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알란트 한글학교 말하기 대회 개최

자알란트 한글학교의 학생들은 2022년 한 해의 마지막을 말하기 대회에 참여함으로써 마무리했다. 이번 자알란트 한글학교 제5회 말하기 대회는 2022년 12월 17일에 개최되었고, 이 대회에서는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 되어 있었다. 어린 학생들은 자기소개 및 율동을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서보기도 하고, 초등반과 중등반은 각 반의 주제에 맞는 개인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발표하였다.

자알란트 한글학교 제5회 말하기 대회는 유지혜 교장선생님의 개회사로 시작을 알렸다. 유지혜 교장선생님께서는 그동안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말하기 대회 대면 행사가 잠정 중단되어 참 안타까운 상황이었는데 올해는 드디어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을 현장으로 초대하여 행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감사하였다. 더 나아가서 말하기 대회의 취지는 대중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쌓이는 소중한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대회의 첫 발표는 자알란트 한글학교에서 가장 어린 별님반과 새싹반 학생들이 맡았다. 막내학생들이 첫 발표를 해서 그런지 많은 관중들이 더 큰 호응과 격려를 해주었다. 각 반의 학생들은 <곰 세마리>와 <올챙이와 개구리> 라는 동요를 부르며 함께 율동을 선보였다. 50명 정도되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적이 없었던 아이들은 쑥쓰러워했지만 그들은 울지 않고 이름, 나이, 가족관계 등 씩씩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었다.

햇살반, 봄비반, 소나무반은 초등반과 중등반으로 어린 아이들과는 다르게 각 반마다 정해진 주제를 갖고 발표에 참여했다. 햇살반의 주제는 동물이었다. 시모네 요안, 김 노아 이수, 김동하, 서윤, 서래언, 전우진 학생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동물에 대한 정보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발표했다. 남들 앞에서 혼자 발표하기엔 아직은 너무나 부끄러운 나이일수도 있는데 씩씩하게 나와서 발표하는 모습에서 굉장한 용기를 느낄 수 있었다.

봄비반의 주제는 바다였다. 봄비반 학생들은 마인드맵을 통해서 바다라는 큰 주제에서 각자의 관심사를 발견하고 그것을 소주제로 발전시켜 매주 조사하고 직접 글을 쓴 내용을 토대로 말하기 대회를 준비했다고 한다. 봄비반은 햇살반보다 더 고학년으로 구성된 반이어서 그런지 다양한 관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 <바다의 미스터리에 대해>를 발표한 류수정 학생은 인어에 대해서 조사하고 인어가 왜 미스터리로 여겨지는 지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발표한 것이 인상깊었다.

또한 안유주 학생은 <플라스틱을 먹는 바다동물들>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서 어른들도 바다와 관련된 환경오염에 대해서 지각할 수 있고 인간들의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와 그에 관한 부작용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끔 하였다.

이번 말하기대회의 마지막은 소나무반이었다. 소나무반의 주제는 전쟁으로 굉장히 무거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폭탄, PTSD, 전쟁의 역사, 6.25 전쟁, 일상에서의 전쟁과 같이 학생들의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관점들을 볼 수 있었다. 가장 고학년인 소나무반 학생들은 여러 말하기 대회 경험을 통해서 긴장한 모습보다는 더 확신에 차고, 발표의 자세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 굉장히 어른스러웠다. 그 중 김하원 학생의 <한국전쟁, 6.25>를 발표 중 서론에서 관중 들로부터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김하원 학생은 4살 때 독일로 와서 살기 시작했다. 만나는 많은 외국인들이 그녀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어보면 그녀는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고 항상 뒤에 이어지는 질문은 북한사람인지, 남한사람인지 물어보는 것이었고 그녀는 이 질문이 싫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다른 외국인들에게는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왜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가 되었는지 조사해보고 싶었고 이를 말하기 대회에서 발표하였다. 자신 뿐 아니라 한국인이라면 비일비재하게 겪는 경험을 서론에서 이야기함으로써 관중들의 관심을 한 번에 끌 수 있었던 김하원학생의 발표센스가 돋보였다.

이번 자알란트 한글학교 제5회 말하기 대회에선 다양한 볼거리와 발표만 이목을 끈 것은 아니었다. 이번 시상식은 다른 시상식과 달리 모든 학생들이 서로 다른 독특한 상장들이 받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새싹반 최이안 담임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에게 가온, 나래, 다솜, 라온, 마루상처럼 순 우리말로 상장을 수여하셨고, 소나무반 학생들은 밤하늘을 비추는 달, 보라빛 미리내, 사라지지 않는 봄물결상 등 학생들의 평소 학습태도를 고려한 상을 받았다.

이것은 자알란트 한글학교 말하기 대회가 변별력이 없다기 보단 각자가 갖고 있는 개성이 다르고, 이것은 평가될 수 없으며 본인만이 갖고 있는 유일한 점이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학교의 취지였다고 한다.

이번 해에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그간 우리를 괴롭혔던 코로나가 서서히 사라지며 그 동안 못 했던 야외활동을 즐기기도 하고 코로나 판데미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희망도 경험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완전히 살아지지 않았을 뿐 더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서 경제와 사회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지만 차가운 겨울의 2주 만 남아있던 그 주말에 겨울의 추위와 일상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용기 있는 발표를 들으며 따뜻한 마음을 갖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기사제공: 자알란트 한글학교 소나무반 담임 이해강

1297호 13면, 2023년 1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