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에 소녀상을!

최근 코레아협의회(코협)는 한 독일 대학 학생들로부터 소녀상을 세우고 싶다며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일본 측의 사전 훼방을 피하기 위해 지역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학생들은 소녀상 설립을 위해 대학 내에 “캠퍼스에 소녀상을!”이라는 후원회까지 조직하고, 대학 측을 설득하여 공식 허가를 받아 놓았으며, 소녀상은 설치 후 영구 존치될 예정이다.

또한 캠퍼스에 소녀상을 설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년 소녀상 관련한 학술회, 전시회,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달아 놓은 상태이다. 학생들의 뜻에 감동받은 소녀상 작가, 김운성, 김서경 부부는 흔쾌히 소녀상을 기증했고, 독일어로 된 비문까지 제작을 완료한 상태다. 하지만 예기치 않게 전쟁이 소녀상의 발목을 붙잡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한국에서 독일로의 소녀상 운송이 뜻밖의 어려움에 처한 것이다.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가격, 물가 상승으로 국제운송요금도 평상시보다 3배나 뛰었고 운송비는 1만 4천 유로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소녀상 설립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친 학생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현재 코협에 모인 시민들의 성금은 6천 유로. 즉, 운송을 위해서는 아직 8천 유로가 더 필요하다. 이 대학에 소녀상이 설립되면 베를린 소녀상에 이어 독일 내 두 번째 공공 부지에 설립되는 것으로, 매년 학생들이 주최하는 다양한 행사들이 예정되어 있는 만큼 그동안 베를린 소녀상으로 인해 촉발된 다양한 담론들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이 소녀상은 학생들의 노력으로 설립 후 영구 존치되는 것이어서, 이 대학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해 들은 코협에서는 현재 8월 말까지 운송비를 모금하고 있다.

그런데 한복을 입고 주먹을 불끈 쥔 채로 앉아 있는 아시아 소녀 동상이 도대체 무슨 힘이 있기에 독일 학생들도 나서서 소녀상을 세우고자 하는 것일까.

지난 6월 10일, 장기적 소모전으로 치닫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집회가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렸다. 독일 전국지역 여성단체인 코라지 여성연합(Frauenverband Courage)이 주최한 것이다. 이 단체는 3월 8일 세계여성의날 집회도 다른 단체들과 함께 소녀상 앞에서 진행한 바 있다. 18일 라이프치히의 여성페스티벌(Frauenfestival)에는 플라스틱 평화의 소녀상이 출연했다. 행사장에서는 라이프치히대 학제간 연구 프로젝트 ‘포스트식민주의 기억 작업, 트랜스내셔널 여성주의’의 일환으로 독일 대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소녀상 스티커와 배지가 등장하기도 했다.

라이프치히대 일본학과 슈테피 리히터(Dr. Steffi Richter) 교수와 도로테아 믈라데노바(Dorothea Mladenova) 교수가 기획한 이 프로젝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소개로 그치지 않고 라이프치히에서 발생한 강제 성노동의 역사로, 전쟁 중 성폭력 범죄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모두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촉발시킨 긍정적인 성과로 소녀상은 이처럼 독일에서 보편성을 이미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아시안계 2세 커뮤니티가 주최한 애틀랜타 인종차별 테러 추모시위나 <극우에 반대하는 할머니들의 모임>(OmasgegenRechts)의 하나우 총기 난사 추모집회 등 여성에 대한 폭력, 구조적인 착취나 억압에 대한 저항 외에도 모든 차별과 폭력에 저항하는 시민연대의 상징이 된 것이다.

한편으로 독일사회에서 얻은 긍정적 성과로 인해 소녀상은 이제 일본 정부와 우익들에게 더더욱 눈엣가시가 되어 가고 있기도 하다. 오죽하면 일본 수상은 숄츠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베를린 소녀상 철거를 요청했겠는가.

지난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한국에서 활동하는 극우들이 소녀상 철거를 위해 독일을 방문한다. 이를 위해 코리아협의회는 이번 주 일요일인 6월 26일에 소녀상 앞에서 대규모 침묵시위를 개최한다. 극우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임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국제사회가 공인한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실 자료도 배포한다. 극우들의 소녀상 앞 집회 신고를 한 5일 동안에는 시민들과 함께 극우들의 방문 기간 동안 평화롭게 소녀상 주변을 지켜낼 예정이다.

위안부가 사기라며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역사수정주의자들이 이 땅에 발을 부치지 못하도록 현지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 바란다.

1272호 17면, 2022년 6월 24일

캠퍼스에 소녀상을!

소녀상 운송을 위한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독일 대학에서 학생들이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고자 합니다.

이 소녀상은 설치 후에는 영구 존치됩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으로 운송비가 턱없이 모자랍니다.

소녀상을 독일로 운반해 올 수 있도록 운송비를 기부해 주세요.

100유로씩 80명이 후원해 주시면 가능합니다.

여러분들의 정성 어린 후원이 꼭 필요합니다!

– 후원기간: 8월 말까지

-문의: mail@koreaverband.de / (0)30–3980 5984 (코리아협의회)

* 후원계좌:

1. 송금 : Korea-Verband e.V.

Bank: GLS Bank / BIC: GENODEM1GLS / IBAN: DE74 4306 0967 1223 1367 00

Verwendungszweck: Spende

2. Paypal, 신용카드를 통한 후원 : https://www.koreaverband.de/spen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