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2)
문화사업단에서는 국내에서 출간된 다양한 분야의 서적가운데, 대표작들을 엄선 4회에 걸쳐 8권의 책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독자들은 역사와 사회, 철학 등에서 담론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들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중국의 품격』
중국 철학의 대가인 저자 러우위리에(樓宇烈) 베이징대 교수는이 책에서 근대 이후 중국 사회에서 진행된 서구화 움직임을 반성하면서 문화적 주체의식과 전통문화 보존의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한다.
몇년 전부터 중국이 정치, 경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사회적으로 문화적 반성의 조류가 형성되었는데 이를 중국에서는 ‘국학 붐’이라고 한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이제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지난 100년간의 수치를 털어내고, 공자로 상징되는 전통문화의 부흥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배경속에서 탄생하였다. 전통문화에 관심을 가진 일반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행한 저자의 강연을 기초로, 약간의 내용을 추가하여 엮은 것이다. 중국문화를 공부하고자 하는 인문학 초보자들에게 입문서로 권하기에 적절한 책이다.
『중국의 품격』은 총 8개의 강의로 구성돼 있는데, 중국 인문정신의 성격과 그 근원을 이루는 유,불,도의 경전(삼현, 사서, 오경, 구경, 삼론, 일독)들에 대해서 소개하고 유가와 도가 그리고 불교의 기본 교의와 생성 및 발전과정, 그리고 그것이 중국문화에 미친 영향을 쉽고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총 8장 가운데 2장을 할애해 ‘예술정신’과 ‘중의학’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의 품격이 중국의 전통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특히 인문정신이 중국 문화 특유의 품격이라고 말한다.
“중국 문화 특유의 품격은 바로 ‘인문정신’이라 할 수 있다. (중략) 현대 사회에서 가장 결핍된 것이 바로 인문정신이다. 물질적인 생활수준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자아의 상실은 현대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겪은 후 서양의 사상가들도 인문정신의 재출현을 호소하면서 신인문주의를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인문정신을 재출현시키려 할 때 가장 풍부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바로 동양문화다.”
이 책은 한마디로 ‘동양문화’에 대한 교양서라 할 수 있다. 중국의 문화적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해주는 동시에 전통으로의 회귀라는 화두를 조심스럽게 던지며, 자본주의에 떠밀려간 동양문화의 근원과 품격을 만나게 해주고 있다.
『중국의 품격』
러우위리에 지음, 황종원역, 에버리치홀딩스, 2011.
『로마인 이야기』
『로마인 이야기』는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이탈리아 현지에 40년 이상 머물며 혼신의 힘을 기울여 15년에 걸쳐 집필해낸 기념비적인 저작이다. 1995년 9월 제1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가 국내 처음 번역 소개된 뒤, 2007년 2월 제15권 『로마 세계의 종언』을 끝으로 완간되었다.
‘역사에서 배운다’라는 말처럼, 『로마인 이야기』는 1,200여 년에 이르는 대제국을 슬기롭게 경영한 로마인들의 파란만장한 역사와 숱한 민중들의 삶의 희로애락을 그려냄으로써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함께 풍부한 교훈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모든 면에서 주변 민족보다 열세에 있었던 변방의 작은 민족 로마가 어떻게 지중해의 패자가 되었는지, 그 문명의 탄생과 성장, 쇠퇴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을 잔잔한 감동과 함께 이어나가고 있어 로마사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15권 전체를 마치 대하소설처럼 읽어내게 하고 있다.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기록자와 역사가들이 로마 역사와 씨름했던가. 그토록 긴 역사를 자랑하는 로마의 흥망은 장대하고 드라마틱하며, 그 속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 그 때문에 많은 역사가는 잇따른 통치형태의 변화와 암살, 싸움과 침략에만 눈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러나 시오노의 로마사는 제목이 말해주고 있듯이, ‘로마의 역사’가 아니라 피가 통하는 ‘로마인의 이야기’이다. 다른 작가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로마가 패권국가로서 1,000년이나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유능한 지도자와 인프라 스트럭처, 노블레스 오블리주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지만, 저자는 그 중에서도 로마인들이 지배자로서 모든 것을 독점하지 않고 다른 나라나 민족이 더 뛰어나면 그들에게 충분히 맡겼다는 로마 사회의 개방성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다.
‘로마인 이야기’ 마지막 권에서 ‘제행무상 성자필쇠(諸行無常 盛者必衰)’, 즉 모든 것은 변하게 마련이고 흥한 것은 언젠가 반드시 쇠한다는 말을 썼다. 한때 국가나 조직, 개인을 흥하게 만든 요소가 언젠가는 실패의 원인이 된다는 말이다. 이는 결국 모든 것의 성공요소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역사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반면교사요, 타산지석의 본보기다. 『로마인 이야기』는 그런 역사의 교훈적인 기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책이다.
『로마인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 저, 김석희역, 한길사, 1995-2007
1221호 23면, 2021년 6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