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이해하자 / 186

독일 신재생에너지 산업

1.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역사

2024년에 들어서서 재생에너지원 발전량의 증가세는 더욱 가속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체의 57.7%에 해당하는 130TWh로 화석/원자력 발전량을 넘어섰다. 전력원으로서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확대되는 것은 현 독일 신호등 연정의 친환경 정책에 기인한다.

이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급속한 성장은 최근 글로벌 에너지 트렌드 변화와 독일 정부의 강력한 에너지 정책에 기인한다.

독일은 유럽 최대의 산업 국가이자 최대 전력소비 국가로 1차 에너지 소비량의 약 61%를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수입국이었다.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은 이후 독일은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 다변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던 중, 원자력에 대한 독일인들의 인식을 뒤바꾼 사건이 발생한다.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다. 사고 이후, 원자력에 대한 전 국민적 트라우마가 생겨나고 반(反) 원전 여론이 확산되면서 탈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인식이 확산된다.

정책적으로 신재생에너지가 힘을 얻은 결정적 계기는 사민당과 녹색당의 연립정부 구성, 그리고 신재생에너지법의 제정이다. 1998년 총선에서 사민당과 녹색당이 집권하면서 독일의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이 전환되었는데, 원자력 포기와 신재생에너지 육성이 주요 골자였다. 특히 녹색당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독일 내 모든 원전을 폐지할 것을 요구해왔는데, 1998년 녹색당이 연립정부에 참여하며 이 계획은 현실화되기 시작하였다.

연립정부는 2001년 6월 독일 내 모든 원전을 2022년까지 완전 폐기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한다는 ‘친환경 산업정책’을 제정하고,2002년 원자력법 개정을 통해 최초의 탈원전 정책을 선언하였다. 이에 앞서 2000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 평가 받는 ‘신재생에너지법(EEG)’을 제정하여 독일 내 신재생에너지 확산의 결정적인 토대를 마련하였다.

독일 역시 탈원전 과정에서 어려움이 존재했다. 독일 정부는 2010년 ‘에너지구상 2010’을 발표하면서 탈원전 기조를 유지했으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고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및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전까지 원전의 가동 수명을 연장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메르켈 정부는 원전의 공포를 다시 환기했고, 산·학·연·정치·종교·환경단체 등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윤리위원회를 개최해 원전 찬반에 대한 토론과 합의도출 과정을 11시간 동안 전국에 생중계하였다. 이 같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원전 가동수명 연장은 일 년 만에 탈원전 정책으로 회귀하였고, 그 결과 2011년 17개 원전 중 8개를 전면 폐기하고, 현재 운전 중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 8기는 2022년까지 폐하였다..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신재생에너지법(EEG)으로 대변된다.

독일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그 결과 전력 분야에서는 태양광 발전과 풍력발전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2000년 신재생에너지법(EEG) 제정

제정 당시 총 66개 조항으로 구성되었으며, 본 법안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20년까지 최소 35%, 2030년까지 50%, 2040년까지 65%, 2050년까지 80% 달성한다는 목표를 수립하였다. 또한 송전사업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을 우선적으로 공급받아야 하

며, 20년간 정부가 규정한 고정 가격과 실제 전력 거래 가격 간 차액을 지원받는 발전차액지원제도(Feed in Tariff)를 도입하였다.

2014년 신재생에너지법(EEG 2.0) 개정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확보함에 따라, 2014년 법률 개정 이후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보장되던 지원 제도들이 일부 축소되었다. 또한 10kW 이상 1MW 이하의 중소 태양광 설비는 생산 전력의 10%이상을 보조금 지원 없이 자가소비 또는 도매시장 직접거래 할 것이 의무화되었다.

이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경쟁 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확대되면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전력을 도매시장에서 제3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Direct marketing 제도를 도입하였고, 2017년 이후 부터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자 간 입찰을 통해 가격 프리미엄을 결정하는 일종의 경매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 외에도, 2013년 신재생에너지 자가소비를 확대하기 위하여 가정용 에너지 저장장치(ESS)의 설치비용을 30% 까지 지원하는 ‘Solar Storage Subsidy’ 제도를 신설하였으며, 대형 발전사업자가 전력회사나 소비자와 직접 장기 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구매계약)를 계약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였다.

연방정부는 2045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전체 전력 내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80%까지 늘리고, 2035년에는 완전히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신재생에너지 정책 및 산업 전망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에 힘입어 양적 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정책 초기에는 에너지원 다양화 측면에서 질적 성장을 추구했다면, 향후에는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 확보를 중점으로 양적 성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개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시 말해, 초기에는 고비용이었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시장에 정착시키고 확산시키는 데 목적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경제성을 이미 확보한 신재생에너지와 여타 에너지원 간에 경쟁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개편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수익구조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단순히 정부의 보조금에 의지해 수익을 창출하던 것에서 나아가, 개인 간 전력거래 및 제3자 직접거래 등 다양한 사업 모델들이 생겨나고 있다.

1361호 29면, 2024년 5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