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업단 선정한 추천도서(2)
문화사업단에서는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큰 반향을 얻고 있는 각 분야의 책을 선정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번 소개되는 책들은 인류학을 비롯하여, 경제, 역사, 문명사, 소수자의 인권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추천도서를 통해 독자분들의 마음이 더욱 풍요로워지고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기를 기대한다.
『다문화 시대의 이슬람, 그 반역의 역사』
세계사에서 이슬람과 서구기독교는 종교적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뿌리도 같다. 그러면서도 서로 불편한 역사적 인식을 지니고 있다. 그 책임은 양쪽 모두에게 있다. 저자는 여기서 서구적 해석에만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인식을 질타한다. 실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의 이슬람 인식 태도를 겨냥하고 있다. 그러면서 서구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을 반성하도록 유도한다.
저자는 이슬람의 확산 과정이 곧 전쟁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들어 이러한 전쟁의 역사가 이슬람을 배타적이며 상극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전쟁의 역사 이면에 숨어 있는 교류의 역사를 읽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슬람을 통해 종이제조술과 항해술, 그리고 인쇄술 등이 서방세계로 넘어가고 그것이 인류사의 혁명적 변화의 원인이 됐다.
이슬람은 지리적으로 동서 문명이 교차하는 지점에 접해 있고, 다른 종교나 문명보다는 후발주자로서 등장하였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이슬람의 역사를 그리스. 로마 문화, 페르시아 문화, 인도 문화, 중앙아시아, 동남아, 중국 문화 등 세계의 여러 문화권을 횡단하면서 이슬람의 포용성과 개방성을 추적하며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독자가 방대한 이슬람의 역사를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래서 이슬람 역사를 현장감 있게 드러내 보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안에 저자의 문화적 소양과 광범위한 자료 섭렵, 역사를 보는 통찰력을 녹여 냈다.
저자는 오늘날 이슬람 문화의 폭력성과 배타성의 근원을 이슬람 국가들의 근대화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찾고 있다. 서구의 근대성이 이슬람의 영향을 받으면서 형성되었지만, 그 인본주의와 과학은 오히려 세속적인 근대성으로 발전되었다. 따라서 저자는 오늘날 이슬람이 직면한 과제는 이슬람 교리와 서구 근대적 세속성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서 찾고자 한다.
『다문화 시대의 이슬람, 그 반역의 역사』 / 김중순 지음/소통 펴냄 2013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
우리는 왜 세계사 시간에 아프리카의 역사를 배우지 않는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프리카의 이미지는 어디서 유래한 것인가. 이 책은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들이 겪어온 고통과 모순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흔히 아프리카를 바라볼 때 범하기 쉬운 오류를 지적하면서, 누가 언제 어떻게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들에게 고통을 주었으며, 왜 아직도 아프리카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또 미래는 어떻게 변해갈 것이며, 거기에는 어떤 도전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 책을 통해 왜곡되고 일그러진 아프리카의 역사를 바로 잡으며, 온전한 눈으로 아프리카의 정치ㆍ사회ㆍ경제ㆍ문화를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들이 겪어온 고통과 모순에 대해서 어느덧 우리는 그곳은 아프리카니까 라면서 당연시 받아들이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아프리카는 왜 가난할까? 아프리카는 왜 싸울까? 아프리카는 왜 병들었는가? 아프리카에 대한 질문에 대해 사람들은 더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아프리카는 가난, 질병, 기아, 내전, 분쟁’의 지역으로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서 원조를 하지만 그곳은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빠져버린 아프리카, 스스로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아파하는 아프리카의 현 주소가 이 책속에서 소개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아프리카의 모습을 식민지와 독재 가운데 정의하고 ‘기아, 빈곤,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언제나 도움의 손길을 바란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도움을 받은 아프리카는 여전히 블랙홀처럼 외부의 도움을 흡수할 뿐 발전하지는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아프리카를 바로 알고 이해하는 노력이 함께 하면서 아프리카가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매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노력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지나친 비관론과 낙관론을 조심하면서 아프리카의 정체성과 실체를 분석하는 이 책은 단순한 아프리카의 역사 혹은 정치, 경제를 다루는 책이 아니라, 아프리카 본연의 모습과 그 본연의 모습이 왜곡된 현실을 보여주면서 왜곡을 바로잡고 새롭게 출발하려는 노력에 집중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아프리카에 대해서 무심하거나 무지했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기아와 빈곤, 전쟁과 에이즈, 독재와 부정부패, 종교와 부족간의 갈등을 뛰어넘어 기회의 땅, 젊은 대륙의 아프리카의 본 모습을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찾아보기를 바란다.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 / 윤상욱지음 / 시공사펴냄 2012
1312호 23면, 2023년 4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