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카니발(Karneval) 축제

카니발 – ‘장미의 월요일(Rosenmontag)’부터 ‘재의 수요일(Aschermittwoch)’까지

 

올해는 2월 15일이 Rosenmontag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예전과 같은 화려한 카니발 행사는 펼쳐지지 않는다. 그러나 독일에서 카니발 시기는 매우 의미 있는 절기이기에 독일의 카니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카니발은 지역에 따라 ‘파스트나흐트(Fastnacht, 금식일)’ 혹은 ‘파싱(Fasching)’이라고도 불린다. 본래 파싱은 중세시대에 ‘동방박사의 날(Dreikönigstag)’부터 금식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Aschermittwoch)’까지의 기간을 가리켰다. 금식은 ‘재의 수요일’에 시작되어서 부활절까지 이어졌다. 오늘날에는 ‘제5의 계절’이라고도 불리는 카니발 시즌이 11월 11일 11시 11분에 시작된다. ‘파스트나흐트’는 대개 독일 내 가톨릭 지역에서 기리고 있다.
‘장미의 월요일’은 ‘재의 수요일’ 이틀 전 월요일을 가리키며 부활절 일요일을 48일 앞둔 날이다.
카니발 토요일이나 일요일, 장미의 월요일 혹은 카니발 화요일에는 지역마다 카니발 행렬을 볼 수 있다. 카니발의 가장 오래된 축제이기도 한 카니발 행렬은 카니발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행사의 하이라이트이다.
독일에서는 특히 쾰른, 마인츠, 뒤셀도르프의 ‘장미의 월요일’ 행렬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 행렬에는 각각 최대 1백만 명의 관람객들이 구경하고 참여하기도 한다.
최초의 ‘장미의 월요일’ 행렬은 1823년 쾰른에서 있었다. 2년 후 뒤셀도르프에서도 행렬을 준비했고, 1836년 마인츠가 그 뒤를 따랐다. 이 때부터 전쟁이나 비상시기를 제외하고 거의 매년 행렬이 이어졌다. 카니발문화는 해마다 독일 전역으로 퍼진다. 특히, 라인란트 지역이 카니발 전통을 매우 중시한다. 오늘날 카니발 행렬은 음악, 춤, 기마행진과 함께 이루어진다. 정치가나 다른 유명인사들을 풍자하는 거대한 마분지 인형을 태운 수레가 지나가기도 한다. 카니발에서는 사회적 주제들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일이 종종 있다.

카니발의 유래

독일 라인카니발은 기독교 문화에서 유래하였으며 예수의 수난과 부활 시기에 관련된 종교적 축제이다. 라인 카니발은 사육제라고도 불리는데, 카니발(Carneval)이라는 단어는 ‘Carne(고기)’와 ‘val(격리)’가 합쳐진 말로, ‘고기와의 작별’ 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로마 시대부터 일정 기간 종교적인 이유로 고기를 먹지 않는 의식이 있었다. 이런 전통이 기독교로 이어졌고, 중세부터 부활절을 정점으로 40일 전, 즉 사순절(四旬節)부터 고기를 먹지 않고 근신하게 된다. 이처럼 금욕 기간에 들어가기 전 실컷 고기도 먹고 술도 마셔 두자는 대축제가 바로 카니발이다.
라인 카니발은 1823년 쾰른에서 ‘카니발 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창립되면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노드라인베스트팔렌 주의 대규모 연중행사로 일 년에 한번 개최된다. 1860년에는 카니발 토요일 저녁에 질병, 굶주림, 추위, 전쟁, 죽음 등 삶에 반하는 모든 부정적 요소들을 몰아내고자 하는 “악령들의 행진(Geisterzug)”이 최초로 거행되었다.
라인 카니발은 라인 강 줄기를 따라 독일의 거의 모든 서부 지방에서 펼쳐지는데 마인츠를 중심으로 하더라도 라인 강과 맞닿지 않은 지방에서도 이 카니발에 어울려 축제를 벌이는 곳이 많다. 사순절 예비 절기의 시작은 일반적으로 공현축일(1월 6일)로 알려져 있지만, 사육제를 가장 정성스럽게 벌이는 쾰른에서는 공식적인 시작을 11월 11일 11시로 잡는다. 이 때 부터 축제가 시작되어 서서히 그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는데 그 절정에 달해 가장 활발한 축제를 즐기는 시점은 사순절이 시작되기 일주일 전부터다.

