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소리 (2)

류현옥

어느 날 오후 소희의 운명을 바뀌는 일이 일어났다. 4월의 밝은 햇살이 가난한 모퉁이에도 찾아들어 어머니를 도우고 있는 소희네 어묵국물에도 따스함이 감돌고 있었다. 한겨울 내내 사람들이 손을 비비며 와서 뜨거운 국물을 마시며 꼬지 어묵을 먹는 계절이 끝나가고 있어 어머니는 은근하게 걱정을 하였다. 장사가 잘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되어서였다. 두 자녀를 데리고 어묵을 먹으러 온 중년남자가 있었다. 소희에게 관심의 눈빛으로 보고 있다가 말했다.

“학교에는 안 가고 어머니 일을 도우고 있는 거야?”

그 남자는 어머니에게 묻는 지 소희에게 묻는 지 분명하지 않은 모르는 질문을 던졌다. 소희는 부끄러운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끄떡였다. 어머니 역시 송구스러움을 감추며 두 손님아이에게 신선을 돌렸다.

“하나씩 더 먹을래?”

두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시에 두 번째 어묵꼬챙이를 솥에서 끌어내어 간장 종지에 잠깐 담갔다가 입으로 가져갔다. 어머니는 그 남자의 시선을 피하지 못해 당황하다가 드디어 신세타령을 했다.

“낸들 왜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싶겠소! 제 동생 둘 학교 보내고 여기 나와서 나를 도와 같이 일을 하니 내가 살만 해서 이러고 있는 데 중학교를 중퇴한지 몇 년이 되니 고등학교는 들어갈 수도 없고 먹고 살기 바빠 어디 엄두를 낼 수도 없네요.”

소희는 어머니의 두 눈에 눈물이 고인 것을 보았다. 어머니가 돌아서서 코를 풀 때 소희도 콧등이 시큰해졌다. 처음으로 자신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 알게 되었다. 남자는 아이들을 학원에 데려다 주고 다시 와서 같이 해결책을 찾아보자며 허둥지둥 아이들을 재촉했다.

그 남성은 처가 죽고 두 아이를 데리고 살고 있었다. 소희가 자기 집으로 와서 두 아이와 같이 살며 집안일을 해주면 야간학교에 입학시켜주겠다고 했다. 학비와 용돈을 주겠다고 했다.

“제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데요 ”소희는 두고 갈 동생들을 걱정했다.

소희가 저녁에 야간학교를 간 후에 두 아이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서 숙제를 하는 데 도움을 주겠단다. 이렇게 하여 소희는 야간고등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근처에서 작은 어학원을 경영하고 있는 남자는 어머니 없이 자라는 두 자식에 소희의 두 동생과 소희까지 맡아서 틈만 나면 영어를 가르쳤다. 어머니는 저녁이면 팔다 남은 어묵을 반찬으로 만들어 남자의 집으로 가져갔다. 상처 입은 두 사람이 딸린 식구들을 데리고 사는 방법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입던 옷에 구명이 나서 다른 헝겊 쪼가리를 가져와서 기워 속살이 내다보이지 않게 덮어붙인 것과 같았다. 헌 옷을 버리고 새 옷을 살 돈도 없었고 그럴 의사도 없는 사람들이 천생연분 으로 만난 것이다.

남자는 6.25 난리 통에 홀몸으로 피난을 나와서 천심만고 끝에 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처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고 한다. 두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가졌다고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는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다고 했다. 영어학원에서 함께 사무를 보던 아내가 중병으로 죽고 나서는 더 이상은 두고 온 고향집과 부모형제를 찾지 않기로 했단다. 보장할 수 없는 생명에 대한 귀중함을 재인식하며 오직 눈앞에 보이는 아이들을 위해 정성을 다하기로 했다. 살림을 살아줄 여자를 찾으라고 말하는 주위 사람들에게서는 혐오감마저 느꼈다.

19살에 야간고등학교를 졸업한 소희는 영어학원의 사무원으로 일하면서 야간대학을 다니겠다는 꿈에 젖어 있었다. 다른 친구들처럼 명동을 거닐 시간이 없다는 것 외에는 그녀의 소원이 조금씩 이루어져 가고 있다는 만족감까지 갖게 되었다. 그녀에게는 특별한 친구도 없었기에 두 동생과 어머니를 위해 고마운 아저씨에 대한 보답으로 쉬는 시간 없이 일했다. 학원은 날로 번성했다. 남자는 두 집식구들이 다 탈수 있어야 한다며 봉고차를 사서 주말여행에 소희네를 초대했다. 김밥을 싸고 오차물이 든 여러 병의 보온병을 실고 소풍을 떠났다. 다섯 살 연하인 남자는 어머니를 누나라고 불렀고 소희와동생둘은 그를 아저씨라고 불렀다. 그의 아이는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어머니를 아주머니에서 고모로 바꾸어 부르고 소희언니라고 불렀다. 막내 동생과 동갑인 아저씨의 큰딸은 소희의 남동생을 오빠라고 부르며 따라다녔다.

