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야기/109] 아프리카, 그들에게 다가가기(4)

아프리카의 빈곤을 바라보는 두가지 시선 ②

아프리카는 우리에게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은 대륙이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가 곧 ‘열등한’ 세계를 의미하는 것일 수는 없다.
우리들에게 전달된 아프리카대륙에 대한 정보와 지식은 서구인의 시각에서 재구성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자신과 달라 이해되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노예사냥과 식민지 수탈이라는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희석시키는 관점에서 서구인들은 아프리카 대륙의 진실을 자주 호도해왔다.
아프리카에서 인류는 처음으로 곧게 서서 걷고 달리는 법을 배웠다. 그러기에 아프리카는 결코 잊힌 대륙이 될 수도 없고, 늘 애정 어린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만 한다.


오늘날 아프리카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70년대보다 낮아져 있고, 하루 1달러 이하의 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전체 7억 인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다.

아프리카는 전세계적으로 지난 30여년 간 경제적으로 더 가난해진 유일한 지역이다. 도대체 아프리카는 얼마나 큰 문제를 안고 있기에 이토록 가난한가? 왜 가난에서 쉽사리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호에서는 서구인의 관점에서 본 아프리카 빈곤의 원인을 살펴본 바 있다. 이번호에서는 ‘아프리카의 눈’으로 본, 빈곤에 대한 그들의 시각을 소개한다.

빼앗긴 대지의 꿈: 아 프리카인은 자립적 경제구조를 원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대부분 유럽 국가들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식민 통치의 잔재와 구종주국들의 정치적 간섭으로 인하여 기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식민지 정책의 잔재 중 가장 파급이 큰 것은 농작물의 특화 재배이다. 이는 자급자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점에서 식량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농산물을 경작하지 못하고, 서구인들에게 필요한 커피와 같은 특화 작물을 경작하는 종속화는 식량 자족을 파괴하여 특용 작물의 수출에만 매달릴 수 밖에 없게 한다. 한편 유럽과 미국은 농산물 보조금 지원으로 값싼 농산물을 제 3세계 국가에 수출하여 현지 가격을 떨어뜨림으로써 아프리카 내수 농산물 생산을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왔다.

세네갈은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 정책의 여파로 인해 땅콩재배로 국가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러나 땅콩재배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매우 적고, 땅콩재배로 얻은 돈으로 그들에게는 비교적 비싼 서구의 농산물을 구매하여야 한다.

다른 예로 아프리카에 지급되는 의복 구호는 아프리카의 재단사, 재봉사, 옷가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아무리 임금이 낮다 해도 암시장으로 흘러드는 원조물품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1997년 나이지리아의 섬유산업 종사자는 13만7000명에 달했지만 6년 뒤에는 5만7000명으로 크게 줄었다. 이는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들에서도 마찬가지로 원조에 의존하는 취약한 시장들은 붕괴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고자 했던 선례들이 없지 않았으나 이러한 시도는 강대국의 이익에 가로막혀 좌절하곤 했다. 대표적이 예가 부르키나파소이다.

부르키나파소의 개혁자였던 상카라(T. Sankara)는 1983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젊은 군 장교 출신 대통령으로서 집권 이후로부터 다양한 개혁을 통해 기아 문제 해결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는 우선 지방자치제도를 통해 보건의료사업이나 수도 사업 등 주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공공 서비스를 실시하였다. 또한 납세 능력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내는 세금인 인두세를 폐지하여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였다.

그리고 그는 그 전에는 마을의 지도자들이 그들 마음대로 땅을 할당하고 경작에 대한 명령권을 가지고 있어서 돈이나 수확물, 강제 노동 등의 형태로 땅의 이용대가를 징수하던 토지 구조를, 국유화를 통해 강제적 징수를 사라지게 했다. 그에 따라 그가 집권한지 4년 만에 부르키나파소는 가난을 상당부분 완화시켰고, 거의 완전한 자급자족을 달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그의 개혁은 결국 그의 동료였던 블레즈 콩파오레에 의해 1987년 살해당함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당시 콩파오레의 쿠데타의 배후에는 프랑스가 자리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후 대통령에 취임한 콩파오레(현재까지 27년째 집권)는 이러한 개혁을 전면 취소하였고, 부르키나파소는 현재 아프리카 최빈국으로 전락하였다.

이렇듯 아프리카의 빈곤을 단순히 아프리카인들의 무지, 종족갈등, 또는 부패한 정부의 탓뿐만이 아니라 세계 경제, 정치의 구조와도 밀접하게 맞물린 구조적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아프리카인들의 관점에서 보는 그들 빈곤의 원인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프리카의 빈곤을 해결하여야 하는가?

기아문제를 가장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급자족 경제의 구축이 급선무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서구의 대 아프리카 원조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이 최근 국제무대에서 지적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아프리카의 소농민들에 대한 원조 확대’와 이를 통해 이들의 식량 생산량을 늘리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강대국들의 ‘해외원조 구조’인 식량을 자국 대규모 곡물업자로부터 구입하고, 자국 회사를 통해 포장하며, 자국 해운사를 통해 아프리카 대륙까지 운송하는 이른바 ‘철의 삼각형’을 지양하고, 원조 곡물을 아프리카 현지 농민들에게서 구매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단순히 원조를 해 줌으로써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일방적인 방식은 오히려 불신과 실패라는 부작용을 잉태하게 된다. 그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자립을 돕는 원조야 말로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1296호 23면, 2022년 12월 23일