쾰른 카니발

쾰른 시내에서의 카니발은 먼 옛날부터 진행되어 왔지만 프랑스 혁명군이 쾰른을 떠나고 프로이센이 도시를 점령한 1814년 이후, 이 거리 축제는 좀 더 체계적으로 진행되었다. 이에 따라 1823년에‘Festordnendes Komitee’가 설립되었으며 오늘날 축제 위원회의 뿌리가 되었다. 1823년 2월 10일, 최초의 장미의 월요일(Rosenmontag)을 기념하였으며 이 때 축제의 영웅을 선정하게 되었다. 해를 거듭하면서, 특정한 전통이나 관습들이 생겨나게 되었으며 이것은 여전히 전통적인 쾰른 페스티벌의 큰 특징이다.

일정

쾰른 카니발은 매년 11월 11일 11시 11분에 정확히 시작한다. 이는 11이라는 숫자가 카니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광대의 숫자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이 시간에 쾰른의 알트마르크트에서 광대복장을 한 시민들이 모여 ‘쾰른이여, 영원하라’는 의미를 가진 “Kölle Alaaf(쾰레 알라프)”라고 외치며 시작을 알린다. 이렇게 시작하는 시간은 매우 정확한 반면에 카니발이 끝나는 날짜는 유동적이다. 카니발은 종교적인 의미의 행사로 부활절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부활절은 춘분 이후 첫 만월이 뜨는 일요일이기 때문에 카니발의 종료 날짜가 유동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쾰른 카니발은 단계적으로 점차 분위기가 무르익어‚ 장미의 월요일 행진 (Rosenmontag)’에서 정점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우선 ‚재의 수요일(Aschermittwoch)’과 여인들의 목요일(Weiberfastnacht)’부터 거리 행진으로 이어지는 카니발 집회는 새해부터 그 본격적인 막을 올리게 된다. 이와 더불어 다양한 단체들의 카니발 집회가 함께 열린다. 기독교에 뿌리내린 축제라는 점에서, 장미의 월요일의 날짜는 교회력에 따른다. 장미의 월요일은 재의 수요일 전의 월요일에 위치하게 되며, 그 뒤로는 선의 금요일과 부활절로 이어지는 사순절의 시기가 시작되게 된다.

장미의 월요일

독일 쾰른 카니발의 정점을 이루는 날로 시가행진 행렬이 유명하다. 브라질의 리오, 영국의 노팅 힐과 더불어 세계 3대 카니발의 하나로 그 명성을 지켜오는 쾰른 축제의 시가 행진은 정각 11시 11분에 쾰른 남쪽 클로드비히 광장에서 시작된다. 이 행렬에는 최대 1백만 명의 관람객들이 구경하고 참여하기도 한다. 200년 역사를 가진 이 시가행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7시간 동안 7.5km 구간을 통과하며 다양하고 풍성한 볼거리를 보여준다. 이 행사에는 카니발 단체 150여 개와 1만여 명, 차량 100여 대가 참가하며, 카니발 용어로 예케(Jecke)라고 부르는 ‘바보’ 백성에게 던져줄 선물로 사탕과 캐러멜 150t, 사각 초콜릿 70만 개, 프랄린 초콜릿 20만 상자, 장미꽃 30만 송이가 준비되어 길거리에 뿌려진다. 프랑스가 ‘톨레랑스(관용)’의 사회라면 독일은 ‘질서Ordnung’의 사회이다. 그러나 카니발이 정점에 달하는 ‘광란의 월요일’은 대성당 주변의 거리는 질서라고는 찾을 수 없고 그야말로 한바탕 난장이 벌어진다.
장미의 월요일은 독일의 국가 공휴일이 아니다. 그러나, 독일 남부 지역(쾰른, 본, 아헨, 메인즈 등)의 학교, 회사 등 대부분의 기관이 이 날을 임시 휴일로 정하고 축제를 즐긴다. 또한 쾰른시도 퍼레이드를 위하여 많은 일을 하는데, 도시와 마을 중심의 도로를 폐쇄하고 일부 지역의 교통을 통제한다. 행사 기간 중에는 시장 이하 거의 모든 공무원이 각종 행사에 참여하여, 시민들과 더불어 격의 없이 축제를 즐긴다.
여인들의 목요일
축제 기간 중 ‘여인들의 목요일(Weiberdonnerstag 혹은 weiberfastnacht)’로 지정된 날은 진정한 축제의 시작이라고 불릴만한 날이다.
아낙네들의 카니발이라 불리는 만큼 이날 쾰른시는 그야말로 여인천하가 된다. 여인들의 목요일이 되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로 가장을 하고 거리를 돌아다닌다. 백화점엔 아예 카니발 분장용품 코너가 해마다 특설되기도 한다. 이 날엔 여자들은 낮부터 술을 마시고 거리로 나와 남성을 상징하는 넥타이를 가위로 자른다고 한다. 그러고는 사과하는 의미에서 그 남성에게 입을 맞추고, 그 남성은 잘린 넥타이를 매고 시내를 종일 돌아다닌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내 구경 나온 외국인 신사들의 넥타이가 잘려지는 수모가 여기저기서 벌어지며, 이 날은 수상도 예외 없이 넥타이를 잘리면서 히죽대며 웃는 사진이 신문마다 실린다.
이 축제는 특히 여자들의 해방일로 불리기도 한다. 그동안 집안에서 억눌렸던 여자들은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거리를 떼 지어 다닌다. 넥타이를 자르거나 누벨을 걸어놓는 행위는 노예나 지배자가 없는 오늘날 쾰른 축제를 추수로 힘들었던 농부들을 위로하고, 억눌려 살아야 하는 여인네들이 자유를 만끽하는 기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카니발 왕자

