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간호사가 처음으로 독일 땅을 밟은 것은 꼭 60년 전, 1966년 1월 31일. 이른바 제 1차 파독간호사 128명이 그들이다. 이들이 온 해를 시작으로 ‘동양에서 온 백의의 천사“ 한국간호사들이 독일사회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파독간호사의 역사에서 빼어놓을 수 없는 인물 한 사람을 든다면 모두들 주저없이 이수길 박사를 손꼽을 것이다. 아무도 시작하지 않은 길, 공관에서조차 개인 일로 치부하며 협조를 제공하지 않았던 1965년 당시 신념하나로 독일 관계기관을 찾아다니며 결국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1966년 1월 31일 제 1차 파독간호사 128명과 함께 프랑크푸르트에 내린 이수길 박사의 삶은 신념과 끊임없는 노력의 길이었다.
파독 간호사들의 대부’로 불리는 이수길(1928-2023) 박사가 6월 ‘이달의 재외동포’에 선정됐다.

재외동포청(청장 김경협)은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자 한·독 양국 인적·문화적 교류의 토대가 된 파독 간호사 사업을 주선한 이 박사를 ‘이달의 재외동포’로 선정해 기린다고 6월 15일 밝혔다.
이수길박사는 19828년 함경남도 북청에서 태어났다.
세 살때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하게 되고 이를 통해 어린시절 이수길 박사는 많은 고통을 감내하여야 했다. 고통이 심해 학교를 가지 못했던 일, 이를 극복하느라 집에서 홀로 공부하여 끝내 3개학년을 월반하여 동료들과 보조를 맞추었고 이후 원산의전에 입학하여 평생을 몸바친 천직인 의학도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1950년 6월 28일 원산의전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의학과 펠셀(조수의)의 자격을 획득하였다.
6.25의 와중에는 남한으로 피난을 나와 부산과 여수에서 생활하며 당시 어려운 환경에도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1953년 의사고시에 합격하여 정식의사로서 활동하게 된다.
그러나 이렇듯 의사의 길과 사회의 명성이 보장된 당시 이박사는 보다 깊은 의학연구를 하기위해 유학을 결심하게 된다. 1959년 뮌스터대학의 소아과 의사(Gast Arzt)로 독일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베를린 대학 정형외과 의사로, 프랑크푸르트 의대 정형외과 정식 Assistant Arzt로 발령받았고 1962년 7월 1일 마인츠 대학병원에 정형외과의 전문의사로 부임하게 된다.
이 박사는 1960년대 독일 마인츠 대학 병원에서 소아과 의사로 근무하며, 독일 의료계의 인력 부족 상황을 한국 정부에 알리고 한국 간호사들의 독일 진출을 추진했다.
1965년 그는 독일 내 10여 개 병원에 직접 서신을 보내 한국 간호사 채용 의사를 타진했고, 우리 정부와 협의해 간호사 파독을 주선했다. 그 결과 1966년 128명의 간호사가 처음 독일로 향했다.
당시 해외 출국 자체가 쉽지 않았던 시절이었지만, 그는 채용 과정부터 비자 발급까지 직접 챙기며 간호사들이 무사히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박사는 파독 간호사들이 낯선 타국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일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차별 없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힘썼다.
이후 1975년까지 1만여 명의 한국 간호사가 독일로 파견됐고, 그들이 송금한 외화는 우리나라 경제 개발과 산업화 과정의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또한, 파독 간호사들은 독일 내 동포 사회를 형성하며, 한·독 우호 관계 증진에도 큰 역할을 했다.
이 박사는 독일 마인츠에 한독협회를 창설하고 회장을 맡아 양국 교류에도 힘썼다.
또 한국의 선천성 심장기형 아동 30여 명이 독일과 미국에서 무료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장애아동 지원단체인 ‘한국소아마비협회’의 전신 ‘삼애회’ 발족에도 기여하는 등 인도주의 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우리 정부는 1987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여했고, 1998년 독일 정부는 국가공로십자훈장을 수여했다.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은 “파독 간호사들은 머나먼 타국에서 묵묵히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라며, “이수길 박사는 그 길을 처음 열고 뒤에서 든든히 지원한 숨은 주역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파독 간호사 독일 진출 60년이 되는 해”라며 “이수길 박사와 파독 간호사들의 헌신과 노력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6월의 재외동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1463호 12면, 2026년 6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