남자는 학원이 조금만 더 괘도에 올라 수입이 좋아지면 서울 근교에 단독집을 사서 한 집으로 모여서 같이 살자고 제안했다. 이런 제안은 어머니를 향한 것이지만 학원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소희에게도 중요한 일이었다. 어머니는 어묵장사를 그만둘 수가 없다며 먼 곳으로 집을 사면 힘들 것이라고 대답했다. 아저씨는 다섯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로 편리할 것이라고 설득을 했다. 그해 가을 두 가족은 마치한 가족처럼 한집으로 이사를 했다. 본채와 사랑채가 있는 기와집으로 뒤뜰에는 작은 텃밭까지 있었다. 오랫동안 찾아다녔다고 자랑하는 아저씨는 이북에 두고 온 고향집과 닮은 데가 있어서 결정했다고 했다. 본채에는 주인아저씨와 두 아이가 살고 방이 두 개인 아래채에 소희네가 살림을 풀었다. 방세를 내겠다는 어머니에게 지금까지 낸 만큼만 내고 물세와 전기세는 물론 같이 살면서 들게 될 식비는 어머니가 하게 될 가네 노동의 대가로 계산을 했지만, 어머니는 어묵장사장소를 옮겨서 계속하기로 했다.

소희가 영문과 입학시험에 불합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날, 아저씨는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근처의 중국집으로 초대했다. 공부에만 열중한 재수생들도 낙방하는 데 어려운 환경속에서 합격하기가 쉽지 않았으니 너무 실망하지 말라며 위로했다. 아저씨는 신문광고 한 장을 소희에게 주면서 신중하게 말했다.

“대학4년을 끝내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어? 결혼을 잘하기 위해 대학에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이제는 여자도 자기개발을 해야 할 시대가 왔어. 어묵장사를 그만두지 않겠다는 엄마를 본보기로 노동력 있는 여자가 되어야하는 거야. 합격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지도 모르지…”

아저씨가 보여준 신문광고에는 서독으로 갈 간호요원을 모집한다는 기사였다.

속성으로 6개월이면 끝나는 간호보조원 코스를 끝내면 바로 서독행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독일로 가지 않더라도 해두면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 직업교육인 것 같애! 국가에서 장려하는 일이니 신뢰할 수 있는 일이니까.”

소희는 얼마간의 고민 후에 결정을 했고 어머니의 허락을 받았다. 그로부터 8개월 후에 소희는 생전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독일로 떠나왔다.

3

소희는 과거사의 온갖 것에 대한 회한과 오랫동안 가보지 않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속도를 더해가는 노화에 온몸을 맡겼다. 그녀가 아무리 애를 써도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 고향동네 는 그녀의 사라져 가고 있는 정신력을 흐려 놓았다. 땅속으로 꺼져가고 있는 체력을 감수하고 있었다. 그녀의 죽음을 애도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식음을 전폐하고 침대 앞 방바닥에 누워서 비몽사몽 하면서 아들에게는 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일한 핏줄인 아들인데 어머니를 혼자 두고 떠났다. 이제는 어머니가 필요 없는 성인이 되었고 같이 살 여자가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인간관계는 필요성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그녀는 확신하고 있었다. 고국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경험한 두고 온 억지로 이룬 가족관계와 고마운 아저씨가 생각났다. 아저씨는 핏줄이 섞이지 않은 남이었기에 그렇게도 자주 감사하다고 말했을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귀한 존재로 부모의 보호와 조건 없는 사랑을 받으며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녀는 경험하지 못했다. 외국에 있는 아들에게, “아들아, 내가 죽어가고 있는 중이야. 그리 알고만 있어라. 이미 각오한 일이니 나는 괜찮은데 너는 어떨까 생각해서 전화나 해두는 게야.”이런 말쯤은 전화녹음기에 남겨두고 떠나도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럴 기력이 없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외롭고 쓸쓸했다. 친구들이 그럴 것이라는 것을 입을 모아 예언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었다. 제발 전화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도움도 청하고 연락하여 산책 겸 같이 시장을 가야한다고들 일렀다. 옛날처럼 시내에 나갔다가 영화를 하나 보고 베트남 집에 들어가 쌀국수 한 그릇 먹자는 친구들의 청탁을 거절했다.

“내가 필요하면 연락할 테니 기다려!”

기다리는 친구도 없었지만 그녀는 연락하지 않았다. 다른 도시에 사는 아들부부가 올 때면 그녀는 행복했다. 아들부부는 호텔에서 일주일을 지내면서 온 집안을 대 청소를 하고 냉장고를 새로운 음식으로 가득 채우고 부엌 옆의 작은 다용 실벽에 선반을 만들어 온갖 마른 음식물로 채웠다. 아들네는 뉴질랜드로 직장을 옮기게 되어 당분간 자주 오지 못할 것이기에 마른식품들을 충분히 준비해 두고 간다고 했다. 착한 며느리가 낸 아이디어로 혼자 사는 시어머니의 살림살이를 위한 것이다. 꼼꼼하게 보관된 식품을 리스트로 만들어 뭐가 있나 보고 시장을 보려가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얼마동안 먹고살 것 같아?”

