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생활지원단과 사단법인 해로가 함께하는 건강 지원 정보

방문형 전문 완화의료 제도 SAPV

교포신문생활지원단에서는 사단법인 ‘해로’와 함께 동포 1세대에 절실히 필요로 하는 건강, 수발(Pflege)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더불어 전화 상담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노령기에 필요한 요양등급, 장애 등급 신청, 사전의료 의향서(Patientenverfügung), 예방적대리권(Vorsorgevollmacht)작성 등 보다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이 간단한 명제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나 자신이나 가족에게 닥치면 이는 더 이상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단법인 해로에서 만나는 어르신들 중 많은 분이 „건강하게 살다가 사흘 정도 아프고 잠을 자다가 잠자듯이 죽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임종의 순간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하며 어떤 식으로 죽음이 닥쳐올지 모른다.

나이가 많아지고 병이 들면 혼자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설혹 암과 같은 통증을 유발하는 병이나 신경 계통 질병으로 몸을 자유로이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 가까이서 돌보는 가족도 쉬운 일이 아니다. 병원을 가 보아도 이미 병이 치료 효과가 없을 정도로 많이 진전되었다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독일의 병원은 치료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는 환자에게 퇴원 조치를 취한다. 병이 다 완치되어 치료가 필요없다면 너무 좋겠지만 병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라서 치료하지 않는 것이라면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때 환자는 24시간 케어를 받을 수 있는 장기요양원 (Pflegeheim)이나 호스피스 시설(Stationäres Hospiz)로 갈 수 있고 당연히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실상 많은 환우가 집으로 퇴원하기를 원한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집만큼 편안한 곳은 없기 때문이다. 말기 환자가 집으로 퇴원할 경우 등장하는 것이 방문형 전문 완화의료(Spezialisierte ambulante Palliativversorgung) 제도다.

독일 건강보험 총연합 (GKV Spitzenverband)은 말기 환자가 가정에서 편안하게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고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지원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치료 효과가 없는 장기 입원환자로 인하여 발생하는 높은 의료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방문형 전문 완화의료 제도(SAPV)를 도입하였고 이를 위하여 2007년에 법 개정을 통하여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사회보장법 5권, SGB V 37b) 이 법안에 따라 병원의 의사는 퇴원하는 환자에게 방문형 전문 완화 의료를 처방할 수 있고 이 처방전을 전달받은 방문형 완화의료팀의 의사는 환자의 가정을 방문하여 그 환자에게 필요한 약과 보조용품을 처방할 수 있다.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건강보험사에서 처리된다.

<의사가 처방하는 가정방문 완화의료 의뢰서>

SAPV 제도의 목적은 죽음을 목전에 둔 말기 환우가 가정과 같은 익숙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병환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시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임종할 수 있도록 의료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가정이 아닌 요양원이나 호스피스 시설로 SAPV의료진이 방문하기도 한다. 장기 요양원에는 완화 의료를 처방하는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요양병원과 달리 독일의 장기 요양 시설 (Pflegeheim) 에는 상주하는 의사가 없다.

방문형 완화의료팀과 방문형 호스피스는 서로 다른 분야를 담당하므로 경쟁 기관이 아니고 상호 협력 기관이다. 환자를 간병하는 것은 완화의료팀의 역할이 아니므로 환자는 처방되는 진통제 등의 약 이외에도 도움이 필요하다. 완화의료팀은 투약과 처치 등의 의료적인 분야만을 담당하므로 집에 있는 말기 환우는 호스피스 병동에서와 같은 종합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따라서 환우는 완화의료팀 방문과는 별개로 자신이 가진 요양 등급에 따른 방문형 간호단 (Pflegedienst)의 간병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에 더하여 방문형 호스피스의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입으로 섭식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호스를 이용한 인공영양에 대한 처방을 환자를 계속 치료하던 주치의가 쓰고 그 처방의 시행은 가정을 방문한 간호사가 한다. 그러나 병의 진전에 따라 달라지는 진통제 처방은 방문한 SAPV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보고 처방한다. 방문형 호스피스는 SAPV가 하는 의료지원 외의 부분을 담당하며 해당 환우에게 필요한 부분을 맞추어 정서적, 문화적 사회적 부분을 보완하여 지원하는 것이다. 때문에 방문형 호스피스는 의사는 없지만 종교인이 포함된다. 호스피스는 임종 전후는 물론 장례와 탈상 기간까지 도움을 준다. 호스피스 활동에 대한 비용은 건강보험사에서 처리된다.

보통 SAPV팀은 2명의 완화의료 전문의와 4명의 간호인력으로 구성된다. 때에 따라 사회복지사가 투입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홈케어 의사 (Home Care Arzt)라고 불리기도 하며 독일 전역에 300개 이상 SAPV기관이 존재하여 전 지역에 흩어져있다.

1332호 24면, 2023년 9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