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44)

독일의 법제도(2)

유럽연합(EU) 법

독일연방의회는 1992년 12월 2일에 특별회의를 개최하여 기명투표결과 출석의원 568인 중 압도적 다수(찬성 543, 반대 17, 보류 8)의 찬성으로 유럽연합(Europäische Union)의 설립과 관련한 이른바 마스트리히트조약(Maastricht Vertrag)에 동의하였다.

이 동의에 수반하여 연방의회는 연방상원(Bundesrat)의 동의를 얻어 동년 12월 21일 전부 8개항목에 걸친 기본법개정(제38차)을 가결하였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는 마스트리히트조약의 발효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한 사무를 집행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권한을 수권받게 되었다. 이 조약에 대한 동의에 수반하여 신설 또는 개정된 기본법조항이 제23조이다.

독일에서는 개별 국제조약을 국내에 효력을 발생하게 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국내법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그러나 EU법은 그러한 전환없이 직접적으로 국민을 구속하는 점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그 이유는 EU법은 독일법의 구성부분이 아니라 그 자체 고유한 법복합체(Rechtskomplex)이며, 그 때문에 독일의 연방법률뿐 아니라 기본법의 내용과도 합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EU법은 헌법을 포함하여 각국법에 우선되도록 하였으나, 이 점에 관하여는 문제를 구별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독일의 법률과 EU법과의 관계이다. 유럽연합설립 이전부터 EU법은 직접적으로 독일국민을 구속하는 법률로서 독일의 법률에 우선되었다. 다만, 이 경우 “우선”이란 EU법과 저촉하는 독일법률은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당해사례에 있어서 독일의 법률이 적용되지 않고 EU법이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EU법의 우선성은 개별법영역에서 구체화된다. 이와 같은 EU법우위의 현상은 각국국내법의 “유럽법화”라고 지적되고 있다.

다음에 EU법과 기본법과의 관계이나, 여기서는 EU법에 관하여 제1차법과 제2차법으로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자는 유럽공동체, 연합의 창설 및 개정의 조약이며 후자는 조약에 의하여 설립된 기관에 의하여 규정된 법규를 말한다.

공동체법과 기본법의 관계에 관해서는 1992년의 개정까지에는 기본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서 헌법해석의 문제였다. 이 헌법해석의 문제에 관하여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주목되었다. 제2차법과 기본법의 관계에서 연방헌법재판소는 1974년 공동체법이 기본법의 기본권에 저촉한 사례(SolangeⅠ사건)에서 연방헌법재판소의 공동체법에 대한 심사권을 인정하고 결론적으로 기본법을 우선시하였다. 판결에서는 유럽공동체가 기본법의 기본권에 필적하는 독자적인 기본권카테고리를 가지지 않는 한 기본법이 우선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후 공동체가 유럽인권협약을 존중하는 인권공동선언에 조인하고 기본권에 관한 판례법의 집적을 축적하면서 연방헌법재판소는 판단을 변경하였다. 연방헌법재판소는 1986년 SolangeⅡ 사건에서 공동체가 기본법의 기본권에 필적하는 기본권보장을 발전시켜온 점을 인정하고 기본법의 기본권을 기준으로 공동체법을 심사할 수 없다고 종래의 판단을 변경하였다.

이 판결이 지니는 의미는 공동체의 제2차법이 기본법에 우선하는 것을 연방헌법재판소가 인정한 점에 있다. 그렇다면 연방헌법재판소는 제2차법에 대한 심사권을 전부 포기한 것인가. 이 점에 관하여 모든 사항이 아니라 유럽공동체의 재판소에 의하여 보장되지 않은 일정의 기본권에 대하여는 연방헌법재판소가 심사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이와 같이 공동체법과 기본법의 관계는 충분히 명확하지 않으나 적어도 공동체법의 우위성이 전면적으로는 아니지만 인정된 것이다.

제1차법과 기본법과의 관계에 관하여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종래 공동체, 연합의 창설, 개정(제1차법)에 수반하는 독일의 국가주권의 이양은 기본법 제24조를 근거로 단순법률로 가능하도록 되었다. 그러나 만약 단순법률에 의한 주권이양이 기본법을 침해하는 것이라면 기본법은 법률에 의하여 동일성을 상실하게 된다. 즉, 법률에 의한 헌법의 침해이며 헌법파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제1차법에 관해서는 기본법 제24조를 근거로 하는 단순법률이 아니라 기본법개정법률에 의하여야 할 것이라는 견해가 제시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위의 기본법개정이 행해진 것이다. 이 개정으로 공동체법(제1차법)과 기본법의 관계는 새로이 규정된 기본법 제23조제1항에서 명시되기에 이르렀다.

즉, 제23조제1항에서는 “독일연방공화국은 통합유럽의 실현을 위해 민주적, 법치국가적, 사회적 및 연방주의적 원리와 보충성(Subsidiarität)의 원칙에 구속되며, 기본법에 실질적으로 대응하는 기본권의 보호를 보장하는 유럽연합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 연방은 연방참의원의 동의를 얻은 법률로써 고권(Hoheitsrechte)을 이양할 수 있다. 기본법이 그 내용에서(seinem Inhalt nach) 변경 또는 보충되거나 변경 또는 보충될 가능성이 있는 유럽연합의 설립과 그 조약에 따른 근거(ihre vertragliche Grundlage)의 변경이 있으면 제79조제2항과 제3항을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두가지의 점에서 주목된다. 첫째, 내용면에서 종래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 제시된 유럽공동체, 연합에 있어서 기본권보장이 확인됨과 아울러 기본법의 기본원칙인 민주주의, 사회국가, 법치국가, 연방국가도 유럽연합에서 보장되고 있으며 유럽연합과 기본법체제가 내용면에서 공통의 기반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둘째, 절차면에서 제1차법에 관하여는 기본법 제79조제2항과 제3항을 적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는 점이다. 제79조제2항은 기본법개정을 위해서는 일반법률의 절차와 다른 가중요건을 규정하고 있으며, 제3항은 기본법의 기본원칙은 개정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개정한계를 설정하고 있다. 즉, 제1차법에 관하여 기본법의 내용에 변경을 미치는 경우에는 기본법 제24조에 의거한 단순법률이 아니라 기본법개정에 의하도록 한 것이다.


교포신문사는 독자들의 독일이해를 돕기 위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교육등에 관해 ‘독일을 이해하자’라는 연재란을 신설하였습니다. 독자들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1216호 29면, 2021년 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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