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 대극장에서 전통공연예술 “종묘제례악” 공연

함부르크. 지난 9월 17일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 대극장에서는 국립국악원의 ‘종묘제례악’이 연주되어 현지인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번 공연은 한-독 문화협정 체결 50주년을 기념해 국립국악원(원장 김영운)과 주독일한국문화원(원장 이봉기)이 한국과 독일의 문화교류 확대를 위해 기획된 공연으로 2년간 준비했다고 한다.

정기홍 주함부르크총영사를 비롯해 프랑크 슈미트(Frank Schmitt) 함부르크 주의회 부의장, 엘마 램슨(Elmar Lampson) 함부르크 음악연극대학 총장, 알버트 호프만(Albert J. Hoffman) 국제해양법재판소장 등이 참석했고 대극장 2,100석의 객석이 꽉 찼다. 관객들은 공연 후에도 끊임없는 박수를 보내 한국의 전통 공연예술로 감동을 나눴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종묘제례악은 종묘에서 제례를 올릴 때 수반되었던 음악과 춤으로 조선 의례의 정점에 위치한다”며, “조선 왕실 최고의 품격과 위엄을 엿볼 수 있는 문화유산을 무대화 하였다”고 했다.

또한, “독일인들에게 한국의 음악뿐 아니라 정신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크리스토프 리벤 조이터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 대표는 “국립국악원이 이렇게 풍성하게 팀을 꾸리고 독일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무대에 오르는 아티스트만 66명이고, 무대 뒤에는 20명이 함께 500년 이상 지속된 역사를 뒤돌아보는 의식인 춤과 가곡, 음악으로 이루어진 종합예술 작품을 관객들이 볼 수 있게 해준다”고 전했다.

“종묘제례악은 20세기 초까지 500년 넘게 한반도를 다스린 조선 왕조 왕들의 지혜를 찬양하고 선조들의 축복을 기원한다”며, “무엇보다도 이 예식은 온갖 역경에 맞서 인간이 견뎌내는 힘을 찬미하고 있는데, 오늘날과 같은 시기에 딱 알맞은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장엄한 침묵가운데 시작된 종묘제례악 공연은 독특한 악기소리와 노래, 가무로 구성되어 신비하고 장엄한 조정의 의례를 섬세한 선율과 음색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종묘제례악은 모두 27곡으로 구성되며 이 중 역대 제왕의 문덕을 찬양하는 <보태평>이 11곡, 무공을 찬양하는 <정대업>이 11곡이다. 이들 악곡은 모두 5음 음계이다.

공연 후 관객들은 낯선 동양의 음악에 대해 경이로움의 끝없는 박수를 보내며 다른 문화권의 음악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보여 주었다. 현지 음악애호가들은 종묘제례악의 신비로움에 빠졌고 한국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적 색채에 신비로움을 느낀 관객들은 지휘자도 화성도 없이 호흡으로 만들어가는 조화로움에 놀랍다고 입을 모았다.

공연후에 이어진 리셉션에서는 공연기획자들과 현지의 음악관계자들 그리고 교민들이 모여 종묘제례악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정기홍 총영사는 “국립 국악원의 종묘제례악 연주를 함부르크의 랜드마크 엘프필하모니에서 볼 수 있어서 가슴이 뭉클했다”며, “내년은 한국과 독일 수교 140주년이 되는 해이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여러 곳에서 행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함부르크 또한 시당국과 양국 협력방안의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작곡가이자 함부르크 음악연극대학 엘마 램손 총장은 “관객들이 매우 열광했다. 개인적으로 내적인 고요함과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음의 변화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종묘제례악은 낯설지만 특별한 음악적 색채에 빠져들게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함부르크 공예박물관 올라프 키르시 큐레이터는 “악기들 간의 교차 연주와 리듬 변화, 연주자들의 수준 높은 역량이 어우러져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국립국악원은 베를린, 함부르크 공연에 이어 뮌헨(9월 23일/프린츠레겐트 극장), 쾰른(9월 26일/쾰른 필하모니홀)에서 종묘제례악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박은경 기자 ekay03@naver.com

1284호 20면, 2022년 9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