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승 한의사의 건강칼럼 (105)

심혈관질환

왼쪽 가슴에서 어깨까지 뻗지는 통증이 있고, 답답하며, 호흡곤란과 불안한 증상이 있어서 병원에가 진찰을 해도 원인을 못 찾는다며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다. 본인은 분명히 힘든데 진단하면 이상이 없다고 하니 불안하다는 것이다. 필자에게 찾아와 나타나는 통증을 치료하고 나서 원인을 찾으려고 병원에 가서 진단을 해보면 전혀 이상이 없다며 필자더러 진단을 잘못한 것이 아니냐며 물어오는 환자들도 많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26세 터키 여성은 가슴에 통증이 있어서 몇 번 병원에 가도 치료가 안 된다며 필자에게 찾아와 한약을 복용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며 지금은 그 여성의 부모들과 같이 몸에 조금의 문제만 생겨도 필자를 찾아온다.

또 다른 한 여성은 처음에 필자에게 어깨에 통증이 있어서 침을 좀 맞으려 한다며 찾아와서 맥을 보니 영락없이 심장질환이다. 어깨에는 침을 놓지도 않고 상체를 높게 눕히고 심장을 치료하는 침을 놓으니 금방 호흡이 좋아지고 어깨 통증도 가셨다. 지금은 상태가 좋아졌으나 심장을 진단해 보라는 필자의 말대로 병원에 가서 진단을 했으나 전혀 이상이 없단다. 그 여성도 한약을 복용하고 상태가 좋아졌지만 여간 답답해하는 눈치다.

정말 필자와 개인적인 친분이 두텁고 가깝게 지내는 지인의 이야기다. 호흡이 곤란하고 가슴에 통증이 있을 때마다 필자에게 찾아와 침을 맞고 돌아가고는 했는데 병원에 가도 원인을 못 찾는단다. 하루는 주일아침에 통증이 시작된다는 연락이 와서 현재 통증이 있고 또 마침 주일이니까 응급으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지 않겠냐며 병원으로 갈 것을 권했다. 이곳 대학병원으로 가는데 필자도 동행했다.

접수를 마치고 5시간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하도 답답해서 접수 실에 가서 따지니 자기네들 컴퓨터에는 이미 진료마치고 돌아간 걸로 되어 있단다. 어이가 없어서 이젠 집에 돌아가겠다고 하니 서둘러 빨리 해 줄 테니 조금만 더 기다리란다. 빨리 해 주겠다는 말에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는 생각에 다시 앉아 기다렸으나 3시간이 지나도 또 소식이 없다. 우리도 화가 나서 안으로 들어가 제발 집에 좀 보내달라며 따졌더니 그 의사들도 스트레스로 완전 폭발직전이다. 겨우 EKG마치고 또 1시간, 불러서 들어갔더니 아무 이상이 없단다. 어이가 없었다. 그 지인은 지금은 한약을 복용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 때 병원에 갔던 일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필자가 한국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일어났던 사건이 있었다.

필자는 한국을 가면서는 될 수 있으면 비행기 안에서 몇 시간을 자려고 노력한다. 기내 식사 후에 다른 때는 복용하지 않은 수면제를 하나 복용을 하고 잠을 청한다. 이렇게 3-4시간 푹 자고 나면 한국에 가서 활동하기가 훨씬 수월하고 시간차 때문에 찾아오는 피로감도 잘 모르고 넘어간다.

몇 년 전 일이다. 그날도 기내 식사를 하고 승무원한테 수면제 효과를 높이려고 와인을 한잔 청해서 수면제를 한 알 삼키고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주위가 하도 소란스러워 잠이 깨어 눈을 떠보니 필자가 앉아있는 바로 옆 통로에 한 남자가 누워서 정신을 잃고 신음을 하고 있다. 승무원들은 옆에서 어떻게 할 줄을 모르고 서성대고 있었다. 승무원한테 내가 한의사인데 좀 봐도 되겠냐고 물으니 환영이다.

