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73)

독일의 경제현황과 정책기조 ②

독일은 2차대전 패전 후, 1950년부터 1973년까지 연평균 5.9%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라인강의 기적’을 이룩하면서 경제성장, 고용, 물가, 국가재정 등의 측면에서 모범적인 국가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둔화되기 시작한 독일 경제는 경직된 노동시장, 관대한 사회복지제도, 높은 조세 부담 등으로 이른바 ‘시스템 피로 현상’이 누적되었고, 1990년대 막대한 통일 비용과 EU 통합에 따른 독자적인 거시정책 운용의 제약 등이 중첩되면서 2000년대 중반까지 경제성장률 둔화되었다.

그러나 독일 경제는 2006년부터 세계경제의 호황과 독일 산업의 경쟁력 회복, 정부의 과감한 구조개혁 정책 등에 힘입어 2006년(3.0%)과 2007년(2.5%) 견조한 성장률 기록하였다.

2003년 3월 슈뢰더 총리는 전후 최대의 개혁 정책으로 평가되는 ‘Agenda 2010’을 발표했으며, 이후 기민/기사연합-사민당 대연정(2005~2009)도 유사한 기조의 경제 사회정책 노선을 지속 추진하였다.

2008년 이후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에 2차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GDP 5.6%)를 기록하였으나 OECD 회원국 중 상대적으로 신속한 회복세 시현(2010년 GDP 4.1%)하였다.

◈ 독일의 시장 규모 및 특성

1) 시장 규모

독일의 경제 규모(명목 GDP)는 3조 4,134억 달러(2016) 규모로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이다. 독일은 유럽 국가 중 최대인 GDP와 인구, 교역 및 자체 시장 규모만으로도 중대한 의미가 있으며, 유럽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동구권 진출을 위한 거점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그러나 시장 규모에 비해 경제성장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2016년도 기준 가계 소비 53.5%, 정부 소비 19.7%)

2) 시장 특성

독일 기업들은 거래선을 쉽게 바꾸지 않고 한번 신뢰가 형성된 업체와 지속적인 거래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성향을 보여 신규 바이어를 발굴하기는 어려우나 일단 거래가 성사되면 장기적인 거래가 가능하다.

독일인들은 가격 대비 품질, 디자인, 포장 등에 있어 실용주의적 선택을 선호한다. 또한 엄격한 계획성과 합리적 사고방식이 생활습관으로 배어 있어 충동구매 가능성이 매우 낮으며, 보수적인 성향으로 거의 모든 거래는 문서 위주로 진행된다.

일반소비자들의 경우 별도의 구매 시즌은 존재하지 않으나 의류 및 가정용품의 경우 바겐세일 기간 중에 연간 구매의 70~80%가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편 독일은 대규모 유통업체들과 중소 규모 유통업체 간의 인수·합병으로 유통업체의 대형화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이들 업체는 전국적 유통망을 유지, 직접 수입하여 판매하는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 산업의 주요 특징

1) 제조업의 세계적 경쟁력

독일의 최대 산업 분야는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 화학산업 등을 들 수 있으며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 비중은 2016년 기준 약 25.7%로서 미국, 영국 등 영미권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독일은 전통적으로 높은 생산성 및 탁월한 기술 수준을 바탕으로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 보유하고 있는데, 특히 독일 제조업 기업은 높은 기술 수준을 바탕으로 2000년대 초반 독일의 경기침체 과정에서 지속적인 구조개혁 노력을 통해 대외 경쟁력을 유지하였다.

아울러 2000년대 초반 이래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억제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고부가가치 첨단제품 개발 등을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한 것도 독일 기업의 국제경쟁력 유지에 기여하였다.

2) 견실한 중소기업 기반

독일에는 총 250만 개의 중소기업들이 수공업, 제조업, 도소매, 관광 등 제반 분야에서 활동 중이며, 전체 기업 수의 99.6%, 전체 고용시장의 60.9% 및 전체 기업 매출의 32.7%를 차지하는 등 독일 경제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 독일에서 중소기업(KMU)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연 5천만 유로 미만 매출액 및 500명 미만 종사자를 보유한 기업을 말한다.

이들 중소기업 중 다수는 특정 부문에 특화하여 높은 기술 수준을 바탕으로 동 분야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탁월한 실적을 시현하는바, 일명 ‘히든챔피언’으로 지칭된다.

특히 의료기술, 레이저 기술, 소프트웨어, 기계 제작 등 하이테크 기술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중소기업들이 다수 존재하며, 이들 기업의 대부분은 가족기업 (Familienunternehmen) 형태로 존속함으로써 관련 분야 이외에는 인지도가 저조

3) 수출 지향적 경제구조

독일은 2003년 이래 6년 연속 세계 최대 수출국의 지위를 유지하였으나, 2009년 중국에 추월(세계 수출 비중 중국·미국·독일 순)당하였으며, 독일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GDP 창출의 45.9%, 전체 고용시장의 25% 정도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기계, 화학, 자동차, 전기·전자산업, 금속 부문에서 수출 비중은 66%(2015년 기준)를 상회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1245호 29면, 2021년 12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