소희는 웃으면서 물었지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게 하는 질문이었다.

“저 음식물들보다 내가 먼저 없어질 것 같은데 ….!”

소희는 속으로 생각했지만 차마 뱉지는 못한 말이다. 혼자서 살겠다는 그녀는 이미 혼자 두어서는 안 되는 독거노인이었다. 아들내외가 떠난 후 소희는 심한 감기 몸살에 걸렸다. 젊은 날에 앓는 정도가 아니었다. 한 달을 고생하고 일어난 그녀는 마치 허한 공간에 들어앉은 듯 감각을 잃었다. 죽음이 손끝이 닿는 가까운 곳에 와 있다는 느낌이 왔다. 잔인한 방법으로 스스로 끝을 내기에는 이제 힘이 없는 노인이 되었다고도 생각했다. 마음을 다졌다. 힘들었던 젊은 날에는 앞에선 아들을 위해 일어섰다. 처음 일주일간 번갈아 아들내외는 국제전화로 안부를 물었는데 소식이 뜸해지고 소희역시 먼 곳의 소식을 조금씩 잊어갔다. 그녀로부터 조금씩 멀어져 가는 세상 속에 선 그녀의 귀한 아들도 함께 사라져가고 있었다.

철길 옆으로 이사를 하고는 아주 조금 씩 세상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격리되어가는 과정에서 그녀보다 더 빨리 사람들은 그녀를 잊어갔다. 다음 세계로 가는 과도기의 시작이었다. 살아있는 동안 살아 있는 사람들 속에서 같이 숨을 쉬고 웃으며 작은 걸음으로 세상에서 멀어져 가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환상이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그녀의 마지막 삶을 동행해달라는 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것이 바로 혼자서 이 세상과 하직한다는 것이라는 것을 미처 몰랐다. 그녀는 어느 순간에 기차소리가 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잊고 있던 소리였다고 생각하고 이제는 의미 없는 소리로 더 듣고 싶지 않다고도 생각을 하다가… 창문을 열고 발코니에 나가 기찻길을 내려다보았다. 지나는 찬바람이 그녀가 새삼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래로 마침 기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무성영화 장면처럼 소리 없이 기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한참이나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른 방향에서 기차가 시내로 들어오고 있었지만 역시 소리 없는 기차였다. 그녀는 친구들이 큰소리로 말해도 듣지 못하니 이비인후과에 가야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아들과 며느리가 일주일 있는 동안에 의사에게 가자고 한 것을 거절했던 생각이 났다. 그때가 언제였는지도 기억할 수가 없다.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면서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다만 들리지 않는 기차소리를 아쉬워하지 않았다는 것이 새삼 그녀를 슬프게 했다. 그녀는 눈물을 닦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여전하게 기차는 떠나고 도착하고 있는 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인생에 중요했던 기차소리를 듣지 않고 살은 제가 얼마만이지도 모르고 그렇게 살 수 있었다는 것이 이상했다. 들리지 않는 기차소리와 함께 그녀의 죽어가는 과정이 이제 마지막 단계에 이르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온 그녀는 다시 침대에 들어가 누웠다. 눈을 감자 무거운 고요함이 엄습해왔다. 이제는 다시 헤어 나올 수 없는 무거운 어둠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혼자인 그녀를 더 철저하게 격리시키는 침묵속의 어둠이었다. 그녀를 둘러싼 세상은 정지된 듯 자신의 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소음을 싼 기차소리가 이미 죽음의 세계 속에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에 예고 없이 그녀의 죽음이 시작되었는데 그녀가 모르고 의식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렇다. 단 하나의 오라기의 빛살도 없는 완전한 어둠속으로 들어가기 전의 어둑어둑한 저녁시간 같은 거였다. 어머니의 소리가 들렸다. 해는 이미 지고 뒷산에서부터 내려와 온 동네를 뒤엎는 어둠을 의식하며 급히 집으로 돌아와서 사립문을 열면서 엄마! 하고 불렀던 어린 날이 떠올랐다.

“세숫대야에 물 떠내놓았다. 손 씻고 들어와 밥 먹어라! 배고픈 것도 모르고 마실을 댕기면 어쩌누?”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여운만 남은 그 집은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그녀를 감싸는 어둠이 서쪽하늘에서 내려온다고 생각하며 밖을 내다보는 데 의외로 하나씩 불이 켜져 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사고가 정지되기 전에 다시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하며 이불에 온 몸을 감은 채로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 자신을 태운 기차가 이미 역을 떠난 후라는 것도 감안했다. 그녀는 침대 앞 방바닥이 그처럼 편하다는 걸 미처 몰랐다. 눈을 감았다. 정지된 시간 속에 심신을 맡겼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눈을 떴다. 자신이 탄 기차가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끝)

2019년 11월 1일, 1145호 14-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