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오래 전 20대 였을 때, 세인트 루이스 피아노 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작은 마을의 지역 신문에 광고를 내고, 피아노를 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동부 미주리 지역의 한 신문에 광고를 낼 때마다 매번 어떤 할머니에게서 엽서가 날아 왔습니다. 할머니는 앞뒷면 모두를 빽빽하게 다 채울 만큼 긴 사연을 보냈는데, 엽서의 제일 윗줄에는 십자가를 그리고, <찬미 예수> 라고 큰 글씨로 쓰여 있고,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였습니다.
그 사연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나의 사랑스러운 손녀를 위해서 새 피아노 하나를 배달해 주십시오. 색상은 꼭, 빨강색의 마호가니로 부탁드립니다. 제가 피아노 대금을 지불하는 방법은 한 달에 10달러입니다. 약속은 틀림없이 지키겠습니다.>
물론, 우리 회사는 한달에 10달러만 받고 새 피아노를 판매할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 엽서를 무시할 수밖에 없었고, 오히려 늙은 할머니의 시대에 뒤떨어진 노망쯤으로 생각했습니다.
어느날 나는 한 고객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매번 신문광고를 보고 엽서를 보내오던 할머니의 주소와 멀지 않은 거리여서 그 할머니의 집을 한 번 가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발동 하여 그 집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목화 밭 한 가운데 방 한 칸짜리 통나무집에서 손녀와 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의 거실로 들어서는 순간 정면 벽에는 커다란 나무 십자가가 걸려 있고, 왼쪽 벽에는 기도하는 예수님의 낡은 그림이 걸려 있었습니다.
대화를 하다 보니, 그 집안에는 전화도, 확실한 직장도, 자동차도 없었습니다. 지붕은 곳곳에 구명이 나서 비가 오면 샐 것 같았습니다. 10살쯤 되어 보이는 손녀는 방안을 왔다 갔다 하며 맨발로 뛰어 놀고 있었습니다. 나는 할머니에게 <당신의 신용상태로는 도저히 그렇게 장기 할부 계약을 할 수 없으니, 이제는 더 이상 신문 광고 보고 엽서 보내는 일은 그만 두시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오랫동안 나의 주님께 기도해 왔다우. 지금까지 나를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으신 주님께서 반드시 새 피아노를 보내 주실 것이유.> 나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한쪽 귀로 듣고, 속으로는 이일은 잊어버리겠다고 결심하며 그 집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후 우리의 신문 광고가 나간 후, 그 할머니는 어김없이 또 엽서를 보내 왔습니다. 한 달에 꼭 10달러씩 틀림없이 지불하겠다는 맹세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 할머니를 향한 연민의 정은 있었지만, 우리는 그 엽서를 무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후, 나는 내가 피아노 회사를 직접 차리고, 광고를 내자, 이번에는 내 앞으로 그 엽서가 배달되었습니다.
어느 날 나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마침내 빨강색 마호가니 피아노를 트럭에 싣고 할머니의 집을 향해 차를 몰았습니다. 차를 운전하면서도 <왜? 내가 이러고 있지?….. 한 달에 10달러를 받고 새 피아노를 배달하려고 가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이상하게 느껴지면서도 나는 할머니가 줄기차게 장문의 빽빽하게 쓴 엽서의 내용을 머릿속에 떠 올리며, 할머니의 집을 향해 기고 있었습니다.
할머니와 손녀는 화물차에 싣고 온 피아노를 보더니 환성을 질렀습니다. <주님이 응답하셨네요! 주님이 응답 하셨네요!>나는 피아노를 비가 새지 않을 장소에 놓고 할머니에게, <52개월 동안 한 달에 10달러씩 부처달라고>만 말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장사를 잘못했다는 생각도, 그리고 “할머니가 돈을 부쳐주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일체 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마음이 이상하게 기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후, 나와 합의한 대로 할머니는 어김없이 매달 10달러씩 빠지지 않고 꼬박 꼬박 보내 왔습니다. 어떤 때는 카드 한 장에 테이프로 오밀 조밀 동전만을 붙여서 10달러를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정말 놀랍기도 하였지만, 언제부터인가 할머니와 손녀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20년 동안 나는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나는 멤피스에 출장을 갔다가 호텔에서 식사를 하고 라운지로 나갔습니다. 바에 앉아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데, 너무도 아름다운 피아노 음악이 들려 왔습니다. 아름다운 젊은 여인이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우아하게 연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피아노 음악에는 일가견이 있었던 나는 그녀의 피아노 실력이 수준 이상인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음료수를 들고 그녀 가까이에 가서 그 아름다운 선율을 직접 보고 감상하고 싶었습니다.
그녀와 가까운 거리에서 그녀를 바라보며 음악을 듣고 있는데, 피아노를 치면서 그녀는 나를 보고 간간이 미소를 짓더니, 휴식 시간에 내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와서 앉았습니다. 그리고, <혹시 당신이 옛날에 저희 할머니한테 피아노를 파신 분 아니세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라 재차 물어보고 나는 마침내 기억이 났습니다. 이럴 수가, 이 여인이 그 어린 손녀였다니!
그녀의 할머니는 손녀에게 레슨을 시킬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해 라디오를 들으며 피아노 연주를 공부 했다고 말했습니다. 주말이면 할머니 손을 붙잡고, 2마일이나 떨어진 교회에 연습을 하러 갔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틈틈이 도둑 연주를 해야 했습니다. 할머니가 피아노를 들여 놓은 후, 그녀는 열심히 피아노를 연습해서 음대에 장학생으로 진학했고, 수많은 콩쿠르에서 우승했으며, 지금은 부유한 변호사 남편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휴식 시간을 마치고 다시 피아노 앞에 앉은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천천히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연주하며 직접 노래를 부르기 시작 했습니다. <나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워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을 얻었네.……..> 나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자리에서 일어나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습니다. 밤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총총하게 떠 있는데, 문득, 그 손녀 할머니의 음성이 들려 왔습니다. <지금까지 나의 주님이신 에수 그리스도께서는 나를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았어유.>.
오늘 소개드리는 임현동 아동은 대구광역시의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남자 아동입니다.
아동의 모는 아동의 여동생을 출산 한 후 암이 발병하였고, 투병 생활 중 사망하였습니다. 사망 후 부가 아동과 여동생을 양육해왔지만, 부는 지속적으로 아동 남매를 학대하였습니다. 부는 현재 아동 폭력으로 인해 아동 남매에 대한 접근 금지 명령이 내려져 있습니다. 그 후 아동과 아동의 여동생은 현재의 시설에 입소하여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동은 비록 자신을 학대 한 부이긴 하나, 때때로는 부에 대한 그리움도 생긴다고 합니다.
2024년 현재 아동은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아동은 또래와 비슷한 체구로 건강한 편이며 산만하고 충동 조절이 잘 안되어 ADHD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아동은 특수반에서 정규 수업과 특수반 수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취미는 장난감 놀이와 독서이며, 장래희망은 과학자가 되고 싶어 과학 서적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교민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는 현동 아동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소식을 기다립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박해철 선교사 드림.
1383호 34면, 2024년 10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