대해온 개신교계 단체 및 한•독 시민단체, 한인 교회가 있고, 일본군 위안부 운동을 교과서 삼아 운동의 영역을 개척하고 확장해 나가고 있는 국제 여성인권단체가 눈에 띈다.

또한 약 12개의 단체가 소속된 지역 공동체 <레유니온>(reUNION)의 지지도 흥미롭다. 코리아협의회가 전시관 근처 학교 공동정원에서 한국 텃밭을 가꾸고, 지역 페스티벌에서 각종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음식을 판매하는 등 2년 넘게 꾸준히 지역사회와 교류하여 결국 소녀상 건립 동의를 이끌어내었다. 이렇듯 지역주민들의 지지로 소녀상을 건립하고 이후 소녀상을 지키는 일을 함께 하기 위해 연맹을 구성해내기까지는 위안부 문제를 아시아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탈식민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자각이 바탕이 되었다.

  • , 제국주의 문화 청산에 있어서는 역사인식이나 교육에 소홀했다는 반성과 함께, 독일에서도 이뤄진 전시 성노예 문제에 대해 좀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이로써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일상적 여성 차별과 전시 하의 여성 성폭력의 고리를 마침내 끊어내야 한다는 의지도 담겨 있는 것이다. “소녀상은 피해자들의 한과 슬픔이요, 후세 교육의 심장이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님이 베를린 소녀상 건립을 기념하여 보내온 글귀이다. 꽃집이 있고 학교가 있는 베를린의 여느 동네 한복판에 세워질, 모두의 평화를 위한 평화의 소녀상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글•자료제공: 코리아협의회

*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때: 9월 28일 월요일 15시-곳:

1부 소녀상 건립 장소 (Kopfplatz Ecke Bremer Straße/Birkenstraße, 10551 Berlin) 2부 뒤풀이 및 간식/코리아협의회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 <무언다언> Quitzowstr. 103, 10551 Berlin, 소녀상 건립 장소에서 걸어서 3분 거리

2020년 9월 25일, 1188호 17면

Print Friendly, PDF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