카니발이 열리는 100여 일 동안 쾰른 시민의 정신적 지주는 ‘카니발 왕자’다. 매해 초가을 쾰른카니발운영위원회는 카니발 단체 정회원 가운데 한 명을 카니발 왕자로 선발한다. 선발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표준 쾰른 지역의 방언을 사용하는가 이다. 선발이 되면 1년동안 다양한 활동을 익히게 되는데, 이후 카니발 왕자는 함께 선발된 농민 및 여성 대표와 ‘3인위원회’를 꾸려 공식 활동을 벌인다. 그들의 역할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데, 쾰른 근교에 사는 한 50대 남성이 “가톨릭 교황, 독일연방 총리, 쾰른 카니발 왕자 이 셋 가운데 우리한테 최고 중요한 인물은 카니발 왕자”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축제 기간동안 이들의 주요 임무는 카니발 기간에 열리는 400여 실내 행사에 참가해 자리를 빛내는 것이다. 이 때 진행되는 400여 행사 가운데 절반 이상은 장애인, 노인, 고아를 위한 복지시설 후원이 목적이다. 카니발 발전은 행사 질에 달렸다고 보는 카니발운영위원회는 연예인을 양성하는 3년제 교육과정까지 두고 있다.

본격적인 행사

독일 라인 카니발은 뒤셀도르프, 쾰른, 본으로 이어지는 라인 강 줄기를 따라 열린다. 그 중 쾰른 Alter Markt에서는 해마다 11월 11일 11시 11분에 시끌벅적한 개막행사로 시작하여 주말마다 크고 작은 행사들이 이어진다. 긴 겨울 내내 카니발이 진행되며 다음해 사순절이 있는 주간에 막을 내린다. 라인카니발은 사순절이 시작되기 일주일 전 목요일부터 열린다. 이 축제에는 티켓이 따로 필요 없이 그저 무료로 관람하고 즐기면 된다. 축제기간 동안에는 다채로운 퍼레이드와 함께 흥겨운 연주가 열려 도시전체가 흥겨운 분위기로 들썩거린다. 가장행렬은 주로 정치인들을 모티브로 삼아 독일 정치 또는 정책상의 문제점들을 풍자하기도 한다. 또, 여러 신들을 마스크 분장하여 생존에 부정적인 요소들을 몰아내고 삶의 풍요를 지켜주는 선신을 기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카니발은 또한 현대 기술에 적대적이다. 따라서 자동차를 사용하는 행진을 원치 않으며, 자동차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곳곳에 말뚝과 계단을 설치한다. 음악도 전기를 사용한 카세트나 앰프를 사용하지 않고 순전히 악단들의 악기로만 연주된다. 실외에서는 도보 행렬과 온갖 분장을 한 팀들의 행진 등이 관객들의 호응 속에서 진행되고, 실내에서는 음악, 노래, 춤, 만평극 등이 술과 음식과 곁들여 진행된다. 카니발의 인사말은 “알라프(Alaaf)“와 헬라우(Helau)”이고, 축제 내내 서로 인사를 주고받는다. 여기서 알라프는 ”쾰른이여 영원하라”는 의미를 지닌다. 카니발 기간에는 지하철에 탔을 때 분장을 하지 않고 평범한 옷을 입은 사람이 되려 주목을 받는다고 한다.