맥을 보고 증상을 보니 틀림없는 심장에서 오는 증상이다. 승무원한테 침을 놓아도 되겠냐며 허락을 받고 환자를 비상구 옆 넓은 공간으로 들어서 옮기고 상체를 높인 다음 침을 놓았다. 15분쯤 지났을까? 그 남성은 정신이 들고 모든 것이 편안해 졌단다. 그 남성은 한국에서 ‘패키지 유럽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중이란다. 강행군인 유럽여행 후에 과로가 겹쳐 찾아오는 심장병이다.

그 남성은 깨어나서 필자에게 저녁 먹은 것이 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혹시 심장에 문제가 있었지 않았느냐 물으니 심장에 조금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내리면 병원에 가서 정밀진단을 받아보라고 일러주고 자리에 앉았다. 만일 환자가 체증에서 오는 증상이었다면 정신까지 잃을 필요가 없고 또 체했다면 15분 후에 모든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

제일 고마워 한 사람들은 승무원들이었다. 항공법 때문에 만일 위급한 환자가 있다면 회향을 하거나 가까운 비행장에 착륙을 했어야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다음 항공사에서는 나중에 마일리지로 보답을 하겠다며 연락이 왔었지만 그것은 관심 밖이었다. 위급했던 그 사람을 도왔으니 그만 아닌가. 골든타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서 별 탈 없이 급한 상항은 벗어났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허지만 체증이라고 생각한 그 환자가 한국에서 확실한 심장병 진단을 마치고 치료를 했는지는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

일반적으로는 위장병이 있어도 심장에서 오는 듯한 증상들이 있다. 하지만 위장에서 오는 증상인지 심장에서 오는 증상인지는 전문가들이 확인해 줄 사항이 아닌가? 필자도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찾아온 환자들에게 심장이 아니고 위장에서 오는 증상으로 진단을 해줬던 경험이 많이 있다. 겨우 상황은 설명되지 않은 체 EKG로만 판단하니 실제로 불안을 느끼고 통증을 느끼는 환자들에게는 정말 답답하고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생명을 위해서 심장은 계속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전에는 사망률 1위가 심장병이었는데 요즈음은 암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더 많아져 2위로 밀려났다. ‘심근경색’같은 심장병은 골든타임을 놓치면 생사를 달리하는 엄중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옛날에 시골에서는 사람이 아파도 병원에 갈 줄도 모르고 이웃들이 이야기해주는 단방약에 의존하다가 운명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참 많이 보아왔다. 몸이 아파도 그러려니 생각하고 살다가 갑자기 사망을 하니 “귀신이 잡아갔다” 라고도 하고 急死(급사)를 했다고 한다. 어디를 다녀오다가 길에서 客死(객사)를 하는 사람도 많았고, 잠을 잤는데 이튿날 일어나지 못한 사람들한테 틀림없이 귀신이 데려갔다라고 말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갑자기 죽었던 사람들은 심장병이 원인이 아니었었나 하는 생각을 한다.

필자의 할아버지도 필자가 초등학교 2학년 때 58세 나이에 집에서 저녁 식사를 잘 하시고 주무시려 시골 사랑방에 가셨는데 주무시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는 연락이 와서 호흡만 겨우 하고 계시는 할아버지를 병원에 갈 생각도 하지 않고 집에다 업어서 모셔놓고 가족들이 울기만 하고 있다가 2-3시간 후에 숨을 거두시는 것을 목격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심장마비인데 응급처치를 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시게 놔둔 결과가 되었다.

항상 말하지만 모든 병은 발병되어 치료보다는 평소 예방을 하는 생활습관이 몇 번이고 올바른 방법이다. 심장병을 예방한다는 것은 심장이 쉬지 않고 수축운동을 잘 해서 혈액순환을 원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보호해 주는 것을 말한다. 심장은 자동차의 엔진과 같아 노화되면 성능이 나빠지고 털털거리는 소리까지 나지만 엔진처럼 교체하지는 못한다. 조물주가 한번 준 심장을 오랫동안 관리를 잘 해서 보존하는 방법뿐이 없다.

1198호 25면, 2020년 12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