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소재문화재재단 : “나라 밖 우리 문화재 23만 점…환수·활용에 총력”
2023년 프랑스국립도서관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특별전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이 50년 만에 일반에게 공개돼 화제가 된 바 있다. 금속활자 인쇄물 270점 가운데 고려 백운경한스님의 저술을 금속활자로 인쇄한 <직지>는 이날 전시회에서 가장 첫 번째로 소개된 유물로, 눈길을 끌었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우리나라의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프랑스국립도서관과 협업해 ‘직지’ 전시 관련 대중강연 및 번역을 지원했다는 점이다. 프랑스 전시장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한국인 관람객들과 이에 대한 현지언론의 관심을 체감한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환수만큼 중요한 게 국외 기관들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 문화재를 보존, 활용하는 일임을 체감했다”고 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이름처럼 우리나라 밖에 있는 한국 문화재 업무를 전담하는 문화재청 산하 특수법인이다. 2012년 설립된 재단은 국외 문화재에 대한 환수뿐만 아니라 조사, 보존·활용지원, 교류·협력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6월이면 설립 12주년을 맞는 재단은 그동안 128건 963점의 문화재를 환수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의 설명에 의하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국외 문화재 환수를 주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태조사, 보존·활용, 국내외 교류·협력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재단은 우선 전 세계에 소재한 한국 문화유산을 파악하기 위해 현황조사 및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이러한 조사를 기반으로 매년 1월 국외문화유산 통계를 발표해 국민에게 국외 소재 문화재 현황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 또 한국 문화유산의 가치가 널리 확산되도록 연구 사업도 추진한다.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가 온전히 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존과 복원도 지원하고 있다. 현지 전시 지원을 통해 한국 문화재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도 재단이 하는 일이다.
프랑스국립도서관 특별전도 처음에는 전시회만 개최하기로 했었지만 재단이 도서관 측과 협의를 거쳐 콘퍼런스도 진행하게 되었다.
지난해 재단 사업 가운데 또 하나 이목을 끌었던 것이 고려시대 사경 <묘법연화경> 권제6을 일본에서 환수한 일이다. 이처럼 가치 있는 문화재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계기와 과정을 김 이사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2022년 6월 일본 현지 네트워크를 통해 유물 관련 정보를 확보하고 매도 의사도 확인하게 됐다. 소장자가 먼저 매도 의사를 밝혀왔고 여러 차례의 현지 조사와 협상을 통해서 무사히 환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재단은 국외 문화유산 매입 사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이제는 사업이 널리 알려져 문화재 매도 의사가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일본 문화재 거래 시장은 폐쇄적인 네트워크 중심으로 돌아간다”며 “재단이 꾸준히 사업을 전개하다 보니 일본 현지 분위기도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국외로 반출된 성보를 국내로 다시 들여오기 위해 조계종과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재단은 해외에서 유통되는 한국 문화유산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이 정보를 유관 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조계종에도 정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데 특히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이 발견될 경우 유통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경매 응찰을 지원하는 등 다각도로 협력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 2020년에 환수된 송광사 치성광여래도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국내로 들여오게 된 대표적인 불교 문화유산으로 조계종 총무원과 송광사 재단이 합심해 노력한 결과이며 이 같은 협력은 지금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묘법연화경>이외에도 6점의 우리 문화재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백자청화 정부인양주조씨묘지’는 미국으로부터 기증형식으로 반환됨 문화재로, 조선 말기 문신인 박정양의 첫 번째 부인 양주 조씨의 묘지명으로, 19세기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책받침 형태를 하고 있다. 모죽임하고 정갈한 서체의 청화로 망자의 생애를 서술하여 사료적 가치가 있고 당시 도자 양상 이해에 도움을 준다.
‘나전국화 넝쿨무늬 상자’는 일본애서 매입을 통해 환수된 문화재로 국화와 모란 무늬의 배치, 금속선을 사용한 넝쿨 줄기가 표현되어 있다. 자개의 장식 기법 등에서 고려 나전칠기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나전상자로, 자개의 빛깔과 광택, 금속선 등 장식재료의 보존상태가 우수하여 향후 전시‧연구 등 활용 가치가 높다.
‘민티어 부부 기증 사진자료’는 미국의 민틴어부부가 기증한 것으로 35mm 컬러슬라이드(플라스틱 마운트) 및 흑백필름(네거티브 현상) 등의 사진자료이다.
기증자가 1969년 평화봉사단(Peace Corp)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1975년까지 영어강사 및 봉사활동을 하며 촬영한 부산, 서울 일대 등의 35mm 컬러슬라이드 필름 및 흑백 필름으로, 현대사 관련 사료 및 문화유산 기록사진으로의 의미를 지닌다.
또한 민티어 부부는 회화유물도 기증하였는데, 회화(사호 송수면의 19세기 후반 작품인 『묵죽도』,『묵매도』 등) 및 책판(『춘추집주(春秋輯註)』 책판) 등으로 근현대 회화의 다양성과 1970년대 외국인 대상 유통된 회화 등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이다.
또한 일본에서 구입한 ‘대동여지도’ 필사본은 대동여지도 갑자본에 동여도의 지리정보를 필사한 지도로서 현재까지는 이러한 유형의 지도가 발견된 바 없어 지도발달사 연구에 가치가 있으며, 희소가치가 매우 높다.
끝으로 미국인으로부터 기증받은 조선 후기 회화가 있다. 김진규(1658-1716)의 <묵매도>, 신명연(1808-?)의 <동파입극도>, 허련(1808-1893)의 <천강산수도병풍>과 <송도대련> 등 18~19세기 조선시대 회화사 연구에 중요한 미공개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묵매도>는 조선 후기 서화 수장가 김광국(1727-1797)의 《석농화원》 필사본에 그림과 평으로만 전해오던 작품이라 가치가 높다.
1361호 30면, 2024년 5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