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센한인회 여름 소풍

‘오랜만에 느껴본 바닷바람에 더없이 좋은 날‘

산포르트. 에센한인회(회장:나남철) 여름 소풍이 7월20일에 있었다.

이웃 도시 두이스부르크가 독일에서 가장 더운 39.3도를 기록하는 등 무더위 속에 열린 에센한인회 소풍은 그동안 코로나 속에 억눌렸던 마음들을 시원한 바닷바람에 날려 보내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 속에서 이른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들과 함께 네덜란드 산포르트(Sanford)로 향했다.

네덜란드로 향하는 버스에서 윤청자 수석부회장의 사회로 자기소개와 함께 동포사회에 예정된 행사 안내가 있었고, 나남철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그동안 코로나 19로 인해 예정된 행사를 갖지 못했던 관계로 잠시 코로나 방역지침이 완화된 정부 지침에 따라 소풍을 갖게 되었음을 밝혔다.

아울러 이날 소풍에 함께한 젊은 세대들과 함께 에센한인회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명맥을 이어가기를 희망하며 신나는 하루가 되기를 기원했다.

회원들의 각자 소개 시간에는 그동안 제대로 된 외출을 하지 못하다가 회원들이 함께 멀리 바닷가로 여행을 떠나게 되어 답답한 마음이 한 순간에 사라질 것 같다는 소감부터,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 늘 슬퍼했지만 함께한 1세대들을 보니 돌아가신 부모님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어 좋다는 젊은 신세대까지 다양한 여행 소감들이 여기저기서 튀어 나왔다.

이날 여행자 중에는 독일에 사는 언니 집을 방문했다가 여행까지 함께하게 되었다는 박영미씨의 인사말이 회원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박영미 선생은 40년간 교직에 있으며 학생들에게 파독 광부, 간호사들의 업적을 가르쳐 왔는데 막상 이렇게 역사의 주인공들을 만나보니 가슴이 뭉클하다며, 그동안 파독근로자들이 한국 근대사에 남긴 역사적 의미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뚜렷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1970년대에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된 파독근로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게 되어 기쁘고 한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럽다며 남은 여생 건강하고 평안하며 행복하게 보내기를 기원했다.

박영미 선생의 제안으로 회원들은 모두 함께 ‘고향의 봄‘을 합창하며 두고온 고향 생각에 잠시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하며 마음을 달랬다.

커다란 수박 두 통을 준비해 온 김정옥 회원은 몇 년 전 냉방이 잘 안된 버스로 여행을 하며 일부 회원들이 겪었던 고충을 다시 소환하며 회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고, ‘만남‘노래를 함께 부르며 지루함을 달랬다.

윤청자 수석부회장은 앞으로 동포사회에 진행될 각종 행사 안내를 했고, 행사에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버스가 이동하는 동안 회원들은 앞 다투어 한인회 발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후원금을 기증했고 나남철 회장은 후원금이 에센한인회에 귀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세 시간에 걸친 긴 이동 끝에 넓게 펼쳐진 바다를 본 회원들은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환성을 지르며 저마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며 한동안 무더위에 시달렸던 몸과 마음을 한 순간에 날려버렸다.

그 동안 몇 차례 여행을 하며 무거운 파빌리온을 옮기느라 고생을 했던 1세대회원들은 젊은 세대들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파빌리온을 완성하고 신,구세대의 화합에 편안함을 느꼈다.

점심시간이 되자 저마다 준비해온 음식을 펼쳐놓고 서로 자신이 만들어온 음식을 맛보라고 권하는 모습은 한국인만이 가진 ‘정‘이 파빌리온 안에 넘쳐났다.

한인회원들을 위해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밤새 고기를 구워온 나남철 회장의 불고기는 인기 만점이었고, 새로운 발상으로 청경채 김치를 담가온 최삼희 회원의 김치 역시 발상의 전환에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밤늦게 정원에 심은 야채를 뜯어오느라 모기에 물렸다는 김영주 임원과 새벽에 버스와 전철을 바꿔 타며 갖은 밑반찬을 준비해온 전희자 회원, 참석자 모두 숨겨진 사연을 소개하며 먹는 점심은 꿀맛이었다.

풍성한 점심 식사를 마친 회원들은 바닷가를 산책하기도 하고, 수영을 하면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바닷바람과 그 동안 억눌렸던 마음들을 모두 훌훌 털어버렸다.

산책을 마친 회원들은 다시 파빌리온에 모여 흘러간 가요를 부르고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고 약속한 출발시간이 다가오자,또 다시 회원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파빌리온 해체 작업에 함께했다.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행동이 불편해 지팡이를 짚고 온 회원이나 어린 아이들까지 모두가 하나가 되어 파빌리온 해체작업을 함께하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에센한인회의 미래 모습을 보듯 화목한 풍경이었다.

마침 떠날 시간이 되자 바다는 이글거리는 태양과 함께 더욱 빛났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이 아쉬워 더 머무르고 싶어하는 회원들이 많았지만 버스 회사와의 규정 때문에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나 회장은 마무리 인사말을 통해 에센한인회원들의 단결과 화합에서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며, 앞으로도 신,구 세대가 어울려 행복한 한인회를 이루어 갈 것을 약속했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오늘 하루 수고했다며 서로 인사를 나누는 회원들의 모습은 그 어느 때 보다 행복해 보였다.(편집실)

1277호 10면, 2022년 8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