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승 한의사의 건강칼럼(95)

거친 음식을 먹어야 건강하다.

요즈음 생활습관병을 살펴보면 먹을 것이 모자라서 생기는 병들이 아니고 먹을 것이 너무 넘쳐나서 생긴 질병들이다. 인간들의 3대 욕구가 수면욕, 배설욕, 식욕인데,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위해서는 시간, 돈을 아끼지 않고 먹는 樂(낙)을 위해서 투자를 한다. 고국에 가서 가족이나 지인들의 초대로 맛집을 찾아 가곤 하는데 자동차로 1시간이 넘는 거리를 찾아가서 거기서도 몇 십 분을 기다렸다가 음식을 먹고 오는 경험을 하면서 참 이해가 안 되곤 했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좀 더 건강에 좋은 식품을 찾고 건강한 식습관을 따르려 노력하고 있는데, 제철에 맞고 현지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버리는 부위 없이 통째로 즐기는, 또 정제되지 않는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macrobiotic이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다. 머크로바이오틱은 macro(위대한) +bio(생명) +tic(방법)의 합성어로 일본에서 유래되었다 하는데 제철에 맞고 그 지역에서 재배된 음식 중에서 곡물은 정제하지 않고 그대로 먹으며 채소도 뿌리에서 껍질 할 것 없이 전체를 다 먹는 식사법을 말하는데 몇몇 과채류의 경우를 봐도 주요 성분이 과육 부분보다는 껍질 부분에 인체에 유익한 성분이 더 많은 것을 보면, 자연 그대로의 모든 것을 먹는 머크로바이오틱 식습관을 장려하는 이유가 이해가 된다.

요즘 보면 요리를 할 때는 할 수 없이 잘라내고 벗겨내야 되는 뿌리나 껍질 같은 것을 버리지 않고 모아서 천연조미료로 다시 이용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뿌리나 껍질이 함유하고 있는 몸에 이로운 성분을 섭취하기 위한 지혜며 변화된 식생활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식사법의 기본이론은 음식을 전체로 먹을 때 음식 속에 들어있는 음양의 성질이 우리의 신체와 생활에 자연적인 조화와 균형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로 주식과 부식을 확실히 나누고, 둘째로 음이나 양에 치우치지 않은 중용의 식단을 구성하며, 셋째로 식재료는 버리는 것 없이 전체를 먹고, 넷째로 그 토지에서 생산되는 제철 식품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든 먹거리에는 음과 양의 에너지가 있는데 전체 식을 하면 음과 양의 에너지를 전부 섭취하게 된다. 땅 밑으로 자라는 뿌리는 음이요 땅위로 자라는 줄기나 잎이 양이라면 어느 부분만 먹게 되면 결국은 편식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한방에서도 󰡒인체에 음과 양의 균형이 깨지면 병이 난다”라고 한다. 여름에는 보리밥을 먹어야 소화가 잘 되는 이유도 보리는 추은 겨울을 밭에서 견디고 자라면서 음기를 많이 먹고 자란 곡식이라 양기가 강한 여름에는 음성인 보리밥을 먹으면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져 소화가 잘 된다는 원리다.

또 Glykämischer Index(GI-혈당지수)라는 것이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어떤 음식의 섭취가 혈당을 얼마나 빠르게 혹은 느리게 높이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같은 탄수화물이라도 섭취 후 혈당을 높이는 속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이를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요인으로 보고 연구 중이다. 같은 쌀이라도 자연에 가까운 현미는 몸에 들어가 서서히 분해와 흡수가 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혈당상승을 예방할 수 있지만 여러 정제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백미는 소화와 흡수가 빨라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킨다.

즉 같은 쌀이라도 백미는 높은 GI를 가지고 있고 현미는 낮은 GI를 가지고 있는 것인데 GI가 높은 음식은 혈당조절을 해야 되는 우리 몸의 입장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머크로바이오틱의 논리와 일치된다고 볼 수 있다. 곡물을 섭취할 때 인공적인 가공과정을 거치지 않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GI가 낮고 또한 곡물의 껍질에 들어있는 영양소와 섬유질을 함께 섭취할 수 있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사법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문제의 소지가 생길 수 있는데 머크로바이오틱 식단을 지나치게 강조하게 되면 획일적인 채식주의자가 되어 단백질이나 무기질 같은 영양소의 결핍으로 인한 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언제나 균형 잡힌 식생활습관이 필요하다.

