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푸르트(Erfurt) 지역에는 “강한 여성들의 발자취를 찾아서(Auf den Spuren starker Frauen)라는 특이한 이름의 순례길이 있다. 여기서 ‘강한’이라면 신앙심이 강한 것을 의미할텐데, 남성중심의 중세 신앙시대의 ‘강한 여성’들의 발지취를 찾아 순례 길을 만들었다는 것도 특이하다.
여기서 말하는 “강한 여성들”의 주인공은 Paulina, 성인 Walburga, 성인 Elisabeth이다.
신성로마황제 하인리히 4세 일가의 귀족으로 1102년에서 1105년 사이 Paulizella 수도원을 건립한 Paulina, 성인 Walburga의 이름을 딴 Arnstadt의 Walpurgis 수도원, 그리고 에어푸르르트 주교관구 수호성인인 성인 Elisabeth 이들의 삶과 선한 행동들을 묵상하는 길이 바로 “강한 여성들의 발자취를 찾아서” 순례길이다.
이 순례길은 에르푸르트 대성당 광장에서 시작되어 Paulizella 수도원 까지 약 54km에 달한다. 또한 에르푸르트에서 코부르크(Corburg)까지의 ‘야곱순례길’의 일부이기도 한데, 길이 험하지 않아 초보자들에게도 적합한 길이다.
파란색 배경에 노란색 조개표시의 안내판이 설치된 54km의 순례길은 1박 2일 여정이 적당하며, 순례와 함께 튀링겐 지역의 아름답고 다양한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에어푸르트 대성당 앞 Hermannsplatz를 시작으로 Gera 자전거 전용도로에 도달하며 그곳부터는 강을 따라 걸으며 대도시인 에어푸르트를 떠나 자연과 함께 순례의 여정이 시작된다. 도보로 약 1시간 정도 거리에 작은 마을인 Bischleben-Stedten에 도착하게 된다. 이 마을은 아름다운 15-16세게의 전형적인 목조 주택(Fachwerkhäuser)들이 인상적이다. 이어 Walpurgis 수도원이 있는 Arnstadt로 이동하게 되는데, Arnstadt는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와의 깊은 인연이 있는 도시이다. 매해 ‘바흐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상시 열리고 있어,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Arnstadt 도심에서 30 분 거리에있는 Walpurgis 수도원과 세계적으로 독특한 인형 마을인 “Mon Plaisir”를 방문 할 수도 있다.
이튿날에는 Niederwillingen, Greisheim 및 Cottendorf를 통해 Singen에 도착하게 된다. Singen에서 Rottenbachtal 계곡을 지나 Paulinzella 수도원에 이르는 순례길에는 Singener Berg와 Singener 숲(Wald)을 통과하게 되는데, 이곳의 경관이 빼어나 심신의 위로를 받게된다.
“강한 여성들의 발자취를 찾아서” 순례길의 종착지인 Paulizella 수도원은 12 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로마네스크 양식 건물 중 하나이다.
세 명의 여성 가운데 성인 Elisabeth은 튀링엔 지역에서는 잘 알려진 성인이다.
성인 엘리사벳이 선종한 후 그녀의 무덤에서 치유의 기적이 일어나면서 시성 절차가 빠르게 시작되었다. 그래서 선종 4년 후인 1235년 5월 28일 성령 강림 대축일에 이탈리아 페루자(Perugia)에서 교황 그레고리우스 9세(Gregorius IX)는 그녀를 성대히 성인품에 올렸다.
14세기 이후 교회 미술에서 성녀 엘리사벳은 망토에 장미꽃을 담고 있는 모습으로 많이 그려졌는데, 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려고 몰래 빵을 감추고 나가다가 남편에게 들키자 그 빵이 장미꽃으로 변했다는 전설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빵 제조업자와 빵집 그리고 자선사업 기관의 수호성인으로 공경받고 있다. 그녀는 헝가리 또는 튀링겐의 엘리사벳이나 이사벨라(Isabella, Isabel)로도 불린다.
순례를 목적으로 반드시 스페인의 Santiago de Compostela에 갈 필요는 없다. 주위를 돌아보면 가까운 독일내에도 오래된 순례의 길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가지고 순례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다양한 길이와 문화적, 역사적 배경을 가진 순례의 길들이 있다.
앞으로 차례차례 이 길들을 미리 사전 조사하는 기분으로 교포신문 독자 여러분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여름에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가족들과, 혹은 뜻이 맞는 분들과 작은 그룹을 만들어 걸어서 이 길들 중 하나 만이라도 걸으면서 잠시 삶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휴가가 될 것이다. -편집자주
1220호 33면, 2021년 5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