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 / 100

문화 & 미디어 ②

급격한 미디어 변화

독일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높은 수준으로 보장하며 헌법 규정으로 보호하고 있다. 독일 기본법 제5조는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언어, 글, 그림으로 표현하고 유포하며 일반적으로 접근이 가능한 출처에서 방해 받지 않고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 검열은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명시하였다. 비정부기관인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세계 언론 자유 지수”에서 독일은 2017년 180개 국가 가운데 16위를 차지하였다.

독일은 의견의 다양성과 정보의 다원성을 보장한다. 언론은 정부나 정당이 좌지우지하지 않고 민영 미디어 기업이 주도한다. 영국을 모델로 삼아 설립된 공영방송(ARD, ZDF, 도이칠란드풍크)은 수신료료 재원을 마련하는 법인이자 공법 기관으로,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 수립 이래 기본적으로 큰 변화 없이 유지된 공영 및 민영방송의 이원체계의 한 축을 구성한다. 방송의 이원체계를 구성하는 다른 한 축은 1980년대부터 생겨난 다수의 민영 라디오 및 텔레비전 방송이다.

대표적인 TV 뉴스 프로그램으로는 ARD의 “타게스샤우”와 “타게스테멘”, ZDF의 “호이테”와 “호이테 조날”그리고 “RTL 악투엘” 등이 있다. 세계 10대 미디어 도시 중 하나인 베를린에만 900여 명의 의회 출입기자와 60개 국가에서 파견한 440여 명의 해외통신원이 활동하고 있다.

주로 지방에 분포되어 있는 300개의 일간지, 20개의 주간지 그리고 1,600개의 잡지가 다양한 언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독일의 신문시장은 중국, 인도, 일본, 미국에 이어 세계 5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독일의 신문매체는 현재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겪고 있다. 2015년부터 일간지의 유료 발행부수가 평균 1.5~2% 줄어들었다. 갈수록 젊은 구독자를 확보하기가 힘들고 구독부수와 광고 수입이 줄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100개 이상의 신문이 인터넷의 무료화 추세에 대한 대응으로 유료 콘텐츠를 도입하였다. 매일 판매되는 약 800,000 부수의 신문을 전자신문 형태로 판매하고 디지털신문 구독 수치가 꾸준히 증가하는 등 신문 미디어는 변화를 겪고 있다.

미디어의 디지털화. 인터넷, 모바일 기기의 급속한 보급,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확산은 미디어의 이용 행태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14세 이상 독일인 중 인터넷 사용자 수는 6,240만 명(89.8%)에 달한다. 5,000만 명 이상은 매일 인터넷을 사용하고, 인터넷 사용자 1인은 하루 평균 약 165분 동안(전체 인구대비 149분) 인터넷에 접속했다.

또한 이들 인터넷 사용자 두 명 중 한 명 이상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했다.

게다가 오늘날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절반 가량이 개인 커뮤니티에 가입되어 있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소셜미디어와 블로그 공간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공공성이 등장했다. 이와 같은 플랫폼은 누구나 대화에 참여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열려 있고 소통이 활발한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다.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상호적인 만남의 장이 미래에 적합한 디지털 저널리즘의 토대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현재 모든 분야의 언론인들이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 확산에 맞서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언론인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

매력적인 언어

독일어는 인도게르만어족에 속하는 약 15개의 게르만어 중 하나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룩셈부르크, 벨기에, 리히텐슈타인, 남티롤(이탈리아)에 사는 약 1억 3천만 명의 인구가 독일어를 모국어 또는 정기적으로 쓰는 제2의 언어로 사용한다. 독일어는 EU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국어로 쓰는 언어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 10개 중 하나다.

2015년에 발표된 “전 세계에서 외국어로 사용되는 독일어”에 관한 조사 결과 독일어를 외국어로서 배우는 인구가 1,54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질적으로 독일어를 외국어로 구사하는지는 정확하게 집계할 수 없지만 약 1억 명 정도로 추산된다.

독일어를 구사하는 인구 수만 봐도 알 수 있듯 독일어는 높은 위상을 자랑하는데, 이는 독일의 탄탄한 경제력 덕분이다. 독일의 경제력이 독일어의 매력을 배가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독일어 교육기관을 지원하고, 장학금과 외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적극적인 독일어확산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독일어에 대한 관심은 특히 중국, 인도, 브라질 등과 같은 신흥국에서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독일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독일어에 대한 수요가 2010년 이래 4배 증가했다.

주요 독일어 교육 기관으로는 140개의 해외 독일학교 및 독일 외무부가 추진하는 “학교: 미래의 파트너(PASCH)” 프로젝트에 참여해 독일어 수업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약 2,000개 파트너 학교가 있다. 또한 90개가 넘는 국가에서 외국어로서 독일어 강좌와 어학시험을 운영하는 독일문화원도 있다. 2016년 독일문화원에서 약 278,000 명의 수강생이 독일어를 배웠다.

전 세계 대학에서도 약 130만 명이 독일어를 배우고 있다.

도이체벨레는 초급자부터 상급자까지 다양한 수준의 독일어 학습자를 아우르는 온라인 강좌를 운영해 e-러닝 프로그램과 비디오와 오디오 및 인쇄물 자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반면에 국제 학술언어로서 독일어의 중요성은 약화되는 추세다. 자연과학 분야에서 서지 데이터베이스 상 독일어로 작성된 논문의 비율이 1% 정도 되는 것으로 집계된다. 독일어는 전통적으로 인문학 및 사회과학 분야에서 학술언어로 보다 큰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非)독일어권 학자가 독일어로 논문을 발표하는 경우가 드물다.

반면 영어로 논문을 발표하는 독일어권 학자는 많은데, 특히 자연과학 분야에서 그렇다. 그러나 인터넷 상에서는 독일어의 위상이 상당히 높다. 언어별 웹사이트의 비율을 기준으로 봤을 때 독일어는 1위인 영어와는 큰 격차를 보였지만 2위인 러시아어와는 간발의 차이로 인터넷 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 3위를 차지했다.

세계화로 인해 세계 모든 언어가 위협을 받고 있으며 세계 공용어로서 영어의 위상은 더욱 강화되고 있지만 독일어는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국제 언어로서 자리를 지킬 것이다.

1272호 29면, 2022년 6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