맛있는 음식을 어려움 없이 구해서 실컷 먹을 수 있지만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는 내 입맛에만 맞는 음식보다는 내 몸에 맞는 음식을 먹는 습관을 들여 건강을 지키시라는 필자의 욕심이다.

조선시대의 왕들은 총 27명이었는데 그 왕들의 평균수명은 45세였다 한다. 왜 그랬을까?

그들이 맛으로 먹었던 정제된 음식이 원인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방에서 소갈병이라고 말하는 당뇨병이 제일 많았었는데 왕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맛있고 씹을 필요도 없이 잘 넘어가는 정제된 음식이 오히려 건강을 해친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섬유질은 배부른 느낌을 오래 가질 수 있게 하여 혈당을 조절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춰주고 당뇨병 치료에 도움을 주는데 몸을 위한 음식이 아니고 혀를 위한 음식을 즐겨 먹다보니 생활습관병을 쉽게 얻을 수 있고 특히 당뇨병에 약하지 않았나 싶다.

필자는 아침을 먹지 않는데 원인은 아침에 정제된 밀가루로 만든 Bröchen이나 흰 빵을 먹고 나서 1시간만 지나면 정신이 핑 돌 정도로 허기가 지고 금방 무엇이라고 먹지 않으면 식은땀이 나고 맥이 빠진다. 차라리 아침에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오후까지는 아무렇지도 않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같이 아침부터 식사를 하다보면 부담이 가게 되어 아침을 먹지 않았던 것이 습관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거친 음식은 천천히 소화가 되는데 비해 정제된 밀가루는 빨리 소화가 되는 이유라 생각한다. 거친 음식은 천천히 소화되는 것 외에도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다.

먼저 거친 음식은 많이 씹어서 먹어야 되기 때문에 침이 많이 분비되어 충치와 잇몸질환을 예방하고, 위장에서 오랫동안 머무르기 때문에 포만감이 있어 다이어트에 좋고,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천천히 이동되어 서서히 소화되기 때문에 인슐린이 조절되어 혈당상승을 억제하고, 대장에서 장의 운동을 돕기 때문에 변비를 예방하며, 대장의 세균활성화를 억제하여 유방암, 결장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 콜레스테롤 섭취가 억제되어 심장병 예방에도 좋다.

거친 음식은 결국 오장육부를 튼튼히 해주는 건강음식이라는 것이 알려져 우리의 주식인 쌀도 고국에서는 보통 쌀로 맛있는 밥을 해서 먹으면서 쌀을 정제할 때 나온 쌀눈을 모아서 같이 섞어 먹는 사람들이 있으며 계량해서 생산해낸 일반미보다 섬유질이 2배가 많은 󰡒고아미”라는 쌀을 장려하고 있다.

장수의 나라로 알려진 핀란드 사람들은 정제하지 않고 갈아서 만든 호밀(Roggen)로 만든 음식을 선호하는데 섬유질이 많은 거친 음식 호밀에는 위에서 소개한 좋은 점과 항암작용이 있는 Lignans라는 여성호르몬이 많이 함유하기 때문이라 한다.

관상동맥 경화증으로 죽는 사람이 년 5만 명 이상이 된다한다. 우리들의 잘못된 식생활에서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식이섬유는 중성지방을 낮추고 혈전생성물질인 호모시스태인을 낮추고 혈의 운행을 방해하는 활성산소와 불포화지방의 결합체인 지질 과산화를 낮추기 때문에 혈액운행을 도와주는 우리 몸에 이로운 음식이니 만큼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이다. 섬유질이 많은 대표적인 음식은 과일, 호밀(Roggen), 귀리(Haferflocken), 견과류, 양파 등이라 하겠다.

2020년 6월 26일, 1176호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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