여인들의 목요일(Weiberfastnacht)에 뒤이어 다음날에는 카네이션 토요일(Nelkensamastag), 튤립의 일요일(Tulpensonntag)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3일 뒤에는 장미의 월요일(Rosenmontag)이 열린다. 장미의 월요일에는 마인츠에서 뒤셀도르프에 이르기까지 도시마다 성대한 가장 행렬이 벌어지는데, 이 날만큼은 회사도 가게도 문을 닫고 거리로 나와 가장행렬에 참여하고 축제를 즐긴다. 하지만 이 행렬에는 아무나 낄 수가 없다. 주로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는데, 튤립의 일요일 날 지역예선을 벌여 여기서 당선된 팀이 다음날 장미의 월요일 날 행렬에서 선을 보이는 것이다. 주체하는 사람들이나 관람하는 시민들 모두 의상을 입고 분장을 하고 함께 즐기며 퍼레이드 중 가장행렬이 던지는 사탕을 주우며 참여한다. 그리고 행렬이 끝나면 밤새도록 모여 축제를 즐기며 술을 마신다.
제비꽃 화요일(Veilchendienstag)이 되면 비교적 조용해지는데, 이 날부터는 카니발이 거의 종료되는 시점이며 사람 크기 만한 허수아비를 상징적으로 불에 태운다. 이 형상은 우리가 카니발 동안에 저지른 모든 죄를 참회하는 것을 상징한다. 이를 Nubbel 화형식이라고 부른다. 이 화형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슬픔에 가득 찬 한탄을 하기도 하고 흥겨운 민요를 부르기도 하며 우행과 죄악에 대해 속죄한다. 독일 라인카니발의 마지막 날은 참회의 수요일(scher-mittwoch) (또는 ‘재(灰)의 수요일’이라고도 부른다)로 끝이 난다. 이 날은 사육제 축제 기간 동안 지은 죄를 참회하고 고기를 먹지 않으며 근신하는 날이다. 이 순간부터는 40일간 고난의 사순절이 시작된다. 기독교 풍습에 따른 풍자가 또한 엄숙하게 거행된다. 11월부터 3월까지의 길고 화려했던 축제 분위기는 차분해지고 엄숙해진다. 사육제는 이날 밤 자정을 기점으로 끝이 난다.

정치, 경제적 의미

라인 카니발은 독일 내의 가장 크고 활발한 축제이며, 쾰른 시민 뿐만이 아니라 관광객, 타 지역 주민들까지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훌륭한 관광자원이 된다. 그와 동시에 카니발 관련 일자리를 창출해낼 수 있는 하나의 경제적 요소로도 작용한다. 라인 카니발은 처음에 암울한 나라 분위기 등에 맞서 지역 주민들의 생존과 정체성을 지켜내기 위한 강한 정치적, 종교적, 문화 사회적 이념도 함께 작용하였지만, 그 성격은 차츰 줄어들고 그 자체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라인 카니발이 오늘날 초대형 글로벌 축제로 발달하기까지는 여러 성공 요인이 있는데 카니발의 주요 동기 및 목적이 자유, 해방, 저항의 이념을 기반으로 시작되어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것, 그저 관객으로서가 아니라 각자만의 개성과 창의력, 특성을 보여주는 참여자가 될 수 있다는 것,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다수의 대중을 위하는 성격, 간식과 선물을 나눠주고 받으며 느끼는 즐거움, 풍자와 비판을 겸하며 잠시나마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1206호 14면, 2021년 2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